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록된 사실의 집합이다. 기억에 의존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 이상이 흐른 후에는 인간은 그 이전의 사실에 대해 어떤 매체로든 기록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고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록'을 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된 최근 1-200년을 제외하고는 그 매체는 원시적인 수준부터 어느 수준 이상까지 모두 '책'이었다. 따라서 책이란 세계라는 컨텍스트를 읽고 해석하고 반영하는 텍스트이며, 그리하여 진정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저 세 가지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거듭하여 읽히는 소위 고전은 저 세 가지 텍스트의 의무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후세의 인간에게 계속하여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하여 또 한 권의 책이 만들어 졌다. 저자인 강유원은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와 역사 위에서 고전에 대한 간략한 접근으로 이 <책과 세계>라는 책의 독자로 하여금 몇몇 고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의 고전 소개는 역사적/시간적 흐름에 따라 몇편이 뽑혀 소개되고 있으며, 그 기준은 그 시대에 대한 충실한 반영과 해석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될 수 있는 시대적 흐름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 본 고전의 이해를 돕는다. 교과서나 상식 책에서 그 이름과 저자를 외웠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전을 원전으로 접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나 역시 본격적인 독서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왜 이 책들이 고전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이 정한 기준에 따른 목록을 섭렵했을 뿐이다. 대학에서 공부를 해감에 따라 그 책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한권 두권 해설서가 아닌 원전으로 접한 책들은 그야말로 위대했던 것들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 이해할 수가 없었으므로) 이 책에 언급된 고전들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 있다. 작은 도움을 받아 그 책들에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