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빛문고 1
이문열 지음 / 다림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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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무능력하며 무기력하고 무관심했던 선생님도 아니었으며, 절대적인 권력으로 아이들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군림했던 엄석대에게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화가 났던 것은 반아이들이었다. 몇 십명의 아이들은 스스로를 당연히 지배당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자신이 엄석대보다 힘이 약하기때문에..그리고 엄석대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엄석대의 수하로 들어가기를 원한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물론, 불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현실에서도 꼭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때문에 엄석대의 지배력은 힘을 발하는 것임에는 어쩔 수 없다.

언제나 혼자 대항하기 힘든 일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피하는 사람을 나는 비겁자라고 부른다. 비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피해있다 다시 더 큰 힘이 다가오면 그 힘앞에 엎드리며 또다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다.
사실, 어느때나 절대적인 혹은 그와 비슷한 권력자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힘이건 경제적인 힘이건 우리가 그 힘에 대항하고 맞설만한 능력이 되지 않을때가 더 많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지배력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힘을 빌어 벗어나고픈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누릴 권리조차 가질 수 없는 법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스스로 포기해버리면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최소한 그러한 결심, 그러한 다짐이 없이 살아가는 흐름에 내맡기어 사는 사람만은 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자신의 신념이 아니라 힘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모두 버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사실 많이 보고 있다. 정권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과 돈때문에 법을 어기고 그것을 또다시 돈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대항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반 아이들의 비겁함만은 닮고 시싶지 않아라고 하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그것은 독재보다도 더 무서운 포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당연히 내가 얻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독재에서 숨죽이고 있으면 다른 이익을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지라도 말이다. 엄석대의 지휘로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점을 자랑할 수 있었던 아이들처럼 그 독재란 것이 우리 스스로를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해서 결국에는 그 독재에 대한 부당함까지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책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비겁함의 안일보다는 조금은 어렵지만 옳은 일을 선택하고 싶다.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면 내 신념으로 모든 것을 감수해내는 진정한 자유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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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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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진희. 언제나 신은 자신의 위치에 걸맞는 축복을 하나 준다. 어릴때는 한없이 철없고 투정을 부려도 어리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우리는 웃어 넘긴다. 작은 일에 크게 기뻐하고 울기도 잘하고 그렇게 감정에 솔직해도 조금도 부끄럽지않을 수 있는 시절. 그리고 세상에 익숙하지 않고 순수하다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는 '어린아이'의 모습.. 이런 것들이 어린 진희에게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다.

그애라기 보다는 그녀라는 이름이 걸맞을 것 같은 진희의 모습은 어른스럽게 성장해있었다. 물론, 진희말대로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해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세상에대한 기대감이 없어진 진희를 바라보는 것은 진희보다는 조금은 어른인 나는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그렇게 진희의 눈으로 우리는 세상모습을 훑어내려가는 이 책을 보며 작은 사람들의 행동행동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해내는 진희, 아니 작가의 세심함에 감탄한다.

하지만,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아이의 눈에 비춰지는 세상은 결코 세상보다 아름답게 미화되지도 않았으며, 어설프게 세상의 한쪽만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아이는 세상의 여러일면을 정확히 관찰하고 정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그 아이의 마음을 따라 움직이며 세상을 관찰하고, 그 아이의 마음을 따라 사람을 훔쳐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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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동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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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 단어이다. 왠지 정치라는 말과 어울릴 것 같고, 돈 냄새가 풍길 것 같은 단어. 모든 사람들이 권력이라는 단어를 알고, 그들 생활에서 권력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지만 막상 정의 내리라 한다면 나설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마도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단어이기 때문이리라.

나에게 정의 내리라 한다면 나는 '엄석대'라는 인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권력이라는 다소 잡히지 않는 개념을 나에게 가장 마음에 와 닿게 표현한 것이 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가 좀 많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아이들 위에서 군림하는 급장 엄석대. 그가 누린 것이 권력일 것이다. 여기서 그는 폭력이라는 것을 지지대로 하는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런 권력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권력 아래에 놓여있다. 권력을 갖는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점심시간에 물을 떠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 뭔가 이익이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권력을 갖고자, 그리고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리라.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투쟁해왔다.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또 인식하는 가운데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이드 북 역할을 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그 권력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는 상세히 이야기 해준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에겐 소중한 나침반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그 글이 1990년에 쓰여진, 도서관에 엄청나게 때묻은 채로 너덜너덜 하게 비치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 있는 통찰력만큼은 대단한 것이었다. 미래는 우리 앞에 놓여져 있고, 우리는 어렴풋이 빛을 찾아가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우리에게 등불을 제시해 주었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귀뜸 해주었다.

이제 발을 내딛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미래는 더욱 치열해지고 좀더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서 우리의 권력을 찾아가는 길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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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1
마가렛 미첼 지음, 송관식 옮김 / 범우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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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은 아름답고, 총명하고, 이기적이고, 속물적이며, 순수한 열정에 가득차 있고, 그리고..살아 움직인다. 이 책은 그녀의 어긋난 사랑도 얘기하고, 전쟁속에서 무너진 그녀의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얘기하는 것은 그녀의 '생명력'이다. 주황색이라는 그녀의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불꽃이 가장 타오르는 절정의 순간의 그 빛깔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그녀에게 삶이란 언제나 절정의 불꽃 - 딱 그 만큼이다. 그렇게 타오를때 아무리 꺼보려해도 다시 타오르는 집요합이 그녀를 표현한다.

그녀가 여동생의 약혼자와 결혼하는 것도, 다시 자신의'고향'을 재건하기 위해 돈버는 것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모습도 그녀의 성격이라기 보다는 그녀의 본능쪽에 가까운거라고 느끼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사실은 조금 많이- 지독해 보이는 그녀의 행동이 밉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겠지. 나는 무수히 많은 불행을 겪은 여주인공에게 느끼는 비애감을 그녀에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충분히 사랑하고픈 충도을 느낀다.

한 번의 불행에 눈물대신 다시 목표를 찾아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이 당당하고 기품있다.
희망 한 줄기를 찾아나선 스칼렛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그녀가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삶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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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상 혜원세계문학 54
빅토르 위고 지음 / 혜원출판사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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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이라고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담임선생님께서 잠깐 들려주신 이 사람의 애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때, 선생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은 진심만이 통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셧다. 글쎄.. 지금도 완벽하게 이 말을 알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겟다. 아니, 내 행동과 내 말들이 모두 '진심'에서 나오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 이렇게나, 인간은 사실 약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배고픔에 빵을 훔친것도 법적인 양심이전에 인간적인 동정으로 먼저 애처로움을 느낀다. 이책은 이렇게 내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장발장에 대한 신부님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코제트에 대한 장발장의 헌신적인 사랑도 모두 이렇게나 따뜻하다. 어쩌면, 선생님은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에게 가르쳐주고 싶으셧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는 법을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다른 사람이 잡힐뻔한 순간에 그는 자수했다. 그것은 그가 법대신 양심에 따라 살아온 삶에 정직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기적이고 겁이 많다. 나를 신뢰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장발장이오' 하고 외칠 용기가 나는 없다.용기가 없다는 것이 핑계라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나는 애써 진실을 외면하려고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좀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법은 그 곳에서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양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지켜낸 장발장을 법을 어긴 사람이라고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자기 삶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내가 생각해야 할 내 몫이니까.. 그런면에서 장발장은 마지막에 부끄럽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 삶은? 진실로 대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대해서 조금은 심각하고 거짓없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그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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