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민담이란 것은 그 나라와 그 민족의 생활상과 민족관이 가장 깊고도 편하게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민담을 읽는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에 구구히 내려온 생각과 민족상을 읽는다는 것이며, 그로써 이해도의 폭을 넓히는데 매우 요긴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황금가지에서 출간되고 있는 세계민담전집 시리즈는 매우 의미있는 기획이라 생각되며 나 역시 한권한권 즐겁게 읽고 있다. 그 시리즈의 첫권은 당연하게(?) 우리 나라의 민담에 관한 것이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거창하게 민담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을 베고 졸라서 하나하나씩 듣다가 잠들었던 소위 '옛날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 채록된 많은 이야기들은 선녀와 나무꾼이나 우렁각시 이야기처럼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고유의 민담임에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으니 우리 고유의 얼과 삶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보존하고, 구비 문학인 만큼 입에서 입으로 우리 후대에게 전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죽 읽다보면 몇 가지 공통된 주제점들이 보인다. 효, 우애 등의 덕목을 강조하여, 이를 지키면 복을 받는다고 하는 이야기들..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한번에 뒤엎어 신분 상승 및 가난을 극복하게 되는 행운 이야기들.. 고난한 삶을 뒤엎는다는 일종의 혁명 이야기들.. 해학이 묻어나는 재미 위주의 이야기들.. 슬기로써 위기를 벗어나는 재치있는 이들의 이야기들.. 등등.. 모두다가 재미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들에는 어느 것 하나 해학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슬픈 이야기이든, 기쁜 이야기이든 어떤 것에서라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려는 우리 민족성 탓이리라.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기억해 두면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