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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는 나는 하루에도 여러 명의 구걸하는 사람들을 본다. 경쟁력이 10위 안팎이라는 한국, 정보 선진국이라는 한국, 경제위기에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세계의 중상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 하지만, 밥을 굶고 빚에 쪼들리고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막바지 수단까지 택하는 사람들의 비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들리지 않는 날이 있었던가?
문든 문득, 어린 아이 청년 아저씨 아기업은 아줌마 할머니와 장애인. 이런 다양한 모습으로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난이라는 사회적인 문제 앞에 한 번도 심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모든 삶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맨발로 뛰는 많은 분들이 있다. 구하는 손들에 도움을 안겨주며 자신의 희생에 대해서 아무런 댓가없이 행동하는 분들 앞에 서면 숙연해진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나 조금씩은 가난에 책임을 져야함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이 책이 바로 그 방법을 이야기 한다. 너무나 유명해져 버린 '그라민 은행'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고 그 사람의 절대빈곤을 타계해 주며, 이익을 내는 은행. 이름만 들어도 알 것 같은 기업의 해외 지부 확장이나, 듣기만 해도 현기증이 나는 어마어마한 돈을 대출해주는 것이 아닌 한 가정의 '먹고 살 방책'을 위한 은행일을 보며 이 은행의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졌다.
말하자면,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능력하고 도움이나 필요한 어쩔수 없이 살고 있는 귀찮은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허락하고 누구나 가난을 벗어날 수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도 한 명의 '경제인구'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이 은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난 이 점을 높이 산다. 앞날의 기회를 주기 위해 현재의 기회를 대출해주는 개념. 이거야 말로 현재 우리 나라 은행들이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아니 은행뿐 아니라 가난에 대해서 혐오와 연민만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어쨌든, 이 책에는 이 방법이 성공하기까지의 실패와 발전과정, 직접 발로 뛰는 직원들의 헌신적인 모습,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특히, 한 가정의 경제적 주도권을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옮겨줌으로써 경제적인 평등적 개념을 제시했다는 데서도 굉장한 일이라고 보여진다 - 실제로 경제적인 문제는 평등 문제와 직결되니까, 게다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곳들은 모두 이슬람이라는 문화권이 아니었던가? 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그 많은 모습들 앞에, 단지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의 메세지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의 메세지가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리라. 게다라, 이런 방법들이 은행에도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경제적인 방법에서도 매우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은 이윤 추구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 은행들이 귀담아 듣는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유누스 총재의 생각과 시도에 놀라웠을 것이고 이렇게 적은 돈이 한 사람을, 그리고 그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데에 놀랐을 것이고..또한 그 방법이 사회 전반의 경제를 살린다는데 놀랐을 것이다.
생각해 본다. 지금 저기 앉아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당장 한끼의 밥말고 사회의 경제적 인구로 인정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일까? 이 생각을 긍정적으로 만든 이 책이 참, 감사하다.
독창적이며 효율적이며, 때로는 따뜻한 이 책을 읽고 점점 추워지는 지금, 마음도 얼어붙어가는 경제 위기 앞에서 다시금 스스로를 추스려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나처럼 조금은 새로운 시도를 꿈꾸며 흥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