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명의는 이렇게 병을 다스립니다 - 세계 의료 이끄는 한국 최고 의사 31명 '건강 특진실'
김공필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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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로벌 K명의는 병을 이렇게 고칩니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31명의 명의들이 각자의 진료 철학과 치료 경험, 그리고 질병을 바라보는 근본적 관점을 깊이 있게 들려주는 건강서이다. 암, 심뇌혈관질환, 만성질환, 희귀·난치질환까지 31가지 핵심 질환을 폭넓게 다루며, 발병 원인부터 진단·치료·예후, 최신 의술의 흐름까지 핵심을 콕 짚어 전달한다. 여기에 ‘의사가 추천하는 의사’와 테마별 핵심 요약을 더해, 정보의 전문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이 깊었던 부분은 꾸준한 운동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건강의 기반이라는 명의들의 공통된 메시지다. 신체를 움직이면 혈류가 활발해지고 장의 운동성이 좋아지며, 그 결과 장내 노폐물이 머무는 시간이 줄어 유해가스가 감소할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 환경까지 유익하게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가 장뇌소통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신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전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걷기보다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중등도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하는데, 이는 다양한 연구와 임상 경험에서 repeatedly 강조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신체의 기본 체질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야말로 명의들이 내리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처방’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관점은 전인적 치료 철학이다. 대체의학이나 자연치유력을 강조하는 연구에서도 자주 언급되듯, 특정 환부만 치료한다고 몸 전체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각 장기와 조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부위의 문제는 종종 여러 요소가 얽혀 나타난다. 책 속 명의들 역시 질병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환자의 생활환경·신체 밸런스·전신 상태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올바른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는 현대 의학이 지향하는 근거중심의 치료 원칙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특히 암 치료에서의 새로운 근거와 최소침습수술의 발전, 면역항암제의 기전, 실제 임상에서 세계 기준을 바꾸어 놓은 국내 명의들의 연구 사례 등은 의료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전립선암의 PSA 지표나 간암 AFP 검사처럼 우리가 흔히 접하지만 잘 모르는 수치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부분도 건강검진을 좀 더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유익하다.

다양한 질환 정보를 한 권에 담으면서도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전문성과 실용성을 균형 있게 갖추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강점이다. 개인적인 건강 관리부터 가족의 돌봄, 의료 선택의 기준을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내실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을 지키는 기본 원칙을 알고 싶거나, 최신 의료의 흐름과 명의들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모든 분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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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 그리고 나를 만나다 - 두 발로 다시 쓰는 길 위의 인생 이야기
김설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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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김설규2025지식과감성

두 발로 다시 쓰는 길 위의 인생 이야기

김설규 저<뛰다, 그리고 나를 만나다>는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기 회복의 기술’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불안으로 뒤틀린 마음과 산만한 호흡을 붙잡기 위해 아침마다 달리기와 명상을 반복했고, 그 반복의 기록을 독자 앞에 솔직하게 내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누구나 자기만의 리듬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단단한 확신이었다. 저자의 고백은 과장되거나 영웅적이지 않고, 매일 흔들리면서도 걷고 뛰고 다시 멈추는, 아주 현실적이고 생생한 기록이다.


저자는 1년 반 동안 1400KM를 달렸고 마침내 고질이던 불안을 떨쳐냈다. 단지 불안만 떨쳐낸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부위가 그동안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맞이하였다. 아침 양치질때마다 나오던 구역질이 없어졌고, 출근길마다 괴롭히던 장트러블이 사라졌고 식사 때마다 괴롭히던 위의 더부룩감도 사라졌다. 몸에서 풍기던 이상한 악취도 사라졌고 발톱무좀까지도 사라졌다. 몸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리는 동안 동기부여 방법으로 동영상 촬영법이 효과가 좋다는 팁도 알려준다.


이 대목들은 내 경험과도 겹쳤다. 나 역시 첫 발을 떼기 전까지는 달리기가 삶을 바꾸리라 믿지 않았다. 내게는 저자처럼 불안감은 없었지만, 오래된 요통이 삶을 잠식하고 있었다. 엉덩이와 다리까지 저리는 통증 때문에 오래 앉아 있기도 어렵고,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일상의 활력은 사라져 갔다. 그러나 매일 아침 8km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땀과 함께 통증이 조금씩 풀리고, 흐릿하던 뇌의 초점이 다시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의 회복은 마음의 용기로 옮겨 갔다. 멈춰 있었던 여러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도전할 힘이 생겼고, 결국 자격증 취득까지 이어졌다.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를 복원하는 ‘일상의 반복 의식’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의 기록은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불안·무기력·집중력 저하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달리기를 통해 마음의 소란이 어떻게 가라앉고, 복잡한 문제들이 어떻게 차분히 정리되는지를 몸의 언어로 설명한다. 그의 문장들은 “불안해도 괜찮다, 뛰면서 다시 찾으면 된다”라고 부드럽게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회복 경험과 기묘하리만치 호응한다. 결국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 몸을 움직이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꾸준함’이라는 메시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 책은 달리기가 단순히 체력을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삶의 방향을 조정하는 행위임을 역설한다. 누군가 그저 불안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이 책은 그들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제안을 건넨다.


“뛰어보라. 그러면 당신의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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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피싱
조진연 지음 / 북오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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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조진연 작가의 『블랙피싱』은 최근 전 세계를 흔들어놓은 거대 피싱·스미싱 조직의 실체를 끈질기게 파고들며, 우리가 ‘뉴스로만 보던’ 디지털 범죄의 민낯을 충격적일 만큼 생생하게 드러낸다. 전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해온 범죄 집단의 대대적 검거는 이러한 위험한 일들이 소설속에만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 책을 읽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든다. 이 책은 그러한 범죄의 뒤편에 감춰져 있던 심리적·사회적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풀어내며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은 인간 탐구를 이뤄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범죄 조직 내부의 인간들이 결코 단순한 ‘악당’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속의 인물들은 돈이라는 맹목적 욕망, 조직의 강압, 스스로의 양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일부는 자신이 저지르는 악행을 인지하며 괴로워하고, 일부는 이미 욕망의 기계에 완전히 포획되어 인간성이 소거된 채 ‘돈의 노예’로 전락한다. 이 잔혹한 구조 속에서 누군가는 사냥감이 되고, 또 누군가는 사냥꾼이 된다. 작가는 이 심리적 균열과 비극을 미화 없이 그려내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연약하고 또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예리하게 해석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한국지사 ‘장수식품’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던 한 피싱 콜 담당자가 있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도 ‘쥐꼬리만 한 인센티브’와 상관의 냉혹한 태도에 환멸을 느끼며 결국 내부 고발자로 전환한다. 조직을 경찰에 넘기며 일망타진을 이끌어낸 후에도 그는 끝내 멈추지 않는다. 중국 본사를 향한 역피싱, 즉 불법적으로 축적된 자금을 되돌려 빼앗기 위한 사적 투쟁이 이어지며, 소설은 한 개인이 조직의 괴물 같은 시스템과 맞서는 긴박한 서스펜스 구조를 완벽하게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인간이 거대한 악의 구조와 맞설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블랙피싱>이 특히 돋보이는 건 실제 범죄 수법과 조직 운영 방식을 면밀하게 재현하면서도, 독자가 디지털 범죄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게 만들 만큼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문자 몇 줄이 오고 가는 사기’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던 피싱의 세계가 실은 철저한 시스템, 무자비한 인력 구조, 그리고 인간 심리를 이용한 정교한 기술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재밌는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정면에서 마주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보고서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불편함과 긴장감이 공존하지만, 그 끝에는 이상하리만큼 묵직한 울림이 남는다. ‘악’이란 기계처럼 구조 속에서 생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 개개인의 선택으로부터 오는 것인지—이 책은 그 어느 것도 단정하지 않지만, 그 질문을 독자의 마음속에 강하게 새긴다.

디지털 범죄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블랙피싱>은 지금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동시대적 작품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인간성의 불씨를 찾게 해주는 이 소설은 강렬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제공한다. 강력히 추천한다.

#블랙피싱 #조진연 #북오션 #북유럽 #북유럽카페 #북유럽서평단 #피싱 #콜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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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혁신의 비밀 - 내부자가 파헤치는
딘 캐리그넌.조앤 가빈 지음, 이윤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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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혁신의 비밀』

테크 산업의 흐름이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시대, 반세기 동안 세계의 기술 지형도를 바꿔온 기업이 있다. 애플·구글·아마존 등 이른바 ‘매그니피선트 7’에 속한 기업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마이크로소프트다. 197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본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일상 전부를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엑셀과 팀즈, 집에서의 Xbox, 심지어 우리가 사용하는 검색이나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그들의 손을 거친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진다.

“어떻게 이토록 오래, 그리고 끊임없이 혁신을 이어올 수 있었는가?”

『마이크로소프트 혁신의 비밀』은 이 질문에 가장 가까이에서 답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쓴 책이다. 딘 캐리그넌과 조앤 가빈, 모두 지난 20여 년 동안 MS 내부에서 혁신 프로젝트를 직접 경험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혁신의 성공담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실패했는가’를 정면에서 다룬다. 그리고 바로 그 실패가 어떻게 더 큰 혁신으로 이어졌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예는 Xbox 초기 개발 이야기다. 게임 마니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든 첫 제품은 처참히 실패했다. 많은 기업이 이 지점에서 혁신을 포기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달랐다.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통째로 돌렸다. 과감히 조직을 재편하고,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으로 접근하며, 완전히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Xbox는 글로벌 대표 게임 플랫폼이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의 가치는 단지 과거의 성공 사례를 복기하는 데 있지 않다.

저자들은 오피스, 빙,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MS 리서치, 코그니티브 서비스, 책임 있는 혁신 등 7가지 케이스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방식으로 혁신을 실천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해부한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추출한 ‘4가지 지속 가능한 혁신 패턴’을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조직이나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의 비밀을 파헤치는 동시에, 혁신이란 결국 ‘특별한 영감’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 실수에 대한 빠른 인정, 그리고 끊임없는 방향 수정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혁신의 가장 큰 적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외면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테크 산업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 어떤 영역에서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분명히 얻어갈 것이 있다. 기교 없이 담담하지만, 내부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깊이를 갖춘 이 이야기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반세기를 버텨온 기업의 혁신 비밀을 알고 싶은가? 이 책은 그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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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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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신작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는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시인을 다시 만나는 반가운 인사처럼 다가온다. 『『접시꽃 당신』의 섬세한 감성으로 기억되던 그가 오랜 시간의 침잠 끝에 꺼내놓은 이번 시집은, 자연과 인간 내면을 잇는 그의 본래 음성이 한층 더 깊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 꽃잎, 흐르는 물, 바람과 하늘 같은 익숙한 일상의 풍경들이 곧 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러나 도종환의 자연은 강인함보다는 연약함을 먼저 드러낸다. 막 돋아난 새순,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여리고 가뿐한 이미지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이는 시인이 세상의 약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깊은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시집은 2월로 시작하여 2월로 끝나며, 한 해의 순환이라는 시간의 원을 따라 흐른다. 첫 시편 <소원>은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다짐과도 같다. 정치적 격랑과 사회적 재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외면하지 않아야 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달라고 기도하는 시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균형과 중정을 잃지 말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탄핵 정국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견뎌낸 이에게서 나온 시라 그런지, 그의 고요는 체념이 아닌 ‘버티어 끝내 도달한 침착함’에 가깝다.


표제시 <고요>는 시집 전체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고요는 감정을 밀어내는 냉랭함이 아니라, 휘몰아치는 감정의 비바람이 멎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상자를 열어보게 하는 진실의 힘이다. 그 고요 앞에서 시인은 오래 묵혀둔 상처와 감정들을 조심스레 꺼내어 들여다본다. 이 책이 '머언 삶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정치판을 돌며 겪은 수많은 풍파를거쳐 이제는 고요히 돌아와 자신을 돌아보는 시들을 모은 것이라는 암시인 듯하다.


<밤이 온다>의 시편들은 외로움의 깊은 그림자를 담고 있다. “산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이라는 그의 고백은 개인의 슬픔이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 가닿는 삶의 어두운 순간을 정직하게 포착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 어둠을 영원한 것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사과밭 주인>의 마지막 구절처럼, 결국 세상을 다시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임을 보여준다. 사랑의 손길만이 상처 옆에 끝까지 서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고요로 가야겠다』는 시인이 정치적 풍파를 지나 보내며 다시금 얻어낸 통찰의 기록이자, 더 깊어진 감성과 단단해진 인품이 배어 있는 귀한 시집이다. 시간이 흘러도 도종환은 여전히 아픔을 감싸 안고 연약함을 끝까지 지키려는 시인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이어간다. 이 시집은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속도를 되찾고, 한 번 더 숨을 고르게 해주는 ‘고요한 벗’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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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2025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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