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비시선 278
신용목 지음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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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페루
   
                                                           신용목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은 운명을 업고 온다
도심 복판,
느닷없이 솟구쳐오르는 검은 봉지를
꽉 물고 놓지 않는
바람의 위턱과 아래턱,
풍치의 자국으로 박힌
 
공중의 검은 과녁, 중심은 어디에나 열려 있다
 
둥지를 휘감아도는 회오리
고독이 뿔처럼 여물었으니
 
하늘을 향한 단 한 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
새들이 급소를 찾아 빙빙 돈다
 
환환 공중의, 캄캄한 숨통을 보여다오! 바람의 어금니를 지나
그곳을 가격할 수 있다면
 
일생을 사지 잘린 뿔처럼
나아가는 데 바쳐도 좋아라,
그러니 죽음이여
운명을 방생하라
 
하늘에 등을 대고 잠드는 짐승, 고독은 하늘이 무덤이다,
느닷없는 검은 봉지가 공중에 묘혈을 파듯
그곳에 가기 위하여
 
새는 지붕을 이지 않는다



신용목시인의 두번째 집에 실린 시중 첫번째 시이다.

거침없이 시(詩)스러운 언어들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날리며 써 내려간다.

시집 한권 내내
어느 시 할것 없이
수준이 고루고루 높고 향기로우며,
다른 사람이 썼으면 과했을 언어들이
아무런 무리도, 거리낌없이 적절하니..
그리고, 마음 싸하고 쓰라리게 잘도 사용되어져 있는 시집이다. 

한마디로 뻑이 간 달까.
기가 죽는다고 할까.

다 읽고..
뒷부분의 서평도 읽고..
동감하며, 끄덕이는 데..
맨 뒷부분의 시인의 짧은 말이
아직 안끝났다며 한방을 보탠다.


" 그사이, 추억은 세간을 버렸고, 꿈은 두번째 이사를 했다.
다시는 가닿을 수 없는 곳.
언젠가는 밤새 건너야 할 그 여백이 나를 온통 채울 것이므로,
대를 쪼개 뗏목을 짓듯 지나간 주소를 적어둔다.

아픔을 잃었을 때가 정작 마음이 병든 때라는 것을
말기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더는 무엇에도 울지 않는 몸에 사랑은 왕진하듯 다녀갔다.
그때마다 하늘의 환한 구멍이 까맣게 새들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더는 무엇에도 울지 않는 몸을 만들겠다고
한번 해보겠다고 덤비며 사는 게
사는 것의 득도이자,득템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왕진 온 사랑은
​노로바이러스 거지 발싸개 취급을 하며 말이다.


시인이 말기가 되어서야 깨달았다는 고백에
그나마 늦기는 마찬가지 아니냐 안도하며
하루에 한장씩 그의 시를 읽어 보련다.

그때마다 내 하늘의 환한 구멍도 
무언가를 삼키겠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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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8-02-0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