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한때 국내 굴지의 두 개의 출판사에서 동시에 다른 책들을 내고

각각의 책날개의 다른 출판사의 책을 홍보하여 동시에 서로 마케팅을 해주었다 하여

화제가 되었던 작가가 바로 레베르테 이다.

그 만큼 핫했던 작가였고, 스페인 문화 문화권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그의 필력은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참으로 오랜만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그의 작품은 그동안 국내 번역된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던 나에게도

꽤나 생소한 느낌이었다.

 

이전의 모험 가득한 여러 장르의 흥미로운 통속적 소설들과는 달리,

이 책의 등장 인물은 서너 명에 불과하며 장소는 극히 제한적이다.

다만 주인공의 전 직업이었던 종군 사진 기자 시절을 추억하며 수없이 많은 전장의 이야기가 나올 뿐.

실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생각되는 많은 전장의 이야기들은,

과연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이라는 것에서 그림이라는 것으로 바뀐 것은

point에서 term으로 바뀐 것을 의미하며 과연 그것이 무엇을 나타낼지..

순간적이고 기계적인 사진과 시간을 좀더 두며 수정도 가능하고 창조적인 그림.

책 속의 주인공이 크나큰 상실을 통하여 깨달은 바가 무엇이었는지 모르나 그는 그렇게 변했다.

그리고 그가 전장 속에서 느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해 벽화의 주제로 전쟁화를 택한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 사랑, 삶, 순간, 역사들은 미완적이었다.

그가 카메라의 뷰 뒤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양 가만히 있었을 때에서 삶은 움직이고 있었고,

그 역시 그 순간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의 카메라 앞의 피사체였던 한 남자가 그를 찾아옴으로써

그는 그가 찍었던 순간들과의 분리에서 벗어나 그 순간들과 적극적으로 조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더군다나 그가 죽음을 이야기함에야.

 

작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전쟁이란 극한 상황 속에서 어찌 보면 철학적이기도 한, 그러나 아주 사실적인

삶 전반에 대한 고찰을 꾀한다.

나는 전쟁을 겪어 본 일도 없고 그 정도로 극한 상황을 겪어 본 일이 없기에

묘사되는 끔찍한 광경들을 떠올리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진에서 변화된 벽화들이 단순히 죽어있는 평면적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삶의 한순간임을 보이는 영원성을 획득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서야 이 벽화가 무엇을 상징하며 어찌 완성되는지를 알게 되는데..

역시 작가의 수준 높은 솜씨라 할 수 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 식의 소설은 아니나,

찬찬히 읽어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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