오늘 아침에 전화가 한 통 왔다. 모르는 번호인데.. 잠깐 망설였으나 받았다.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낯이 익은것 같기도 하고 낯이 설은것 같기도 하고.. 누굴까 순간 머리에서 스파크 튀기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스탕씨 핸드폰 맞죠?" 하신다.

오호.. 누굴까.. 더 궁금해져서 그렇습니다만.. 대꾸를 하니 "나 **야" 하신다. 이뤈~!! 이 분은 나 퇴직이후 한 번도 뵙지 못한 같이 근무했던 아저씨!!

만 9년 1개월 12일 만에 전화통화로 목소리를 들은 아저씨는 반가워 해주시며 안부를 물어주신다. 잘 지내고 있다고 놀고 먹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본론으로 들어가서 출근을 하지 않겠냐고 하신다.

정작 본인은 작년 말에 정년퇴직을 하셨는데 회사 사업중 하나로 사업장 한 곳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계신데 대학생 알바생이랑 일을 하니 곧 개학이고 해서 아예 상주할 사람을 찾는다고 문득 무스탕이 생각났다고 전화를 주셨다.

이렇게 감사할때가.. 아직도 불러주는 곳이 있다니 이런 기쁜 일이.. T^T

그런데 퇴직후 매일 출퇴근을 하지 않고 놀다가 심심할때쯤 일하고 일하다 싫증날때쯤 놀고 그러다보니 맨날 출근한다는것이 선뜻 내켜지지가 않는다.

불러주신것은 정말로 감사한 일인데 지금 수원사무실로 일다니고 있다고, 아직 작은애가 어려서 매일 나가는것은 힘들것 같다고 정중히 사양을 하고 건강하시라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약간 사설을 풀어보자면.. 이 아저씨의 아들래미가 초등학생때부터 봐 왔다. 잘 자라서 수도권 치대에 합격해서 엄마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하고 보건소 근무까지 매우 잘 하고 있다고 퇴직후에도 풍문으로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날 그 귀여웠고 믿음직하던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앞에서 뺑소니차에 치여 쓰러졌는데 밤이어서 일찍 병원에도 못가고 시간이 지체됐다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병원에 일찍만 갔어도 살았을것이라는..

남의 일이 아닌듯 내 가슴도 무척이나 아팠었다. 3~4년 가량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통화한 아저씨의 목소리엔 그늘이 없는듯 들려 순간 속으로 다행이다..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이로 아직 50대에 퇴직을, 그것도 정년퇴직을 하신 아저씨는 그래도 다른 분들과 달리 계속 할수 있는 일을 찾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12년 직장을 다니는 동안 그래도 내가 아주 못나게 굴진 않았나보다.. 싶기도해서 슬쩍 기분도 좋은 아침이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8-02-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생활 초년병시절에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직장생활하면서 적을 만들지 말고 친구를 만들어라"라고 하셨었는 데 처음에는 적을 왜 만들어 했었는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스탕 2008-02-12 16: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일부러 만들려고 하는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생기기도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전호인님은 그런 걱정 안해도 될것 같은 분위기입니다만..? ^^

보석 2008-02-1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년 1개월 12일만에 연락하실 정도로 친한 분이 있다니 좋으시겠어요. 아마 무스탕님이 몇 년 전 비극까지 기억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무스탕 2008-02-12 16:31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워 해주시는분들 많긴 하던데 진심인지 그저 그런척 해주시는건지는 잘... ^^;;
그 아이의 비극은 정말 저도 너무나 슬펐던 일이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었지요..

L.SHIN 2008-02-1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왠지 좋은데요, 이 글. 다정한 냄새~ ^^

무스탕 2008-02-13 10:36   좋아요 0 | URL
구수하신가요? 청국장 종류인가요, 군고구마 종류인가요? ^^

Mephistopheles 2008-02-1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전화기 너머의 그 분이 "무스탕씨"라 그랬을지가 궁금합니다. 참 별게다 궁금해요 그쵸?

해적오리 2008-02-12 20:48   좋아요 0 | URL
저두 그 대목에서 딱 걸려서 어느 알라디너님께서 전화하셨는지 알았다죠. ㅋ

무스탕 2008-02-13 10:38   좋아요 0 | URL
홋홋홋~ 아마 그 아저씨께 제 닉이 무스탕입니다. 그렇게 알려드렸으면 그렇게 불러주셨을 분이세요.
나이차가 많이나는 직원들이랑도 격의없이 친하게 잘 지내주신 상사셨죠.

산사춘 2008-02-13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의 인복과 그에 맞는 인격을 찬탄해 드리려고 했는데,
아래 내용에 슬퍼져요. 흐비...

무스탕 2008-02-13 10: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아들래미 생각하면 종종 답답해요.. 짜식, 그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그래도 착했던 녀석이라 좋은곳에서 이 아픈 영혼들 치료해주면 지내고 있을거에요 ^^

소나무집 2008-02-1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했을 무스탕님의 과거사가 확~ 보입니다.

무스탕 2008-02-14 14:37   좋아요 0 | URL
에고.. 훌륭 못했습니다 ^^;;
그저 열심히 재미있게 지내려 노력하며 지냈지요.
덕분인지 힘들었지만 재미있긴 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