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짧은 '비일상적' 순간에 대한 예지력을 가진 청년이 계속 해서 등장하는 연작 단편집. <13계단>에서 신인답지 않은 솜씨를 보인 가즈아키의 책이라 망설임없이 읽을 수 있었다. 초능력자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모험 소설이나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책은 아니다. 표제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와 <3시간 후 나는 죽는다>가 제목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다시피 시간적 급박감으로 인한 서스펜스적 요소가 있지만 대체로 모든 작품들이 일상에 '비일상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위 두편은 시간적으로 정해진 죽음을 막기 위한 주인공들의 노력, <시간의 마법사>는 일종의 타임 트래블,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날>은 빙의 현상, 그리고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돌하우스 댄서>는 그야말로 미래 예측이라는 소재로 사건들이 전개되는데. 이 다섯 편의 단편에서 가즈아키가 그리고 싶었던 주제는 명확하다. 미래. 그 중에서도 '희망찬 미래'이다. (주인공 중의 한명은 그 이름 마저도 未來이다. '미쿠'라고 읽지만..) 만일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이란 가정은 누구나 해보게 되지만, 복권을 산다, 이런 식의 단편적인 가정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자신의 운명을 알고서 그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결과를 알고 있다는 상황에 휩쓸려 더 안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해진 것이 운명이라면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주어진 운명 안에서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여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답이라는, 그러다 보면 그 운명을 극복할 수도 있으며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카노 가즈아키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주인공들의 미래와 삶이 언제나 불확실하지만 희망적인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것들이 너무도 기분 좋았던 단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