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출간되고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또 한편. '삼수탑'이라고 하면 무얼까? 싶지만 '세 머리 탑'이라면 불길하고도 음산한 이 제목의 느낌이 확 전달된다. 전후 일본의 퇴폐적이면서도 염세적인 분위기가 전편에 걸쳐 물씬 풍기는 작품 속으로. 이 책은 이전의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다른 점이 있다. 전편에 걸쳐서 긴다이치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극적인 추리 과정도 없다. 특이하게도 오토네라는 여성을 1인칭 시점으로 등장시켜 수기 형식의 문체를 취하며 스스로가 쫓기는 자 였던 오토네의 상황 덕에 긴다이치는 거의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끝없는 살인 속에 계속하여 공포 속에 쫓기는 자로서 그리고 특히 연약하고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서의 오토네의 수기는 극적 긴장감을 더해 미스테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서스펜스 소설로서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마저 풍기며 문란하고 엽색적인 모습으로 계속하여 등장했다가 살해 당하는 많은 등장 인물들은 전후 일본의 분위기라는 것이 염세적이고 세기말 적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이 틈바구니 속에서 마치 뤼팽과 같이 오토네를 지켜내면서 삼수탑의 비밀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호리이의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독자의 응원을 받게 되고 그들이 결국 긴다이치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는 마치 스파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살아난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는 그 답게 반전을 꾀한다. 미스테리 소설의 트릭은 약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살인자로 밝혀짐으로써 말미에는 미스테리 소설의 그것이 그러하듯 갈등의 해결과 함께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빠르고 즐겁게 읽어내릴 수 있는, 대중 장르 소설로서의 그 역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