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은 가고 싶은 여행지 세계여행사전 1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부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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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가끔씩 읽었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정작 영어 공부보다는 그 사진에 빠지도록 만들었었던 책들이었다.

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수많은 사진 기자들이 찍어 올린 사진들과 그에 곁들여진 생생한 글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해외 여행은 쉽게 꿈꿀 수 없었던 시절의 내게 언제나 꿈을 꾸게 만들었었다.

 

제법 세월이 흘러 지금은 누구나가 디카나 캠코더 들고 여행 스윽 갔다 와서 쓴 여행기도 넘쳐나고

TV만 틀면 지구 방방곡곡의 문물을 소개하는 여행 다큐 프로그램도 많아

가보지 않았어도 마치 간 것 마냥 느끼게 해줄 만한 좋은 컨텐츠들이 넘쳐 난다.

 

하지만 아시아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육로로 국경을 맞댄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움직여 여행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정적이다.

때문에 나름 이리저리 다녀봐도 한국 사람이 없는 여행지가 없게 마련.

여행기들도 비슷비슷하다.

 

좀더 다른 시야로, 다른 방식으로, 여행할 방법을 찾는 이들에게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아예 '여행 사전'을 만들어 제안한다.

사전식 구성이기 때문에 각 여행지들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여행하는 방법에 따라 (배, 자동차, 기차, 도보, 비행기 등)

또는 여행하는 목적에 따라 (문화 탐험, 식도락, 레저, 인물 등)

많은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유명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는 곳도 있고,

오지라서 아무나 가기 힘든 곳도 있으며

가는 방식 또한 긴 휴가를 받으며 휴가를 떠나는 서양식 방식에 맞을 수도 있고

짧지만 큰 맘 먹고 떠나는 우리 방식에 맞을 수도 있는 다양한 곳들을 소개한다.

 

나라별이나 도시라기 보다 스팟성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크게 루트를 짠다거나 하는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사전식 구성의 책이 의례 그렇듯

아무 데나 펼쳐서 맘에 드는 페이지를 읽어도 좋고

앞에서부터 주욱 읽어도 좋다.

2-3페이지의 소개글들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어느새 사고 싶은 곳의 위시 리스트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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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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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굴지의 두 개의 출판사에서 동시에 다른 책들을 내고

각각의 책날개의 다른 출판사의 책을 홍보하여 동시에 서로 마케팅을 해주었다 하여

화제가 되었던 작가가 바로 레베르테 이다.

그 만큼 핫했던 작가였고, 스페인 문화 문화권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그의 필력은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참으로 오랜만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그의 작품은 그동안 국내 번역된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던 나에게도

꽤나 생소한 느낌이었다.

 

이전의 모험 가득한 여러 장르의 흥미로운 통속적 소설들과는 달리,

이 책의 등장 인물은 서너 명에 불과하며 장소는 극히 제한적이다.

다만 주인공의 전 직업이었던 종군 사진 기자 시절을 추억하며 수없이 많은 전장의 이야기가 나올 뿐.

실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생각되는 많은 전장의 이야기들은,

과연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이라는 것에서 그림이라는 것으로 바뀐 것은

point에서 term으로 바뀐 것을 의미하며 과연 그것이 무엇을 나타낼지..

순간적이고 기계적인 사진과 시간을 좀더 두며 수정도 가능하고 창조적인 그림.

책 속의 주인공이 크나큰 상실을 통하여 깨달은 바가 무엇이었는지 모르나 그는 그렇게 변했다.

그리고 그가 전장 속에서 느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해 벽화의 주제로 전쟁화를 택한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 사랑, 삶, 순간, 역사들은 미완적이었다.

그가 카메라의 뷰 뒤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양 가만히 있었을 때에서 삶은 움직이고 있었고,

그 역시 그 순간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의 카메라 앞의 피사체였던 한 남자가 그를 찾아옴으로써

그는 그가 찍었던 순간들과의 분리에서 벗어나 그 순간들과 적극적으로 조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더군다나 그가 죽음을 이야기함에야.

 

작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전쟁이란 극한 상황 속에서 어찌 보면 철학적이기도 한, 그러나 아주 사실적인

삶 전반에 대한 고찰을 꾀한다.

나는 전쟁을 겪어 본 일도 없고 그 정도로 극한 상황을 겪어 본 일이 없기에

묘사되는 끔찍한 광경들을 떠올리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진에서 변화된 벽화들이 단순히 죽어있는 평면적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삶의 한순간임을 보이는 영원성을 획득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서야 이 벽화가 무엇을 상징하며 어찌 완성되는지를 알게 되는데..

역시 작가의 수준 높은 솜씨라 할 수 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 식의 소설은 아니나,

찬찬히 읽어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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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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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까미노 데 산띠아고에 대한 책을 한권 접한 뒤에 스페인 북부의 이 길은

내가 가장 가고 싶고 걸어 보고 싶은 꿈의 길이 되었다.

지금도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고 내 자신을 좀 열고 싶을 때는 정처없이 몇 시간이고 걷기를 좋아하는데,

800킬로미터를 정처없이, 또한 무언가를 만나며 걷는다면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지금의 나를 어떻게든 끌려 올려줄 수 있지 않을까.

그 길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내 자신이든, 신이든, 혹은 어떤 인연이든 간에

딱 하나만 그 길에서 얻어오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도 강하다.

일상에서 얻기 힘든 어떤 것을 그 일상을 벗어나서 얻겠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음에도 왠지 까미노에서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희망.

 

당장 떠나기에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기에 일생의 숙제로 남겨두면서도

그 곳을 조금씩이나마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에

먼저 다녀온 이들의 책들을 한권 두권 모아가며 읽고 있다.

그 책들의 저자에는 기자도 있었고, 가수도 있었고, 전문 도보 여행가도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담고 간 사연도 각기 다르고, 그들이 얻어온 것들도 많이 달랐었던 이야기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 문인의 또 다른 사연이다.

 

삶의 원숙기에 접어들고 문단에서 상당한 위치에 서 있으며,

그가 살아온 삶 또한 범상치 않고 그의 남편으로 인하여 또 다른 삶을 짊어진 한 여류 소설가.

그녀가 어느날 문득 무언가를 떨치고 나와야 겠다는 계기를 얻고

유언장까지 써 놓은 채로 훌쩍 떠났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그 안의 신을 만나기 위함.

무엇이, 누가 그를 그토록 비장하게 만들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무언가를 애타게 바랬음은 알 수 있다.

 

문인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까미노 여정은 뭔가 사색적이고

그토록 절실했던 만큼 절절한 깨달음을 풀어줄 것을 이 책을 열며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그도 인간이었기 때문일까.

400페이지의 두툼한 책은 모두 동행과의 자잘한 다툼과 대화와 생각들.

그리고 그 만이 알 수 있는 그와 신과의 만남의 영성으로만 차 있을 뿐.

나와 같은 독자로 하여금 뭔가 혜안을 갖게 할 만한 새로운 깨달음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가진 다양한 삶과 사연은 그 다양성 만큼이나

종국에는 보편적 이치와 생각으로 치닫는 것인가.

그의 동행을 모르고, 아직 신앙과 영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

그의 글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질 뿐..

 

어쩌면 문인이라고 선입관을 가지고 그의 글을 대한 내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그저 그도 한 인간일 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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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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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된 사실의 집합이다.

기억에 의존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 이상이 흐른 후에는 인간은 그 이전의 사실에 대해

어떤 매체로든 기록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고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록'을 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된 최근 1-200년을 제외하고는

그 매체는 원시적인 수준부터 어느 수준 이상까지 모두 '책'이었다.

 

따라서 책이란 세계라는 컨텍스트를 읽고 해석하고 반영하는 텍스트이며,

그리하여 진정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저 세 가지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거듭하여 읽히는 소위 고전은 저 세 가지 텍스트의 의무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후세의 인간에게 계속하여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하여 또 한 권의 책이 만들어 졌다.

저자인 강유원은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와 역사 위에서 고전에 대한 간략한 접근으로

이 <책과 세계>라는 책의 독자로 하여금 몇몇 고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의 고전 소개는 역사적/시간적 흐름에 따라 몇편이 뽑혀 소개되고 있으며,

그 기준은 그 시대에 대한 충실한 반영과 해석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될 수 있는 시대적 흐름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 본 고전의 이해를 돕는다.

 

교과서나 상식 책에서 그 이름과 저자를 외웠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을 원전으로 접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나 역시 본격적인 독서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왜 이 책들이 고전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이 정한 기준에 따른 목록을 섭렵했을 뿐이다.

대학에서 공부를 해감에 따라 그 책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한권 두권 해설서가 아닌 원전으로 접한 책들은 그야말로 위대했던 것들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 이해할 수가 없었으므로)

 

이 책에 언급된 고전들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 있다.

작은 도움을 받아 그 책들에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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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
나사니엘 호손 지음, 천승걸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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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호손의 작품을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역시 <주홍 글씨> 이다.

중학교 1학년 때쯤인가, 

유난히 이사를 많이 다녔던 우리 집에는 있을 수가 없는 세계 문학 전집이 친구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두꺼운 양장 장식용이었던 그 책들을 한권 두권 빌려서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읽었던 고전 섭렵의 시작.

그 와중에 호손의 <주홍 글씨>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체계적인 독서 지도를 받지 못한 채 무모하게 도전했던 그 맘때 나이의 고전 읽기 도전이 의례 그러하듯,

나 역시 그저 줄거리를 좇아갈 뿐, 그 내용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받아올 내공이 되지 못하였으나

어린 마음에도 가슴에 주홍 글씨를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한 여인의 삶이란 것에 대해

'왜?' 라는 의문이 크게 들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속에서 나타나는 규범이

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

그런 의문은 사회학을 전공하게 되는 수년 뒤에도,

그리고 지금도 역시 유효하게 내게 남아 있다.

 

언제나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호손의 작품을 제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드디어 실천에 옮겼다.

일단 작가의 여러 면목을 두루 살필 수 있고,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까지 살필 수 있는 단편집.

 

<주홍 글씨>에서도 그랬지만, 초기 개척기 시대 미국의 생활상와 사회관이 잘 드러나는 배경을 지녔다.

애초에 종교적인 자유를 찾아 식민지로 넘어왔던 이들이 대다수인 만큼,

엄격한 청교도 윤리가 작은 마을 단위로 모여사는 개척민들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특이한 것은, 아마도 낯선 땅에서 힘겹게 자연과 싸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때문인지

자연과 모호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경외가 근저에 깔려 있는 듯한 느낌.

그것을 단지 종교로만 눌러 극복하기에는 약간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었던 듯 싶다.

유럽에서 겪어 보기 힘든 광활한 자연과 토착 원주민들.

힘겨운 나날과 엄격한 생활 속에서 그들의 생각 속에는 여러 가지 가치관이 혼재했고,

호손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그의 이야기 속에 담아 그러한 모습을 살짝 보여주려 한 듯 싶다.

 

영국 문학을 극복하고 미국 문학의 시작과 태동을 알리는 시대의 리더로서,

호손의 문학은 이러한 초기 개척기 시대 문학의 한 단면을 대표하는데,

역사가 길 수 없는 미국의 역사에서 그들만의 하나의 민담을 불과 몇백년 전에 창조해 나간 것.

미국 전래 이야기에서 토착민의 것들을 제외한다면 호손이나 몇몇 작가의 이러한 이야기들이

그들의 이야기의 원천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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