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퍼플 Real Purple 3 - 완결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좋은 만화의 조건에는 뭐가 있을까? 괜찮은 이야기 소재, 눈을 끄는 주인공들, 적절한 그림, 탄탄한 짜임새..그리고, 마음을 끄는 흡입력. 처음 만화를 고를 때는 '예쁜 그림'만을 찾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에 기대하는 것이 많지 않고, 또 스토리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때문에 척 봐서 이쁜 그림을 고르게 된다. 가능하다면, 주위에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물어 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취향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대충 '권해주는' 만화를 보다보면 좋은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이것저것 많이 읽으며 무수한 시행 착오끝에 좋은 만화를 발견해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 만화는 시행 착오끝에 발견한 좋은 만화다. 내가 이 작품을 읽을 때만해도 작가가 신인이었고(물론 지금은 '궁'이라는 작품으로 대단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말이다^^) 알려지지 않은 편해 속했었다. 어쩌다 읽게 된 이 만화는 '오~'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대충대충 그려낸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게 정말 신인의 솜씨인가 싶을만큼 노련한 그림과 내용은 한가닥 기쁨이 되었고~ '사랑'이라는 영원한 주제(이 세상에 종말이 와도 이 주제가 식상해 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를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멋지고 짠해졌다.

본편도 좋았지만, 난 특히 권권마다 실린 단편이 무척 좋았다. 자폐아를 둔 미혼모의 나레이션이 기억난다. 주인공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뒤에 실린 단편의 한 나레이션 부분이 똑똑히 기억에 난다. '..가슴이 먹먹해졌지.'라는 주인공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같은 또렷함. 그리고 동시에 아득해지는 느낌. 이런 느낌을 만화로 그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고대로 담아낸 작가.

어쩌면 내용이 식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공허한 느낌이 혹은 메마른 느낌이 싫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만화를 시작한 사람들이 부탁한다면, 난 내가 권해주고 싶은 작품 중에 하나로 꼽을 것이다. 날 한 순간, 사로잡았던 것만은 분명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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