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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김규항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김규항의 글이 좋다.
공들여 쓰여진, 날이 서도록 벼려진 정제된 글들.
그리고 그 글들이 벼려진 만큼 자신의 삶과 주변을 돌아보는 데에 있어 여전히 좌파적 시각과 행동을 벼린 상태로
아이들과 함께 부모로서 살아가고 있는 삶을 보면,
그의 글의 진실성이 느껴져서 좋은 것이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었던 지승호의 김규항 인터뷰집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와 함께
최근 몇년 간의 김규항의 생각들을 일별할 수 있는 글 모음집이다.
그의 관심은,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는 '계급성'
정치적 민주주의와 구별되어야 할 경제적 민주주의, 즉 부의 재분배와 관련한 문제
예수를 통해 재해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이나 그 본질에 대해 크게 논의되거나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교육 문제
지식인의 역할과 사회 운동
등으로 카테고리화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가 활동하는 노선과 실천적 움직임에 100%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지적하는 계급의 문제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지적은 완전히 공감하며,
소위 진보적입네 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사회에 순응해 버릴 수 밖에 없는
많은 이 땅의 중산층들에 대한 가슴아프고 서글픈 지적에는
나 스스로도 찔려 주저 앉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나 역시 수구꼴통들의 작태와 부의 재분배를 모르는 엘리트 주의자들에 대해
게거품 물고 흥분하며 화를 내지만
내가 자식을 낳았을 때 그 자식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서 잘 살아남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 뻔하며
그 노력이란 게 결국 사회 순응적이며 그 아이가 엘리트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규항이 그의 자녀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다.
나 역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야 할 텐데.
내가 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D급 좌파로 남아 조금이라도 이 세상이 살기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이러한 다짐을 매번 하도록 만들어주는 그의 글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