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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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와 

반환일자를 두번이나 연장했지만,

읽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뭐 작가 스스로 심혈을 기울여 썼다하기도 하고

읽는 대목 군데군데 공감가는 부분이 있기도 하여

괜찮은 책인것은 분명하다.


허나, 지난 세월호사고이후로

한국이 사회와 문화속에서 겪은 온갖 애도가 그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지난 해..쓰다보니 지지난 해가 되었다..의 촛불시위가 전 국민적인 애도의 결정판이라고 본다.

아이들의 구명조끼와 학생증과 선생님들의 신분증이 광화문에 전시되고,

배 모양의 풍선이 촛불을 달고 시위중에 둥둥 떠다닐 때..

그 이상의 애도의 퍼포먼스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애도가 일회적이지 않게 제도화 시키고, 공고화시키는 것만 남았다고 본다.


김어준말대로 프랑스혁명이 부럽지않게

애도하는 마음하나로 뭉쳐서 이뤄놓은 오늘날이다.

비롯 온갖 똥을 치우느라 몸 바빠도

역사를 굴리는 시간을 찐~하게 보내고 나니

일본작가가 쓴 애도하는 사람이라는 책이

이제는 무척이나 싱겁게만 느껴진다. 


사실 광화문에 촛불들고 나가기 전부터

한국문단에 등장한 그 수많은 빼어난 단편들이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상실감과 무력감에 치를 떨고,

애통하고 어찌 어찌 마음을 딛고 나아가는 모습들이 담긴..

독자도 작가도 제대로 겪은 그 삶의 무력함에 글들이

읽다가 지쳐 죽을만큼 많이도 쏟아져 나왔었다.


단편이 장편보다..

그 문장 하나하나에 벼린 칼이 훨씬 날카롭고 독해서

그 칼이 찌른 부분은 더욱 깊고 아팠다.


그리하여,

내게 너무도 약한 애도하는 사람


읽다가 중간에

대충 어찌되겠구나 하는 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줄거리를 찾아 읽었다. 

온갖 사연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현장을 찾아서,

살아서 사랑받고, 사랑했던 기억들을 수소문하여 수집하여

그 모르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아무런 댓가도 특별한 보상도 없이 애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암으로 죽어가는 자신의 엄마가 떠나는 순간을

전국에 죽은 자들을 애도하러 다니느라 못 본다는 결말을 아는 순간

되었다고 전하라..며 그냥 도서관에 고이 리턴하는 걸로 결론 지었다.


무슨 변명이 필요하나.

방방곡곡에 죽은 자들을 애도하러

아직 살아 숨쉴 때 지 엄마의 눈을 보고

뺨을 쓰다듬고, 마지막 호흡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만나는 삘을 뿜긴다니.

삶을 왜 그리 사나.


나는 어렸을적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살면서 유물론에 동의할 때가 많다.

영혼을 믿고, 영생을 믿지만,

동시에, 육체가 소멸하면, 한 세상이 끝나가는 것도 맞게만 느껴진다.

사람이란 이렇게 울퉁불퉁하고, 비논리적이고, 비연속적 사고의 모순덩어리다.


오늘을 사는 것도 결단이 필요하고,

있을 때 잘하고, 지닐 때 가꾸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볼을 부비는 것도 용기있는 선택이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것에는

삶을 애도하는 것이 큰 부분이리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명제는  

맹자에서 나오든지, 윤동주의 시에서 나오든지,

아님, 하다못해 나님의 입에서 튀어 나오든지

불멸의 진리인데..

이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으로 애도해야지로 확장되는데..

그리하여, 죽음이 아니라 삶을 애도하는 걸로 읽혀야지 제대로 인듯하다.


끝까지 안 읽어줘서 미안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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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재구성 - 제28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 창비시선 306
안현미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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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유(臥遊)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시집 앞부분에 나온

어항골목이라는 시를  읽고

생각이 많았다.


좋은 시는 

소리내어 읽기도

속으로 읊조리기도

손가락으로 두들기게도 한다


그리 책장을 넘기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시가

한 구석에서 빼꼼이 분위기를 풍기며 있다.


스펙트럼도 다양하시지.

허나, 본디 사람이란 그러하지 않는가

이 끝에서 저 끝이 태평양 망망대해만큼이나.


오지랖도 고향이 거기

욕심도 고향이 거기

시심도 고향이 거기


그리하여, 나도 써 본다

나의 바다에도 비슷한 삘의 물고기가 노니나니.



내 앞에도 한장의 한지가 놓여진다면


다 흘러 가버린

지난 날 빗물자국들을 한번 쓰담아 주리


수북히 쌓인 연시는 

받을 이 없어

홀로 날린 지 오래


따스한 날이면

더 하얗게 피는 꽃잎은

기왕지사 바람에 날려도

그 손길의 기억으로 떨어지고 싶은 꿈을 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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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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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빠졌던 한강작가의

온갖 상처받은 영혼 불러 들이는 글에

혼을 털리고, 기가 빨린듯하여..

좀 가볍게 가자하여 읽은 

너무 한낮의 연애는

제목만 가벼울 뿐이다.


한낮의 연애가 아니라,

너무 한낮의 연애이기 때문이라고..

아재개그를 날려본다.


일상을 살아 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지극히 평범한 삶이

이리도 위태로우며 아슬아슬한지.


그 삶을 살아가는 마음들이 묘사된 글을 읽으며,

세속에 잔혹한 기사와 화제에 물 든 나는

바로 뒷페이지에 두둥~하고 나타날 

엄혹하고 비정한 전개를 자꾸 예측하였고,

그 예측은 늘 빗나가서

더욱 애가 탔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언제나 늘 잔혹한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시작하다가 끝이 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가,

또, 위태롭게 아슬아슬하다가 

뭔가 나올 듯 불안하게 아슬아슬하다가


장편이든가?

끝장이 몇 페이지 안 남았는데..하는 순간에 멈춘다.


그 시점은 언제나 한낮이고,

너무 한낮인데,

찬란하고 밝은..이 아닌

적막하고 불안한

아무 것도 안 일어나는 듯

모든 것이 일어나는

그런 시간들이다.


보통사람들의 삶과 시간이 그러하지 않는가..

해묵은 관계와 상처들이 남긴 위태로움에

죽을 똥 살 똥하다가

임시방편이라도 생기면,

반보도 더 나아가지 않고,

딱 멈추지 않는가..


지나간 경험들이 주인공들에게 속삭인다.

알면 다친다고..

님하 그 선 넘어가, 부디 진실에 직면하지 마소..라고.


그래서,

성인이 행한 잔칫집의 기적의 포도주마냥

뒤로 갈 수록, 좋아지는 김금희의 단편은

뒤로 갈 수록, 더욱 아슬아슬하게

풀어 헤쳐지려한 상처들을 간신히 외면하고,

상처의 원인을 애써 회피한다.


몽상은 노래처럼 리듬이 있는 것 같았다.멈추고 연속되고 하면서 주기를 만든다.큰오빠는 우리 원수이지만 우리 가장이고 우리 가장은 인간 말종이지만 지금은 죽음과 신 앞에 선 가엾은 단독자이며 원수를 갚으려는 전직 샐러리맨이다.


그렇게 몽상하다 멈추고 몽상하고 몽상하다보면 그런 일들이 다 맨숭맨숭해지면서 그냥 그런 보통의 일이 된다. 샐러리맨도 보통이고 마귀도 보통이다. 인간 말종도 원수도 가엾은 단독자도 다 보통의 것, 그냥 심상한 것, 아무렇지도 않은 것, 잊으면 그만인 것,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다.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 할 것 없이 불행을 일반화, 불행을 평준화, 불행을 보통화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보통의 시절 中에서>


간신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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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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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라는 단편집에 

첫번째로 나오는

그 짧은 단편인 봄밤.

페이지 수가 서른 한 페이지밖에 안되는

그 소설 하나를 읽고,

나는 더 이상의 책을 읽지 못하고 덮었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권여선작가의 글은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우리반 전교일등의

노트필기 같다.


딱 필요한 만큼만

요약하고, 정리하고, 차트를 그려 놓은..

그런 메마르고 정없는

그런 싸가지 노트같아서

빌려가서 벼락치기하는 반친구들이

그 사무적인,

그 뼈대만 남긴,

그 무심함에 투덜거리지만

핵심은 다 들어있음을 감탄하고 만다.


실패를..

연민을..

따스함을..

이리 표현할 수도 있다.


어린 아들을 뺏기고 술주정뱅이가 된 전직교사 영경과

그 영경의 표정에서 여자 노숙인을 발견한

진짜 노숙인 신용불량자 수환이가

후다닥 해버리는 친구의 재혼식에서 만나고,

지난 세월이 챙겨준 류마티스와 알콜중독에

둘이서 다정하게 요양원에서 살아간다.


모..뭐냐..?

리빙 라스베가스에 니콜라스 케이지냐..?


새로울 거 없는 서사에

딱히 더 새로울 거 없는 

모범생다운 분모와 분자로 표현되는 인간군상학까지..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놓으면 그 사람의 값이 나오는 식이지..


익숙하지만 건조하고

건조하지만 날카로운 통찰이

억센 뼈다귀처럼

목에 터억 걸려, 

읽는 사람 마음고생 시킨다.


그 마음고생끝에

심쿵이 있다.


그 심약한 두 주인공이

서로 죽을 힘을 다해 

서로를 보낼 때까지 버텼다는 거에..

자신에게 돌아 올 행운의 몫이 

서로라는 거를 알아보는 지점에 말이다.


그렇다.


무언가,

누군가,

죽을 힘을 다해 버틸 대상이 있다는 거

삶의 어느 고비에서 만나든

행운의 몫이 맞다.


그래서,

권여선작가는 전교 일등이고,

전교 일등의 노트나 소설은 

다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지만..

짧고 맞는 말만 적어 놓은

빠싹 마른 뼈다귀가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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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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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민규작가는 글을 참 재미있게 쓰고,
흡인력있게 끌고 가며,
누구나 한마디씩 하게끔 공감하는 주제를 톡톡 잘 건드린다.

그러나, 구성과 마무리가 약해서,
초반에 끌고 나가던 그 힘이
중간이후로 빛을 잃어 흐지부지되고 마는듯하다.

이 책 역시도 그러하고..
 
그래도,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읽으면서 입이 간질거리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특히나, 그 독자가 청춘을 정통으로 지나치는 이삼십대라면 말이다.

출간된지도 좀 되었고,  많이도 회자되고,
더 이상 내 리뷰따위는 먼지에 티끌하나 보탬밖에 안될텐데도 
나 역시 읽는 내내 같이 이야기할 누군가가 참 그립더라.

사람이 살면서,
특히, 여자로 살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외모를 둘러싼 그 많은 이바구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가  숱하게 표현되었는데도 뭔가 미진하고,
말하자니 치사하기도 하고, 잘난 척하는거 같기도 하고,
사진부터 까고 말하라는 아우성이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거 같기도 한
타이밍 이 시대, 장소는 대한민국, 통과하는 시기는 현재젊음이 배경인 소설이기 때문인듯 하다.

읽으면서 이제는 잊혀졌던 지난 날의 감정들에
간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를 보는 것마냥 허걱했다.
내가 어떻게 생겼었고, 어떻게 대우받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와는 관계없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내 생김이 
평온을 위장하고 있지만,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고,
결국은 못생기고 못났다고.. 각인되어 있기에 말이다.

친절에 움추렸고, 농담에 찔렸고, 놀림감이 된거 같았고, 
뒤에서 속닥거릴 꺼라고 느껴지는 그 뭔가에 스스로 쫒겼던 지난 날
그 못남의 기억들이 이불킥각으로 살아나서
오늘 다시 내 고개를 떨군달까.
 
허나, 작가가 직접 밝혔듯이
심하게 못생긴 여성을 사랑하고, 구애하고, 연애하는 서사를 지닌 최초의 소설이라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작가의 주장과 달리 내게
그저 그런 사랑 못 해본 사람이 상상하는 
사랑을 공상과학 SF계열로 날려버리는 사랑을 가장한 적선형 사랑비스무리 이야기로만 들렸다.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는 못생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식하고 읊조리는 것은 
그 미경험의 증거이고 증명이리라.  

사람 함 사랑해 봐라.
그 사람의 외모를 잊는다.
피부도, 언어도, 눈 색깔도, 길고 짧음도..
그 뿐아니라, 다 잊는다
달리 미치는 게 아니다.

못생김은 맨 처음 진입의 장벽만 높일 뿐, 
본 궤도 오르면 기승전결의 프로세스는 같을 뿐이다. 

부끄러워하거나, 부러워하지 말자고, 챕터까지 따로 붙인
이 소설의 테마는 늘 진리인데..
외모가 아니라, 
못남에 대한 나의 반영이고,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받는 자세에 해당되는 말이라는 거
영민한 청춘들은 버얼써 알아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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