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2 - 다시 페르세폴리스로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최주현 옮김 / 새만화책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의 후속편.

질풍과도 같은 시기에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 어린 나이에 이란을 떠나게 된 이후,

사트라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국을 떠나기 전에는 복잡하고 끔찍한 정치적 상황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주였다면

이란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오게 된 사트라피의 삶은,

이방인, 그것도 중동의 전쟁 지역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외국에서 사는 것과

수만은 가치관의 충돌 속에 어느 정도 형성된 서구적 가치관을 가지고 이란에서 사는 것 사이의 괴리가 혼합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주가 된다.

 

온전한 이란인도 아니며, 그렇다고 이란의 후광을 없애고 온전히 유럽인이 될 수도 없는 반쪽 사람으로서

점점 더 자라가는 소녀와 숙녀 사이의 삶은 그녀를 그 또래가 그러하듯,

때로는 방종한 태도일 때도 있고, 때로는 포기한 듯한 체념에 빠져버릴 때도 있으며,

때로는 다 던져버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건강마저 해칠 정도가 될 때도 있었다.

 

유소년기의 경험이 숙녀로 변해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꾸려야 하는 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이란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그저 가족에게 머물뿐 많은 것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로 하여금 주변인으로 머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상황들이 되었을 뿐.

 

그러한 그녀의 자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결국 사랑이다.

연애에 자유롭지 않은 규율을 가진 나라에서 태어난 그녀가,

유럽에서 그리고 이란에서 사랑을 하게 되면서 유소녀 시절에는 가질 수 없었던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결국 그녀를 가장 크게 지탱해 주는 것은 가족과 그녀 자신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금 이란을 떠나 자신의 진정한 삶을 찾아 떠난다.

 

1편이 가족사와 국가사에 가까웠다면 2편은 순수한 개인사에 가깝다.

그래서 보다 더 그녀의 내면을 드러냈지만 공감은 좀 떨어진다.

결국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남자인 내가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이란을 떠나는 것을,

도전이라고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도피로 보아야 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한다.

저자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쥐> 만큼이나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이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끝난 아시안 컵과 같은 축구 경기,

그리고 고대사를 볼 때의 페르시아 제국,

이란-이라크 전쟁.

이란이라는 나라를 말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이다.

호메이니 정도가 어렴풋이 생각날 뿐,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아랍 인종이 아닌 채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섬과 같은 나라인

이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저 다른 중동 국가와 마찬가지의 이미지일 뿐.

 

그 이란에서 태어나 소녀 시절을 보내다가 프랑스에서 살았다는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이 책을 드디어 만나다.

그리고 누누이 들어왔던 이 책에 대한 평판이 헛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뛰어난 고대 문명으로 패권을 장악했던, 찬란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는 현대에서는 간 곳이 없고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약소국의 지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석유의 공급을 꾀한 미국의 지원을 받은 레자 샤가 왕위에 오르고

무능한 그와 그의 아들은 국가의 부를 탕진해갔다.

그리고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을 통하여 근본주의자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는데

이는 이란 국민들에게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일 뿐이었다.

샤의 전제적 통치와는 또 다른,

이슬람 근본주의에 의거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인권에 대한 탄압적 수준의 통제는

많은 이란 국민에게 자유의 억압을 가져왔었던 것이다.

 

사트라피의 부모와 친척들은 이러한 굴곡진 이란 현대사에서,

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또렷한 사회 의식을 소유하며 국민의 자유와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 지를 깨치고 있었던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로 태어난 사트라피는 어찌 보면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들에게 자주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리하여

종교를 대하며 신과 진지하게 대화도 나눠보고,

때로는 펑크에 빠져 틴에이지 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사회의적 사상을 받아 들여 사회 계급과 빈부 격차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며,

때로는 이 모든 것들을 과시적으로 받아들이는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

스스로 자기 주체적인 생각을 많이 하며, 사트라피는 자랐다.

 

그러나 조금 더 자랐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린 근본주의 정책과

곧이어 발생한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큰 사건과 모습이 펼쳐진다.

많은 죽음과 부조리를 사춘기에 경험한 그녀는

자기 주체성과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결국 그녀를 외국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란인이 아닌 한, 여성이 아닌 한, 투사의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한,

그녀의 경험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그녀가 그려낸 감성들은

묘하게 보편성을 띄고 있다.

죽음과 분노와 열의와 같은 보편적 감정들을 극한 상황에서 표출해 내며 성장해 가는 사트라피의 모습은,

그러한 감정과 각성을 얻게 되는 계기는 다를 지라도

점차 성인이 되어 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그 상황이 너무나 거대했기에 그녀는 또래보다 빨리 그리고 깊게 자의식을 가지게 되었던 것.

 

무척 감동적이다.

역사의 흐름에서 뚜렷하게 자의식을 획득하여 가는 성장통의 모습은

비슷한 성장통을 겪었던 우리 나라의 어머니 아버지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한국 사람에게도 던져주는 의미가 커 보인다.

 

차근차근 되씹어 보아야 할 책으로 서가에 소중히 꽂아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여행이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떠나보고서는 그 마력에 빠져 언제나 떠남을 꿈꾸게 된지 7년이 흘렀다.

조금은 뒤 늦은 늦바람인지라 직장에 매여 있어 1년에 한번 정도, 일주일 남짓의 떠남 밖에는 채우지 못하는 갈증인데,

그 꿈꾸기 속에 언제나 앞순위로 떠올라 있었던 북유럽.

그 중에 한 나라를 작년에 드디어 조금 진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12일 동안의 그 꿈 속의 시간이 지난 뒤에 이 꿈은 채워진 것이 아니라 더욱 강해진 느낌.

다시금 그 곳의 사진과 글들을 찾게 된다.

그래서 헬싱키와 스톡홀름을 다녀온 이야기인 이 책이 너무 반가웠다.

 

음악가인 저자가 라운지 음악을 테마로 느낀 그 곳의 모습은

나의 느낌과 어떻게 다를지 상상하며 책장을 넘겼다.

 

흔한 말로 어디에 카메라를 대어도 엽서가 될 것 같은 그 곳이어서 였을까.

깔끔하고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책.

그러나 그 사진과 함께 담긴 글들은 기대했던 테마가 없다.

 

음악 이야기도 두리뭉실하고,

극찬하는 디자인들은 왜 극찬하는지가 그다지 설득력있지 않으며,

그렇다고 여행자로서의 설레는 감성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글들.

 

짧지 않은 기간을 머무른 듯한 저자가 보고 온 것은 과연 무엇인지 책장을 덮고 난 지금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같은 것을 보고도 감정이 다를 수 있음만을 내게 확인시켜 준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곳들은 아름다웠고 가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적어도 저자도 내게 잘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남겨온 것은 있는 듯.

그가 그곳에서 충만했던 감성들은 글 대신 음악으로 남겨졌다.

음악가는 역시 음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가 보다.

 

p.s

이 책은 특이하게 독자와 소통하려 한다.

QR코드를 통한 다채로운 정보 전달.

책의 진화된 모습이려나..

굳이 제작비 비싸게 CD 구겨넣지 않아도 저자가 얘기했던 음악은 코드에 담겨 독자에게 전달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또 한편.

'삼수탑'이라고 하면 무얼까? 싶지만 '세 머리 탑'이라면 불길하고도 음산한 이 제목의 느낌이 확 전달된다.

전후 일본의 퇴폐적이면서도 염세적인 분위기가 전편에 걸쳐 물씬 풍기는 작품 속으로.

 

이 책은 이전의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다른 점이 있다.

전편에 걸쳐서 긴다이치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극적인 추리 과정도 없다.

특이하게도 오토네라는 여성을 1인칭 시점으로 등장시켜 수기 형식의 문체를 취하며

스스로가 쫓기는 자 였던 오토네의 상황 덕에 긴다이치는 거의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끝없는 살인 속에 계속하여 공포 속에 쫓기는 자로서

그리고 특히 연약하고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서의 오토네의 수기는 극적 긴장감을 더해

미스테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서스펜스 소설로서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마저 풍기며 문란하고 엽색적인 모습으로 계속하여 등장했다가

살해 당하는 많은 등장 인물들은 전후 일본의 분위기라는 것이

염세적이고 세기말 적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이 틈바구니 속에서 마치 뤼팽과 같이 오토네를 지켜내면서 삼수탑의 비밀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호리이의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독자의 응원을 받게 되고

그들이 결국 긴다이치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는

마치 스파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살아난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는 그 답게 반전을 꾀한다.

미스테리 소설의 트릭은 약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살인자로 밝혀짐으로써

말미에는 미스테리 소설의 그것이 그러하듯 갈등의 해결과 함께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빠르고 즐겁게 읽어내릴 수 있는, 대중 장르 소설로서의 그 역할을 다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밀리언셀러 클럽 105
J.L 본 지음, 김지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트 아포칼립스 류, 특히 좀비물의 장점은 끝없이 이어지는 긴장감과 스릴의 연속이 보장되는 배경이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끝없는 좀비들의 행렬에,

등장인물은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끝없이 벌여가고

그 원인은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생존만이 절대 관심사가 되며

그 와중에 생존자 끼리의 휴머니즘과 갈등 등이 주된 소재가 된다.

 

이렇듯 클리셰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또 인기를 얻는 것은,

이러한 클리셰를 극복한 좋은 작품은 배경이 보장하는 스릴감을 무한정으로 제공하여

호러 스릴러라는 장르에 더없이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이 장르의 팬임을 밝히는 이 책은

그러한 클리셰를 잘 인식하고 그것을 잘 이용하며 지루한 삼류 고어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힘있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다.

심리적인 고독감이나 공포감, 외로움 등의 흔한 감정은 비교적 많이 배체한 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묘사에 치중하고

수기체의 문체를 택함으로써 작중 인물의 유머라든가 짜증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단순한 호러에 빠지지 않으며 때로는 킥킥 웃으며 읽을 수 있다.

 

나로서는 처음에 제목이 아주 맘에 들었었는데,

하루하루의 시간의 흐름과 살아감이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아마게돈을 향하는 것으로

나타낸 제목은 왜 그동안 이런 제목이 없었을까 싶을 정도로 장르와 작품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던 책.

아직도 펼처낼 것이 많은 이야기로 보인다.

호텔 23의 사람들과 또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계속 될 이야기에서 어떻게 계속될지 너무나 궁금하여

차라리 속편이 나올 때까지 읽지 않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