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 네팔 트레킹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김남희 글.사진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를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럽다'고 하는 여행가 김남희와 (책으로) 떠나는 네번째 여행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네팔의 아름다운 설산 트레킹 코스로 안내한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산'이었다.

나는 산과 그렇게 친하지 못하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산에 열광하는 것이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

물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경치를 보면서 천천히 트레킹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에 힘이 들게 되면서부터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비록 정상에 올라 그 땀에 대한 보상을 받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산이 동네 뒷산이든, 아니면 히말라야의 장엄산 설산이든 그 차이가 있을까?

저자가 다른 책과 이야기 속에서 발췌해 들려주는 많은 산악인의 도전 일화와,

또한 산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산과 자연을 생각해 보았다.

 

장엄한 자연 속에서 완연히 혼자가 되어 보는 것.

그래서 그 자연을 한번 몸으로써 맞닿아 보는 것.

혹은 누군가와 함께라도 괜찮은.. 산은 스스로의 힘으로 걷는 것이기에.

그럼으로써 가장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고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느끼는 그 감정으로

일상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추스릴 수 있다면

보다 힘있고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삶과 사회와 일과 관계에 지쳐 있는 지금의 나.

막막하고 힘들고 두려운 내일.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길까, 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는

길 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런 희망으로 또 한 걸음을 내딛고 있지 않을까.

그들을 응원한다.

나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의 짧은 '비일상적' 순간에 대한 예지력을 가진 청년이 계속 해서 등장하는 연작 단편집.

<13계단>에서 신인답지 않은 솜씨를 보인 가즈아키의 책이라 망설임없이 읽을 수 있었다.

 

초능력자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모험 소설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책은 아니다.

표제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와 <3시간 후 나는 죽는다>가

제목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다시피 시간적 급박감으로 인한 서스펜스적 요소가 있지만

대체로 모든 작품들이 일상에 '비일상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위 두편은 시간적으로 정해진 죽음을 막기 위한 주인공들의 노력,

<시간의 마법사>는 일종의 타임 트래블,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날>은 빙의 현상,

그리고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돌하우스 댄서>는 그야말로 미래 예측이라는 소재로 사건들이 전개되는데.

 

이 다섯 편의 단편에서 가즈아키가 그리고 싶었던 주제는 명확하다.

미래. 그 중에서도 '희망찬 미래'이다.

(주인공 중의 한명은 그 이름 마저도 未來이다. '미쿠'라고 읽지만..)

 

만일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이란 가정은 누구나 해보게 되지만,

복권을 산다, 이런 식의 단편적인 가정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자신의 운명을 알고서 그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결과를 알고 있다는 상황에 휩쓸려 더 안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해진 것이 운명이라면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주어진 운명 안에서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여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답이라는,

그러다 보면 그 운명을 극복할 수도 있으며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카노 가즈아키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주인공들의 미래와 삶이 언제나 불확실하지만 희망적인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것들이

너무도 기분 좋았던 단편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 서브 로사 3 -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로마 서브 로사 3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섞어 놓은 팩션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는,

그 팩션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적 배경에 대하여 흥미로운 사건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로마의 정치에 등장하기 이전,

술라의 독재가 끝나고 키케로가 그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

키케로의 반대에 서며 또 다른 정치가로서 꼭대기에 서고 싶어했고

결국 선거에서 지면서 반란을 꾀했다가 전투에 패해 죽은 카틸리나.

 

로마의 복잡한 생활이 지겨워 시골 농장으로 떠난 고르디아누스가

이 카틸리나와 역이면서 또 다시 로마 정치의 한복판에서 움직이게 되고

그에 3구의 머리 없는 시신의 수수께끼와 함께 또 다시 그의 활약이 펼쳐진다.

 

거대한 제국을 이루며 끝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었던 나라인 로마는 그 심장부답게

언제나 복잡한 정치의 소용돌이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 이루어지는 '선거'라는 제도는 제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공화국 체제로 그 큰 나라를 이끌어갔던 로마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제도였다.

비록 귀족과 기사와 자유인,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별이 존재했지만

귀족의 원로원에 맞서는 호민관 제도 그렇고 여러 모로 그 당시로는 최선진적인 제도로 보아도 될 것이다.

 

그 선거라는 제도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어찌 보면 이번 편의 백미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로마의 미시사를 보여준다는 특장점을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하게 판치는 논쟁과 폭력,

매수와 협박,

선거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음모는 가히 모범적이라 할 수 없겠지만

또 다른 선거를 얼마 안 남긴 2천년 뒤의 우리 나라를 보아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게 보인다면 당시의 로마가 미개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와중에 드러나는 시신들의 수수께끼는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예기하기 쉽지 않은 반전이었고 그에 따라 미스테리 소설로서도 이 책이 훌륭하고

독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책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 결과로 고르디아누스가 다시 로마로 돌아갔으니

1차 삼두 정치가 시작된 로마에서 그가 또 어떤 활약을 펼쳐줄지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셀로>의 인물들은 대부분은 단선적이다.

오셀로는 사랑과 질투와 후회로 이어지는 그의 행동에서

오직 단선적인 판단으로 이분법적 사고를 할 뿐이다.

데스데모나는 오로지 오셀로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사고와 행동을 하며,

카시오는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유지하려 하고,

로드리고는 데스데모나에 대한 욕망으로 움직인다.

에밀리아 역시 일반적인 인간형이다.

 

세익스피어 극의 위대한 점은 이렇듯 평이한 인간형을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리면서도

그 평이함을 범상하지 않게 표현함에 있다.

연극이라는, 그리고 희곡이라는 예술의 특성상 몇 마디 대사와 행동(지문)으로 밖에 표현 수단이 없음에도

이 인간형들의 전형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로 인하여 나오는 몇 마디 대사가

너무도 설득력있게 다가와 마치 입체적인 인물인 것처럼 동화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우리의 행동과 말과 생각이 깊이있고 폭넓게 고찰한 것처럼 착각하며 살지만

지나고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편협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부끄러운 적이 있을 터.

그러고 보면 세익스피어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그러한 설득력이 당대에, 그리고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가 세익스피어를 읽고 관람하는 것이리라.

 

이 극에서 거의 유일하게 입체적이며 변화적인 성격과 행동을 보이는 인물은 이야고이다.

어찌 보면 그가 이 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법 한데,

이야고는 카시오의 자리에 대한 욕망과,

로드리고의 보석에 대한 탐욕에서

오셀로에 대한 미움과 질시, 데스데모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거부 등으로 그의 간계의 대상을 변화시킨다.

극중 여러 곳에서 그의 이러한 변화에 대한 복선이 많이 깔리고 있으며,

그 복선을 좇아 따라가며 그의 간교한 대사들과 행동을 따라가는 것이

이 극의 주된 감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간계에 빠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여러 인물들을 보며 안타까워 하는 것이

이 비극을 감상하며 느끼는 일반적인 반응이겠지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느끼게 되는 감상은 이야고라는 인물에 대한 시각의 변화이다.

 

간교하고 악랄한 악역이나,

그의, 위와 같은 입체적 성격의 변화를 일으키는 내재적 요인이 무엇일지..

과연 어떤 점이 그라는 인물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어 졌을지를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비록 극중에서는 전혀 그런 점이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상의 여지가 많다.

요즘의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그저 악랄하기만 할 뿐인 악역과 달리

배경이 없음에도 이야고는 그의 행동이 뭔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것이 고전의 힘이라면

역시 세익스피어는 고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우선 표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해외에서 날아온 낯선 엽서와도 같은 느낌의 더스트 커버.

소인과 지은이인 요시다 슈이치의 이름이 보낸 이처럼 보여

마치 이 책을 들고서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커버를 살포시 벗겨보면 하드 커버 겉면은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의 한 곳의 지도같은 그림이

이쁘게 프린트되어 있다.

 

자세히 거리 이름들을 살펴보면

이 책에 실린 각 단편들의 이름이 지명으로 되어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요시다 슈이치가 펼쳐 놓은 도시의 한곳 한곳으로

골목길 여행을 떠나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작가가 10년 집필 기간 동안 써내려온 단편들을 모다 하나하나 만나는 것은

시간적이기도 하고, 상념이 머무르는 공간적이기도 한,

작가가 그려낸 한 세계로의 여행이 아닐까.

천천히 그가 안내하는 슈이치 소설의 세계 혹은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에서 마치 여행기같은 이야기들을 연상하게 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보다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작은 일상과 이야기들의 집합이다.

그 안에서 때로는 작고, 때로는 클 수도 있는 사건들을 겪고 살아가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삶의 종착점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여행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낯선 도시에서의 식사를 기점으로 한 두 사람의 생각 (그 낯선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고층 호텔이라는 지극히 도시스러운 공간으로의 이동,

여전히 도시에서 일어날 법한 이웃과의 마찰 속의 소시민적 희망.

변함없지만 초라해지는 도시의 한 구역에서의 추억 등..

 

도시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일어날 법한 작은 일화를 감수성 풍부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짧은 글로 잡아내는 기법은 동일하되,

작가가 변해감에 따라서 변화해 왔을 그의 감성에 따라

지극히 서정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그 반대일 경우도 보인다..

 

흥미있는 독서 경험이었다.

작가의 변천이랄까, 흐름을 단편들로만 만나는 것.

그리고 그 소재들이 낯설지 않으면서도 다른 경험과 감성인 것..

 

나 역시 도시에서 내일도 여행을 떠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