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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한동안 빠졌던 한강작가의
온갖 상처받은 영혼 불러 들이는 글에
혼을 털리고, 기가 빨린듯하여..
좀 가볍게 가자하여 읽은
너무 한낮의 연애는
제목만 가벼울 뿐이다.
한낮의 연애가 아니라,
너무 한낮의 연애이기 때문이라고..
아재개그를 날려본다.
일상을 살아 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지극히 평범한 삶이
이리도 위태로우며 아슬아슬한지.
그 삶을 살아가는 마음들이 묘사된 글을 읽으며,
세속에 잔혹한 기사와 화제에 물 든 나는
바로 뒷페이지에 두둥~하고 나타날
엄혹하고 비정한 전개를 자꾸 예측하였고,
그 예측은 늘 빗나가서
더욱 애가 탔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언제나 늘 잔혹한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시작하다가 끝이 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가,
또, 위태롭게 아슬아슬하다가
뭔가 나올 듯 불안하게 아슬아슬하다가
장편이든가?
끝장이 몇 페이지 안 남았는데..하는 순간에 멈춘다.
그 시점은 언제나 한낮이고,
너무 한낮인데,
찬란하고 밝은..이 아닌
적막하고 불안한
아무 것도 안 일어나는 듯
모든 것이 일어나는
그런 시간들이다.
보통사람들의 삶과 시간이 그러하지 않는가..
해묵은 관계와 상처들이 남긴 위태로움에
죽을 똥 살 똥하다가
임시방편이라도 생기면,
반보도 더 나아가지 않고,
딱 멈추지 않는가..
지나간 경험들이 주인공들에게 속삭인다.
알면 다친다고..
님하 그 선 넘어가, 부디 진실에 직면하지 마소..라고.
그래서,
성인이 행한 잔칫집의 기적의 포도주마냥
뒤로 갈 수록, 좋아지는 김금희의 단편은
뒤로 갈 수록, 더욱 아슬아슬하게
풀어 헤쳐지려한 상처들을 간신히 외면하고,
상처의 원인을 애써 회피한다.
몽상은 노래처럼 리듬이 있는 것 같았다.멈추고 연속되고 하면서 주기를 만든다.큰오빠는 우리 원수이지만 우리 가장이고 우리 가장은 인간 말종이지만 지금은 죽음과 신 앞에 선 가엾은 단독자이며 원수를 갚으려는 전직 샐러리맨이다.
그렇게 몽상하다 멈추고 몽상하고 몽상하다보면 그런 일들이 다 맨숭맨숭해지면서 그냥 그런 보통의 일이 된다. 샐러리맨도 보통이고 마귀도 보통이다. 인간 말종도 원수도 가엾은 단독자도 다 보통의 것, 그냥 심상한 것, 아무렇지도 않은 것, 잊으면 그만인 것,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다.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 할 것 없이 불행을 일반화, 불행을 평준화, 불행을 보통화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보통의 시절 中에서>
간신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