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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이노의 비가 외 - 형상시집, 신시집, 진혼곡, 마리아의 생애,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ㅣ 릴케전집 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책세상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이세상 어디선가 이별의 꽃은 피어나
우리를 향해 끝없이 꽃가루를 뿌리고
우리는 그 꽃가루를 마시며 산다.
가장 가까이 부는 바람결에서도
이별을 호흡하는 우리
- 릴케, 이별의 꽃
이제 초등학교 3학년 10살이 된 내 딸 하연이, 어느날 릴케의 시 하나를 가져다가 외운다. 아비가 30년도 넘게 잊고 살았던 시를. 그러면서, 릴케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사달라고 조른다. 내방 후미진 곳 어딘가를 뒤지면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릴케의 시집 한 권쯤은 나오겠지만, 부러 인터넷 서점을 통해 가장 두툼한 듯 싶은 이 시집을 사다 주었다.
이 책 참 좋아. 내가 모르는 낱말은 뒤에 친절하게 풀이를 해줘라며 제법 읽는 흉내를 내보인다.
내 곁에 있는 딸을 보며, 나와 가장 가까운 살붙이를 보며, 더 이상 젊도늙도 못한 아비도 문득 이별을 생각해 본다.
이별이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바람. 너무 가까운 나머지, 본래 둘이 아닌 하나의 살이 찢기는 아픔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별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