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 만큼 유명한 영국인도 흔치 않은 가운데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역시 <햄릿>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깨를 겨루는 유명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논란도 많고 해석도 분분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고찰이 심도있게 시도된 작품이 바로 <햄릿>이다. 줄거리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줄거리 보다는 대사에 함축된 고뇌와 번민, 그리고 존대성에 대한 고찰 등을 읽는 것이 이 작품을 읽는 재미라 하겠다. 가장 유명한 대사인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역자인 최종철 교수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고 옮기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가장 잘 알려진 번역인 "사느냐 죽느냐" 보다 더욱 존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존재성에 대한 철학서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 은 이 대사에 운을 맞추어 제목을 정했는데 사실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서 존재론 등을 논하는 인문사회과학의 방식에 반하여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졸업장의 전공을 정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단순히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작은 미생물 하나도 역시 살아 움직이므로 그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성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제공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보편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많은 윤리학자에 의해 태고적부터 연구되어 왔지만 그 누구도 정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햄릿은 삼촌에 의한 부왕의 살해와 어머니의 부정한 결혼을 목도하고, 그에 대한 복수심, 오필리어에 대한 사랑, 신하와 나라에 대한 욕구,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심정 등이 얽힌 어지러운 심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고민한다. 존재성을 포기하고 그냥 살아버리면 삶은 편안할 수 있으나, 부왕의 유령이 그에게 던진 숙제는 그렇게 할 수 없도록 한다. 이어지는 대사에서 끊임없는 유혹에 대한 번민이 드러나듯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햄릿과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 삶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저러한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인간으로서 고결하게 살아갈 의무를 저버리고 쉬운 길만을 택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살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과연 나는 존재하는 인간인지 생각해 보면서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