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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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만큼 유명한 영국인도 흔치 않은 가운데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역시 <햄릿>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깨를 겨루는 유명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논란도 많고 해석도 분분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고찰이 심도있게 시도된 작품이 바로 <햄릿>이다.

 

줄거리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줄거리 보다는 대사에 함축된 고뇌와 번민, 그리고 존대성에 대한 고찰 등을 읽는 것이 이 작품을 읽는 재미라 하겠다.

가장 유명한 대사인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역자인 최종철 교수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고 옮기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가장 잘 알려진 번역인 "사느냐 죽느냐" 보다 더욱 존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존재성에 대한 철학서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 은

이 대사에 운을 맞추어 제목을 정했는데

사실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서 존재론 등을 논하는 인문사회과학의 방식에 반하여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졸업장의 전공을 정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단순히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작은 미생물 하나도 역시 살아 움직이므로 그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성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제공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보편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많은 윤리학자에 의해 태고적부터 연구되어 왔지만

그 누구도 정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햄릿은 삼촌에 의한 부왕의 살해와 어머니의 부정한 결혼을 목도하고,

그에 대한 복수심, 오필리어에 대한 사랑, 신하와 나라에 대한 욕구,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심정 등이 얽힌 어지러운 심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고민한다.

존재성을 포기하고 그냥 살아버리면 삶은 편안할 수 있으나,

부왕의 유령이 그에게 던진 숙제는 그렇게 할 수 없도록 한다.

이어지는 대사에서 끊임없는 유혹에 대한 번민이 드러나듯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햄릿과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 삶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저러한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인간으로서 고결하게 살아갈 의무를 저버리고 쉬운 길만을 택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살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과연 나는 존재하는 인간인지 생각해 보면서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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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목걸이 펠릭스 캐스터 2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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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페이지가 넘는 두터운 책을 읽고서 맨 뒤 표지를 넘겼을 때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판타지, 하드보일드, 히어로물, 미스터리 독자까지 만족시킬 기발한 소설"

바로 이거였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전작보다 스케일이 커짐으로써

여러 가지 소설적 장치들과 플롯, 묘사가 많아졌고 결국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혼합하여 내재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퇴마'의 능력을 가진 이는 당연히 일종의 히어로가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단어 그대로의 퇴마사라고 부르기는 약간 무리가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히 마 혹은 영들을 쫓는 것이 아닌, 부르고 대화하며 흔적을 좇고

 해석하는 것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수퍼 히어로라기 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직업적 히어로이며 따라서 생계형 일진대,

그들이 주로 다루는 일이 펠릭스와 같이 거친 분야에 뛰어 들게 되고 다루는 성격이 그와 같다면

또한 당연히 하드보일드일 수 밖에 없다.

 

좀비, 루가루 등의 괴물(?)들이 일상적으로 등장하지만 호러가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여 살아가며 산자와 죽은자들의 관계에 대한 법령 제정 등이 이루어지는 세계관은

판타지스럽다.

그리고, 긴 스토리는 펠릭스에게 퇴마의 일보다는 수수께끼와 같은 사건을 풀어가는 역할을 줌으로써

미스테리적 요소도 지닌다.

 

영화와 그래픽 노블의 스토리 작가로 활동했던 저자는 그 화려한 경력에 맞게

훌륭한 장르의 조합을 통하여 다양한 장르팬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장르들을 두루 좋아하는 나에게는 매우 사랑스러운 시리즈.

 

이번 작에서 펠릭스는 한 소녀 유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에 연루되어

쫓고 쫓기며 이리저리 사건을 치고 받는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한번 보고 싶은 서큐버스 줄리엣과,

편집증적이지만 밉거나 짜증나지 않고 귀여운 좀비 니키.

조금은 안타까운 라피와 펜 등 펠릭스 주변의 인물들의 캐릭터는 점점 명확해지고 생생해지며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 역시 보다 명확해진다.

이어질 시리즈를 통하여 펠릭스를 계속 지켜보는 즐거움이 큰 만큼,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고통 또한 커지는 작품.

차라리 완간되면 볼 걸 그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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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담 전집 01 - 한국 편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1
신동흔 엮음 / 황금가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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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민담이란 것은 그 나라와 그 민족의 생활상과 민족관이 가장 깊고도 편하게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민담을 읽는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에 구구히 내려온 생각과 민족상을 읽는다는 것이며,

그로써 이해도의 폭을 넓히는데 매우 요긴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황금가지에서 출간되고 있는 세계민담전집 시리즈는 매우 의미있는 기획이라 생각되며

나 역시 한권한권 즐겁게 읽고 있다.

그 시리즈의 첫권은 당연하게(?) 우리 나라의 민담에 관한 것이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거창하게 민담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을 베고

졸라서 하나하나씩 듣다가 잠들었던 소위 '옛날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 채록된 많은 이야기들은 선녀와 나무꾼이나 우렁각시 이야기처럼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고유의 민담임에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으니

우리 고유의 얼과 삶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보존하고,

구비 문학인 만큼 입에서 입으로 우리 후대에게 전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죽 읽다보면 몇 가지 공통된 주제점들이 보인다.

 

효, 우애 등의 덕목을 강조하여, 이를 지키면 복을 받는다고 하는 이야기들..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한번에 뒤엎어 신분 상승 및 가난을 극복하게 되는 행운 이야기들..

고난한 삶을 뒤엎는다는 일종의 혁명 이야기들..

해학이 묻어나는 재미 위주의 이야기들..

슬기로써 위기를 벗어나는 재치있는 이들의 이야기들.. 등등..

 

모두다가 재미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들에는 어느 것 하나 해학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슬픈 이야기이든, 기쁜 이야기이든 어떤 것에서라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려는 우리 민족성 탓이리라.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기억해 두면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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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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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태양이 사라진다면?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사라진다면?

그것이 어느 원인에 기인한 것이든지, 이러한 극한 상황을 소재로 한 재앙 소설은 (혹은 영화는)

수없이 변주되어 왔다.

더 이상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로.

 

독일의 유명한 저널리스트라 할 수 있는 저자가 첫 소설로 이러한 재앙 소설을 택했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다.

많은 텍스트와 사회 현상을 접했을 저자는 과연 재앙적인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을까?

 

결과적으로 이 책은 재앙 소설이 아니었다.

극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의 수기를 통해서

온전히 혼자된 자의 고독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심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그리고 자신을 싸고 있는 껍데기를 온전히 벗어던진 채 가장 솔직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서

마치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속시원하면서도 아팠다.

 

온 세상에 자신만이 남아 있는 절대적 고독감에 속에 주인공인 로렌츠가 계속하여 떠올리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했었던 여인 마리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가운데

그가 떠올린 '남자'로서의 사랑에 대한 자신의 이기심과 나약함, 그리고 받은 사랑은

나를 가슴아프게 했다.

최근 유행했던 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듯

남자와 여자의 생활하는 방식은 많이 다를진대,

그것을 서로 이해하거나 공감하기란 너무 힘들어서

원하지 않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아픔을 겪기도 한다.

결국 죽음으로써 그녀를 영원히 상실하고만 로렌츠의 후회섞인 회상은 많은 남자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과연 후회없이 사랑하는 것은 어찌 해야 가능할지..

 

종교라든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생각들을 거쳐

로렌츠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그것은 그와 같이 고독 속의 세상에 살아남은 또 한명의 사람인 핀.

그에 대한 믿음과 사랑 속에서 동성간의 사랑에 대한 육체적 번민 등과 심리적인 우정과 사랑.. 등의

미묘한 차이에 대하여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거나 인정하기 힘든 로렌츠는 또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핀이 사라짐으로써  마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 고독 속에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수기의 형식으로 담담히 적어내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로렌츠의 많은 이야기들은,

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한다.

이토록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될 것이다.

나 자신도 오랫동안 일기를 쓰고 있으나,

아직도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할 때 거르고 있음을 항상 느끼고 있다.

과연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지고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고려와 생각을 하는 것은

이런 극한 상황에만 가능할까?

한번 조용한 이 새벽에 명상의 시간을 가질 일이다.

 

끝내 이 책에서는 이 수수께끼와도 같은 기상 변화와 사람들의 사라짐이라는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는다.

수기를 마치고 떠나는 로렌츠의 모습에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온전히 독자에게 맡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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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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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어렸을 때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서 들여다 보던 생각이 난다.

색색의 종이들이 거울에 반사되어 이렇게 저렇게 모양이 바뀌던 아름다움.

친구와 둘이 하나씩 사서 바꿔 보면 항상 다른 무늬가 나왔던,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장난감이었다.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아마도 너무도 단순하여 흥미거리를 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어찌 보면 만화경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이렇게, 저렇게 보면 저렇게..

항상 변화무쌍하고 비슷해 보이지만 같지는 않다.

또한 하나의 이미지가 거울에 비추어져 확대되는 것처럼

'나'라는 주체가 여러 가지 Social Status 에서 다른 모습과 Identity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흔히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하지만 또한 '세상은 만화경'이 아닐지.

 

요이야마라는 일종의 지역 축제가 벌어지는 교토는 그야말로 정신없는 축제의 한장이다.

그 안에서 여러 명의 인물들의 독특한 여섯 가지 경험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때로는 이 사건들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사건들이

하나하나 읽다보면 얽혀 있는 사건들이라,

마치 만화경 속의 그림들이 환상이고 그와 같은 우리 삶의 모습이 현실임을,

그러나 그것들이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모든 사건들의 배경에는 요이야마가 등장하는데,

이 정신없는 축제라는 것이 또한 우리네 삶의 일상을 비현실적인 꿈과 같은 것으로

잠시나마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를테면 현실의 이미지를 거울로 둘러싸서 만화경 속의 환상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것처럼..

 

거창한 장난과

축제 속에 길을 잃었던 꼬마 자매..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택했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현실과 환상을 한번 다시 쳐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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