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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창비시선 313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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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주사   
                            
                                                   -이정록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
절벽에 지은 절이라서 탑도 불전도 없다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뿐이다
귀하지 않은 아들 어디 있겠느냐만
엄니는 줄 한번 더 섰단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단다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됐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
보건소장이 아주 좋을 거라 해서
한번 더 맞히려 했는데 세번째는 들켯단다
크는 흉터는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이것 때문에 가방끈도 소총 멜빵도
흘러내리지 않아 좋았다 말씀드려도
자식 몸 버려놓은 무식한 어미를 용서하란다
인연이란 게 본래 끈 아닌가
내 왼어깨엔 끈이란 끈
잘 건사해주는 불주사라는 절터가 있다
어려서부터 난 누군가의 오른쪽에서만 잔다
하면 내 인연들은 법당 마당 탑신이 아니겠는가
내 왼거깨엔 엄니가 지어주신
불주사가 있다 손들고 나서려고만 하면
물구나무서버리는 
마애불이 산다



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가 보인다

여러 찔이더라
국산이시라..

엄마
대부분, 그냥 엄마
어쩌다, 무늬만 엄마
드물게, 머리 검은 짐승 엄마

그러나, 
이정록 시인의 불주사는 
한국하고도, 중장년, 그리고  아재
그들의 가슴팍을 꿰 뚫고 지나가는 그 엄마

사는 거 그까이꺼 
본질은 늘 신파
알고도 늘 코끝을 내어주는 그 이야기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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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는 것 같다 시요일
신용목.안희연 지음 / 미디어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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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과 공존하기엔 힘겨운 삶

내 기억에게 나는 쓸모없는 청중이다. 
기억은 내게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라지만, 
나는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헛기침을 하고, 
듣다가 안 듣다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간다. 

그는 내 모든 시간과 관심을 독점하길 원한다.
내가 잠들어 있을 땐,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과 중에는 변수가 생기게 마련, 그래서 속상해한다. 

오래된 편지와 사진들을 내 앞에 안타까이 내밀면서
중요한, 혹은 그렇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을 상기시킨다, 
내 고인(故人)들로 우글거리는, 
내가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광경들에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기억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늘 현재보다 젊다. 
기쁘긴 하지만, 왜 항상 그 타령이 그 타령인지. 
모든 거울들은 내게 매번 다른 소식을 전해주는데.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면 화를 내면서
불쑥 끄집어낸다, 내가 저지른 모든 해묵은 실수들, 
심각하지만, 훗날 가볍게 잊혀버린 실수들을.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내 반응을 주시한다. 
하지만 결국엔 이보다 더 나빴을 수도 있다며, 나를 위로한다. 

내가 오로지 기억을 위해, 기억만 품고서 살기를 바란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이라면 더욱 이상적이다. 
하지만 내 계획 속에는 여전히 오늘의 태양이, 
이 순간의 구륻르이, 현재의 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때로는 기억이 들러붙어 있는 것에 진저리가 난다. 
나는 결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영원히. 
그러면 기억은 애처롭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그건 바로 나의 마지막을 뜻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렇게까지 공평할 필요는 없는데..
모든 사람마다 아버지가 주어 진다지.

무분별하게 공평하게 주어진 아버지는
역시나
무분별하게 
가장 연약하여 대책 없을 때
절대반지처럼 기억의 각인 찍어댄다지

그리하여
누구도
그 누
구에게
아버지란 정의가 이러하니
이 사람에게 어떠한 대의를 가지라고 말하지 못한다지

알면 다친다니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세상의 아버지에 대하여,
가 나에게 주었고, 주고 있고, 끝끝내 주다주다 끝날.. 사자성어로 정리한다지


슬프면서 웃길 희,

슬프면서 열받을 로,
슬프면서 다시 슬픈 더블샷
슬플 애,

슬픈데.. 집중 빠지게 즐거울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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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시인선 52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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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던 시집을 다시 펼쳤다

마음에 둔 시가 있었거든..


그런데 이 시느무시키가 숨었다

안보인다.


수배를 내린다.

그 시가 어떻게 생겼냐하믄


일단, 커다란 목련나무가 한 그루 나온다.

계절은 봄이야

꽃이 장난 아니겠지?


그 목련꽃을 보고

오토바이로 배달온 떠꺼머리 총각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이젠 목련마저 배달 하러 가.


이런 인상착의다

시인은 이문재 쌤인거 같고.


시집을 접는 게 싫어서

그냥 덮어 두었더니

그 사이 못 참고 날라 버린 시


첨부터 각잡고 다시 읽어도

약속에 늦은 연인따위에겐

자비란 없는

무척이나 이뻤던  시





봄 날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 질 뻔 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뛰어 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 날 이른 저녁이다.

 

...........................................................


찾았다.

이느무 노안

느느니 욕뿐인 이노무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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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문학동네 시인선 91
김개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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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수학과외를 붙이고,
그 시간을 차에서 기다린다.

부모의 다른 이름은 피곤이라지
성까지 붙이면 개피곤이라지

사랑의 다른 이름도 털림이라지
성까지 붙이면 개털림이라지

이제부터 그 시간은

강제독서 장려기간

오늘의 책은 
절망의 달인 김개미시인

한국에서 착륙한 후
오랫동안 내 가방에서
월마트 영수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시집
깜깜함에 감감했던 시집

그러다, 
발견했다
어둠속에 파고 있던 길을..

절망이 제대로니
길도 제대로임

이하는 모범답안


.......................................


재의 자장가
  
              김개미

창문을 열어도 바람은 없단다
일주일이면 어떻고 한 달이면 어떻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단다
눈을 감으렴
꿈속에서 찧고 까불고 날아다니렴
그림자만 밟아도 아프지 않니
고통이 너를 삼켜
참을 수 없는 날이 오면
내 깃털을 뽑으렴
비통에 젖은 노래만이 심장의 피를 돌린단다
햇살 한줄기면 된단다
그것만 쥐고 있어도 눈이 떠진단다
돌을 씹던 날들을 잊어라
배란과 배설이 나를 놓아줄 때까지
사랑이란 젖니처럼 쓸모없단다
낮이 밤이 없는 여기선
죽는 날까지 열이 내리지 않는단다
칼날 같은 눈빛을 쉴 수 없단다
그러니 아가야
기타 소리를 들으렴
아직 따뜻한 내 심장을 쪼아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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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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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는 인터넷이 거지 같았다.
아예 안되었으면, 서비스를 불렀을텐데,
되다가 말다가..하였고, 전화로 원거리 고침(trouble shooting?)을 하고,
또 되다가 말다가 하여서, 마침내, 집에 기사가 와서 고쳤다.
이곳에서 그들의 인건비는 참으로 비싸고, 그들의 걸음은 참으로 귀하다.

덕분에 나는 인터넷 금단현상으로 손톱이나 물어 뜯다가,
나의 아저씨를 못본다고 머리를 쥐어 뜯다가,
요번주는 결방이라는 소식에 기운을 내어
집에 있는 시집들을 훑고, 책들을 읽었다.

한국사는 친구가 보내준 책들은
내가 선택한것이 아니라서, 내용이 예측불허이고
그래서 골라 읽을 때마다 스릴이 느껴진다.

나는 귀찮은 게 팔자인 사람이라,
처녀적에는 이모나 엄마에게 옷을 사오라 카드를 주고,
그들이 사다주는 신발과 가방과 옷을 입고 다녔으며,
마음 맡는 미장원 언니를 찍어 놓고, 
그 언니가 짤르라면 짜르고, 염색을 하라면 염색을 하고, 볶으라면 볶았는데
참 편하고 좋았었다.

책도 이렇게 누군가가 그래주니,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인데도 익숙한 냄새가 나고 좋았다.
책을 읽어 주는 여자 혹은 남자 말고도,
책을 골라 주는 여자 혹은 남자도 괜찮은 직업이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 또한 괜찮은 직업이라 돈과 거리가 멀듯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 원고를 읽는 듯 
묘사하는 장면들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이야기가 아주 짧게 느껴지고,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와 읽는 속도는 빨라지고 말이다.

다 읽고 나서, 작가의 후기를 보니
가족을 잃은 작가의 경험이 쓰여 있었다.

중간중간에 속독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겪어 본 사람의 감정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을 때 알아 봤어야 할 일이었다.

서미애작가의 말대로
작가는 잔인한 직업이다.
견디기 힘든 시간을 지나가도,
그 감정들을 다시 실타래로 풀어내서, 
이리 이야기로 다시 짜내는 일을 하니까.

작가뿐이랴
사랑하는 사람은 별인데
그 별을 잃고도
그 한결같은 내가 서있는 곳의 풍경같았던
그 별들을 잃고도..

그 부재를 순간순간 확인하면서
몸을 일으켜 일상을 살아가는 그 숱한 사람들이
사람이 할 짓을 아닌 나날을 지켜가는 데..

쥐뿔도 모르는 나는 
그저 나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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