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무능력하며 무기력하고 무관심했던 선생님도 아니었으며, 절대적인 권력으로 아이들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군림했던 엄석대에게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화가 났던 것은 반아이들이었다. 몇 십명의 아이들은 스스로를 당연히 지배당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자신이 엄석대보다 힘이 약하기때문에..그리고 엄석대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엄석대의 수하로 들어가기를 원한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물론, 불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현실에서도 꼭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때문에 엄석대의 지배력은 힘을 발하는 것임에는 어쩔 수 없다.언제나 혼자 대항하기 힘든 일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피하는 사람을 나는 비겁자라고 부른다. 비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피해있다 다시 더 큰 힘이 다가오면 그 힘앞에 엎드리며 또다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다.사실, 어느때나 절대적인 혹은 그와 비슷한 권력자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힘이건 경제적인 힘이건 우리가 그 힘에 대항하고 맞설만한 능력이 되지 않을때가 더 많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지배력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힘을 빌어 벗어나고픈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누릴 권리조차 가질 수 없는 법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스스로 포기해버리면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최소한 그러한 결심, 그러한 다짐이 없이 살아가는 흐름에 내맡기어 사는 사람만은 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자신의 신념이 아니라 힘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모두 버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사실 많이 보고 있다. 정권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과 돈때문에 법을 어기고 그것을 또다시 돈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대항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반 아이들의 비겁함만은 닮고 시싶지 않아라고 하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그것은 독재보다도 더 무서운 포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당연히 내가 얻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독재에서 숨죽이고 있으면 다른 이익을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지라도 말이다. 엄석대의 지휘로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점을 자랑할 수 있었던 아이들처럼 그 독재란 것이 우리 스스로를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해서 결국에는 그 독재에 대한 부당함까지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책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비겁함의 안일보다는 조금은 어렵지만 옳은 일을 선택하고 싶다.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면 내 신념으로 모든 것을 감수해내는 진정한 자유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