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막바지다.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소식을 시끌벅적하게 들을 수 있다. 그 소란스러움 가운데에서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한쪽에 놓여져 있던 진중권의 책 하나를 화장실에 가다가 다시 펼쳐서 읽게되었다.

국가대표란 소제목의 글이 눈에 띄인다. 몇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유학을 가서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한 아프리카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왜 나에 대해서는 안 물어보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물어보니?"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단한 리버럴리스트에 극성스러운 '좌파'라고 믿었던 나 자신도 무의식의 차원에서는 결국 박정희의 자식, 우익 국가주의의 속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중권의 그 깨달음은 '국가주의 코드', '시장주의 코드', '보수주의 코드'로 확대되고, 평균적인 한국인은 박정희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결론을 맺는다.(지나가는 길에 덧붙이자면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하긴, 괴물을 만들어낸 인물이 더 괴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올림픽이 '국가주의', '시장주의'에 함몰된 것이란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요즈음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더불어 금메달을 목에 건 자랑스러운 우리의 형제 남매 동포 아들 딸 등의 구슬 땀 앞에서라면 그런 골치 아픈 이야기 따위는 잠시 잊어도 좋은 법이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왜 나에 대해 묻지 않고, 내 나라에 대해서만 물어야 하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조금 편치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