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양심의 시금석
이정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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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감성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이정재의 저서 <질문>은 얇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삶의 근간을 관통하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질문이 만들어내는 상승효과와 긍정의 힘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 개인이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나와 타인이 함께 성장하는 살만한 세상이 가까워진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저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선순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일정한 수순을 밟으며 점차 소멸해가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인생의 초입인 어린 시절에 질문은 호기심 그 자체다.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에 대해 거짓 없이 순수하게 묻고, 그 답을 들으며 사유의 근육을 키운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질문은 자아를 향한 탐구로 이어진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통해 인생의 좌표를 설정하고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시기다. 성인이 되어서는 비로소 정답이 없는 질문의 가치를 곱씹으며 삶을 비추는 창으로서 질문의 깊이를 더해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의 성인은 질문이 급격히 줄어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삶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설계도대로 흘러가는 대리 주행이 된다. 질문 없는 일상에서 개혁이나 혁신은 꿈도 꿀 수 없으며, 성장이 멈춘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퇴화의 수순이 들어앉는다. 흔히 나이가 먹을수록 질문이 깊어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질문의 날카로움이 무뎌지고 그 자리를 체념과 내려놓음,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는 소멸의 과정이 대신하기 십상이다. 질문이라는 창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순간, 인간은 지적·정서적 정체기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질문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는 질문의 본질이 곧 소통과 성찰에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묻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해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의 세계에 함께 머물며 같은 곳을 바라보려는 시선의 공유다. 질문 안에는 타인을 향한 깊은 존중과 자신을 되돌아보는 엄격한 성찰이 공존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마음을 여는 이해와 소통의 공감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여정이 향하는 종착지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는 따뜻한 마주침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기를 멈추지 말라고 권고한다. 삶이 퇴화와 소멸의 수순으로 흐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질문의 창을 닦고 열어두어야 한다. 질문이 살아 있는 한 우리는 타인과 연결될 수 있으며,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공동의 성장을 일구어낼 수 있다. 얇은 책장 사이에 숨겨진 이 거대한 진리는 질문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지막 보루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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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격차의 시대, 성공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박준연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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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택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박준연 저자의 저서 <부동산 격차의 시대,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는 단순한 재테크 지침서를 넘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날카롭게 통찰한 분석서이다. 과거의 부동산 투자가 이른바 ‘묻어두면 오른다’는 식의 자본 이득(Capital Gain)에만 치중했다면, 저자는 이제 그런 요행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선언한다. 특히 빌딩 투자라는 고도화된 영역을 중심으로,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적 지혜와 실전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빌딩 투자를 단순한 자산 보유가 아닌 '사업 운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아파트나 일반 주택 투자는 주거라는 비교적 정형화된 가치에 기반하며, 시장 전체의 흐름에 따라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빌딩은 다르다. 저자는 빌딩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이자, 수익을 창출해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정의한다. 건물을 사는 행위는 끝이 아니라 경영의 시작이며, 어떤 임차인을 구성하고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자산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오늘날의 시장 환경은 '양극화'와 '격차'로 요약된다. 입지와 상품성에 따라 자산 가치의 간격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숙제가 바로 '공실 리스크'와 '캡 레이트(Cap Rate, 자본환원율)'이다. 과거 저금리 기조와 우상향 그래프 속에서는 공실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지가 상승이 이를 상쇄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자는 임대 수익률이 대출 금리를 밑도는 '역마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철저하게 수치에 기반한 계산과 공실을 통제할 수 있는 운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책에서 다루는 캡 레이트에 대한 설명은 초보 투자자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매수가격 대비 순영업소득을 의미하는 이 지표는 빌딩의 내재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다. 저자는 단순히 건물의 외관이나 장부상의 임대료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관리 비용과 공실 가능성을 반영한 실질 수익률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곧 시장을 바라보는 '직관'과 데이터를 읽는 '지식'이 결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이 책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상권의 이동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는 제목처럼, 전통적인 상권 분석 틀에서 벗어나 MZ세대의 소비 패턴, 오피스 수요의 변화, 디지털 전환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저자의 전문성은 이러한 거대 담론을 실제 투자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전술로 치환해내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수도권 주요 상권에 대한 장단점과 미래전망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빌딩사업 입문자에게 요긴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빌딩의 용도 변경, 리모델링을 통한 가치 증대(Value-add), 그리고 최적의 임차인 믹스(MD 구성) 전략 등은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격차의 시대,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는 혼돈의 부동산 시장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단순히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투자자의 태도'를 주문한다. 철저한 계획과 사업적 마인드, 그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치밀함만이 격차의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준다. 이론과 실무가 조화롭게 녹아 있는 이 서적은 부동산 투자의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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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 - AI가 채우지 못한 교육의 영토
함영기 지음 / 에듀니티교육연구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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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이 책은 AI 활용법을 안내하는 책도, 기술 낙관이나 비관을 선택하라고 설득하는 책도 아니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가 이렇게까지 잘 답하는 시대에, 교육은 도대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단순히 학교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오랫동안 제도 교육의 안과 밖을 오가며 미래교육의 현장을 설계해 온 교육 실천가다. ‘교실밖 선생님’이라는 자발적 교육공동체에서 출발해 국가 교육과정 개정의 중심까지 경험한 그의 이력은, 이 책이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교실이라는 현실에서 길어 올린 문제의식임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AI는 관념 속 기술이 아니라, 이미 교실에 들어와 학생과 교사 사이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구체적 존재다.


AI가 지식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시대에 지식 습득 중심의 교육은 여전히 유효한가. 더 나아가 인간은 AI와 경쟁하기 위해 더 효율적이고 계산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 앞에서 기술결정론을 거부한다. AI를 도구나 위협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대신, 대화의 상대로 설정함으로써 인간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AI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가진 사고의 결, 감정의 층위, 윤리적 망설임을 더 또렷이 인식하게 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인간의 기억과 AI의 기억을 대비하는 부분이다. AI에게 기억은 인출을 위한 저장이지만, 인간에게 기억은 감정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해석되는 삶 그 자체다. AI는 기억하지만 인간은 회상한다.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가르는 결정적 경계다. 교육은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적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래 교육이 집중해야 할 지점을 분명히 한다.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정확히 호출하는 능력은 이미 AI가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은 인간만이 지닌 창의적 사고, 비판적 분석,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과 소통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정답을 잘 내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잘 던지는 능력이다. AI가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질문이 필요하며, 그 질문은 고민과 맥락, 윤리적 성찰을 통과해야만 한다.


또한 저자는 AI가 제공하는 개인화된 정보 환경이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에코챔버와 필터버블 속에 우리를 가두는 위험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AI의 답변을 맹신하지 않고, 다른 채널과 타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태도는 이제 시민의 기본 소양이 된다. 이는 곧 교육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비판적 사고의 훈련장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책의 구성 또한 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저자가 ‘장미’라고 이름 붙인 AI와의 대화를 축으로, 질문과 응답이 점차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AI의 놀라운 발전을 실감하게 하는 동시에 그 위험성을 은근히 드러내는 장치다. 특히 교사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고민은 절실하다. AI를 활용하는 학생은 늘어나고, 교사의 설명은 줄어드는 교실에서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답을 효율이 아닌 시간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대면의 미학에서 찾는다. 교사는 인간의 불완전함, 관계, 삶의 결을 가르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는 결국 하나의 요청으로 귀결된다.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인간의 방향을 다시 묻자는 요청이다. 이 책은 교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에게,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정답을 주지 않는 대신, 질문할 용기와 사유의 책임을 요구하는 책.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은 지금 가장 교육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이답할때교육은무엇을묻는가 #에듀니티 #함영기 #미래교육 #AI시대의인문학 #질문하는교육 #비판적사고 #교육의본질 #교사의역할 #디지털리터러시 #인간의고유성 #AI와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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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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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은 단번에 읽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독자에게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한다. 빠른 요약, 즉각적인 결론, 명쾌한 해답에 익숙해진 독서 습관으로는 끝까지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오늘날 더욱 절실한 이유다. 우리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길을 잃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복잡하며, 그 복잡성을 무시하는 순간 판단은 왜곡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를 통해 세계를 단순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면서도, 그 단순화가 얼마나 쉽게 착각으로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수치로 사고하되 수치를 맹신하지 말 것, 직관을 활용하되 신뢰하지 말 것이라는 역설적 요청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이다.


<직관과 객관>은 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설계하도록 요구한다. 평균값 하나로 현실을 재단하고, 제한된 표본을 전체로 착각하며, 인과관계를 성급히 단정하는 태도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럴듯한 설명’에 안주하는지를 보여준다. 나비효과, 상대적 나이 효과, 피드백 루프의 사례들은 세계가 단선적 원인과 결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이미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경고다.


이 책의 가치는 특히 AI와 알고리즘이 판단의 영역까지 침투한 오늘날 더욱 선명해진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언제나 데이터에 기반하지만, 그 데이터 역시 인간이 만든 현실의 산물이다. 편향된 데이터는 편향된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다시 현실을 규정한다. 가짜 정보와 유사 정보가 정교하게 섞여 유통되는 환경에서, 숫자와 그래프는 오히려 신뢰의 외피로 작동한다. <직관과 객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정보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8가지 규칙은 단순한 통계 기법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복잡성을 인정하는 겸손, 불확실성을 견디는 인내, 확률로 말하는 용기, 그리고 자신의 직관에 브레이크를 거는 성찰. 이는 전문가만을 위한 덕목이 아니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해야 하는 모든 현대인을 위한 사고 윤리다. 쉽게 읽히지 않는 대신,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더 똑똑해지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덜 확신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다. 속도의 시대에 멈춰 서서 생각하는 법, 정보의 시대에 선택의 책임을 자각하는 법을 요구하는 이 책은, 독자를 불편하게 하지만 그만큼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날 이 책의 가치는 바로 그 불편함에서 비롯된다.


#직관과객관 #오픈도어북스 #키코야네라스 #데이터리터러시 #정보해독력 #AI시대의판단 #가짜정보 #통계적사고 #비판적사유 #느린독서 #사고의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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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은 생각한다 -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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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카페로부터 소개받고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 입니다.>


    -인간의 우월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윤리가 시작된다-



    이 책은 동물이 과연 인간처럼 생각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이 책이 진정으로 겨누는 대상은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대할 권리를 갖게 되었는가”라는 오래된 전제이며, 그 전제를 가능하게 했던 인간 중심적 사고 자체다. 프레히트는 동물의 의식, 이성, 영혼을 입증하려 애쓰기보다, 그런 구분을 요구해온 인간의 태도가 얼마나 오만한가를 차분히 해체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자연이 부여한 절대적 경계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어온 개념적 선에 불과하다는 그의 주장은 불편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 책이 힘을 얻는 지점은 과학적 발견과 철학적 성찰이 만나는 자리다. 진화생물학과 신경과학은 인간과 동물이 동일한 기원을 공유하고 있음을 반복해서 밝혀 왔고,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권리를 가질 자격’을 기준 삼아 동물을 선별해왔다. 반려동물에게는 애정을, 경제동물에게는 무감각을, 실험동물에게는 침묵을 허락하는 이 모순된 태도는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프레히트는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고 이용해온 역사 전체를 되짚으며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질문하지 않아 왔는지를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개인적 기억 속의 동물들이다. 어릴 적 동물은 늘 곁에 있었지만, 교감의 대상이라기보다 생존의 일부였다. 강아지는 집을 지키는 존재였고, 고양이는 사라져도 애도되지 않았다. 죽음은 일상이었고, 감정은 사치였다. 그러나 유독 소만은 달랐다. 소는 노동력이자 재산이었고, 동시에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이 손에 고삐를 맡겨도 묵묵히 따라오던 그 거대한 생명체와의 신뢰는, 말없이 이루어진 교감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을 더듬어보면, 동물에게 지성이나 영혼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었던 셈이다. 잘해주면 따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정이 쌓인다는 사실을.


    프레히트가 말하는 새로운 동물 윤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동물을 인간과 동일시하자는 주장도, 단일한 기준으로 권리를 재단하자는 요구도 아니다. 다만 인간이 모든 판단의 중심에 서 있다는 생각, 필요하다면 이용해도 된다는 관습적 사고를 내려놓자는 요청이다. 동물의 권리를 확장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일이며,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 존재인지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동물은 생각한다>는 명확한 행동 지침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독자 앞에 놓는다. 인간은 어디까지 허용된 존재인가, 우리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가. 동물 윤리에 대한 성찰은 곧 인간 윤리에 대한 성찰이며, 이 책은 그 불편한 물음을 끝까지 함께 견디도록 이끈다. 이제 동물을 동족처럼 사랑하자는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결단일지도 모른다. 프레히트의 책은 바로 그 결단을 가능하게 하는 사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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