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와서 미안해, 라오스
정의한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년 전, 인터넷의 한 짤막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뉴욕 타임즈가 뽑은 여행지 1위.. 라오스.

우리에게는 정말로 낯선 나라인데 무엇이 이 동남아의 조그만 나라로 사람들을 가보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한번 뇌리에 박히고 나니, 뜻밖에 라오스란 나라 그렇게 멀지 않았다.

 

지인 중에 그 나라로 2년 이나 다녀온 분도 있고,

아버지가 출장을 다녀오시기도 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 나라를 이미 다니고 있었던 것.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라오스와의 심리적 거리를 갈수록 줄어들었고 점점 나에게도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몇몇 여행기에서 짤막하게 만난 라오스의 인상은 '느리다'는 것.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라오스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바쁜 일상의 조급증이 없다는 것이고

그 안에서 어느덧 동화되다가 보면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는 것이었다.

어찌 그 나라의 일상에도 삶의 무게가 없으랴만 그러함을 약간이나마 내려놓고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하나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점점 더 가고 싶어졌다.

삶의 고단함이 나를 누를 때마다 덥디 더운 이 나라에 가서

그저 어딘가 강가에 드러누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아직은 할 수 없기에 조금만 더 유예기간을 가지며 먼저 다녀온 이들의 글을 조금씩 읽는다.

 

오직 라오스 만을 40일 동안 오롯이 다녀온 여행기는 그래서 반갑다.

루앙 프라방이나 방 비엥 정도의 이름만 알고 있는 터에

낯선 도시명들과 그 곳의 인상들은 여행기이기 이전에 하나의 풍물 안내서이기도 하거니와,

웬만한 곳은 이리저리 다 거친 저자의 자세한 기록 덕분에 언제 가더라도 루트 짜기에 도움이 될 듯 하다.

그리고 마냥 환상이 아닌, 그 곳의 현재와 실제적인 모습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어 기쁘다.

아마도 루앙 프라방에서는 그저 낮잠만 잘 수 없겠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으니..

 

중간중간 퍽도 투덜거릴만한 일도 많지만,

결국 저자는 라오스를 사랑하게 된 듯 싶다.

결코 느리지만은 않았으되, 그 역시 무언가 안식을 찾고 온 듯한 느낌이다.

이리저리 바쁘게 40일을 다닌 속에서 그가 찾은 편안함은 무엇일까..

 

가끔씩 배낭을 쌀 때 행선지를 정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지금 한창 변하고 있는 곳 우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서유럽은 10년 뒤에 가도 지금의 모습일 것이다. 10년 전에 그러했듯이..

그렇지만 아마도 라오스의 10년 뒤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리라.

루앙 프라방의 번화가의 집값은 거의 한국에 못지 않다고 들었다..

 

어서 그곳으로 떠나는 꿈을 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간되자마자 200만권이 프랑스에서 팔려나갔다.. 라는 따위의 자본주의적 문구로 이 책을 접하지 말자.

왜 이 수십 페이지 짜리 (책이라기보다는) 팜플렛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보자.

'분노하라' 라는 선동적 외침의 의미가 무엇인지,

100세를 바라보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 같은 노인이 아직도 무엇에 그렇게 분노하는지 보고

자신을 반추해 보자.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세상' 과 그렇게 만드는 현실이다.

저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었던 '세계 인권 선언'의 기본적 가치는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애가 많은 현실.

 

그 선언이 만들어진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오히려 그 의미가 점점 퇴색해가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게 되는 근간의 현실에 대해서

'분노'해야 한다.

 

저자는 아마도 점점 우경화 되어가고 있는 유럽과 프랑스의 현실과,

전지구적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아프리카나 이스라엘의 문제를 주로 보고 있었겠지만,

책 말미의 조국 교수의 또 하나의 '선동문'에서 설명해 주듯,

허울만 좋은 OECD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 작태에 대해서

그저 살기 힘들어 방관하고 무관심해져 가는 이 땅의 수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라는 적극적 마음가짐과 반응은 꼭 필요하리라.

 

지금 지구에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태에 대해서 다시 쓰는 것은 시간 낭비이리라.

(물론 그 문제들을 문제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좌빨이라 칭하는 또라이는 여전히 다수

  존재하겠지만..)

다만 우리 나라가 매우 심각한 것은 그 인권에 대한 불감증이 극에 달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 조차 않거나 애써 시선을 돌려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작년 스웨덴 여행길에 우연히 마주친 그 나라의 총선에서

극우파가 다수 당선된 것에 '분노'하여 길에 쏟아져 나와 스웨덴은 망했다며

국기를 불태우던 젊은이들의 한가운데에 있을 수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산아 제한이나 국외 추방 등의 또라이 공약을 내세운 극우 집단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이 제3의 길을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되었던 그 나라의 국민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보수든 진보든 '문제'로서 인식하고 있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기자 회견은 나에게 인상적이었다.

 

오직 중간이 존재할 수 조차 없고

좌빨과 수구만이 서로에게 인식될 뿐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도 적은 나라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의지를 찾고 있지 조차 않은 현실.

 

이러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프랑스 국민들보다 수백 배 더 분노해야 하리라.

 

그 방법론으로 저자가 내세운 여러 가지 강령들은

우리 나라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폭력. 무관심의 극복. 언론 자유화. 사회 단체 등을 통한 실천의 시작.. 등등..

 

자,

분노하자. 그리고 행동하자.

 

에셀 옹의 말 대로

창조는 저항이고, 저항은 창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연말쯤.. 어느 인터넷 서점의 시상식에서 보게 된 작가 조정래의 모습은 이채로웠다.

한국사를 어우르는 굵직한 작품을 계속하여 써낸 진중한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밝고 달변의 즐거운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스스로 자신을 가둔 글감옥을 '황홀하다' 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리라.

 

끊임없이 창작열을 불태우는 그가 새로운 작품을 내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중편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을 내놓았다.

거의 40년이 지나서 다시 펜을 들어 개작을 할 만큼 작가 자신에게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되었기에

기대감을 안고 다시 조정래의 작품을 만났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 분단을 거치며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점례의 모습은 여러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단편 <꺼삐딴 리> 라든가, 영화 "명자 아끼꼬 쏘냐" 등.

동방의 숨겨진 조그만 나라에서 식민지로, 그리고 혼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사상의 혼돈기,

그리고 동족 간의 참혹한 전쟁과 그 결과로서의 분단과 가난.

그리고 그 극복기 등..

그야말로 정신없고 아픈 20세기의 현대사를 겪어낸 한국 이라는 나라에서

오직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숨을 쉬어야 했던 소시민은

강자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때로는 일본, 때로는 미국이나 소련, 때로는 조선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살아가야 했던 이가 많았다.

 

주인공 점례는 그 중에서도 배운 것 없고 스스로의 자립력이 약한 여성이었기에,

그리고 강한 남자를 끌을 만한 미모를 타고났기에,

의도치 않았으나 언제나 남자에게 자의든 타의든 기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낳게 되는데

더군다나 그 아이들은 아버지의 국적도 다른 것이다.

 

그 복잡함과 아픔이 바로 우리 선조들의 삶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 모든 아픔을 딛고 드디어 자립력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워낸 점례의 삶에는 또 다른 난관이 있다.

아버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갖고 있는 성정과 한이 다른 아이들.

그들의 삶을 지켜봐야 하는 그인데,

우리 나라의 어머니이고, 그들의 삶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책에

마냥 그들을 바라보면서 지켜야만 할 것 같은 책임감 때문에 결코 편할 날이 없다.

 

왜 이 작폼의 제목이 '황토'일까.

누런 흙이야말로 수천 년 동안 우리네 조상들이 그 뿌리를 박고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 뿌리를 단단히 딛고 고단한 삶을 이겨내고 후손의 번창을 이뤄냈던 그 곳.

결국 점례가 어찌 보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담아

자신의 유언장을 겸한 자신의 삶의 기록을 남기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 뿌리의 힘과 어머니의 힘을 느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룰스 오브 디셉션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1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냉전 시대가 끝남에 따라 스릴러 문학에서 약간은 그 주도적 위치를 내준,

다시 말해서 유행이 지난 장르가 바로 스파이 소설이 아닌가 한다.

동서 진영 간의 치열한 정보전과 위기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초인과도 같은 스파이들의 모습들.

그러나 뚜렷한 적을 상정하고 양측의 대결이 백미였던 이 장르는 이념 대결의 종결로 하향세이다.

 

그렇지만 최근 다시 스파이 소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이때는 주로 '악'의 세력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상정하고

그 테러 직전의 긴장과 함께 그를 막기 위한 치열한 사투가 주로 그려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기 작가 디버가 007 새 시리즈를 출간하고,

그와 더불어 이언 플레밍의 전통의 007 시리즈까지 국내 출간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향해서

러쉬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플레밍이나 존 르 카레 등의 전통적인 강자 이외에

새로운 이름을 가진 작가의 스파이 소설이 출간되어 반갑다.

화려한 수상 경력의 이 책은 스파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한 의사가 주인공이다.

 

아내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다가 거대할 것만 같은 사건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되고,

이야기의 또 한 축은 다른 쪽에서 역시 테러와 얽힌 음모와 그를 쫓는 자의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는데,

분명히 어느 한 순간에 두 이야기가 만나서 절정으로 치달을 것은 알고 있으되,

그 지점이 어디인지, 어떻게 만나게 될지가 궁금하여 쉴 사이 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짧은 챕터들의 연속으로 호흡이 빠른 점도 이야기의 빠른 흐름에 일조하여

마치 첩보 영화를 한편 보는 듯 장면의 전환이 휙휙 된다.

 

요즘의 많은 스릴러 소설들이 그렇듯이 영화적인 서술인데,

어떤 경우는 그것이 소설적 장치들과 어우러지지 못하여 어색할 때도 많지만

이 작품은 어느 정도 균형이 잘 맞춰진 듯 보인다.

 

그렇지만 울림은 좀 적다.

킬링 타임용 영화를 보고 나면 시원하기는 하나 잘 기억은 나지 않듯이..

다만,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은

두꺼운 이 책의 끝 부분에야 캐릭터가 잡힌 두 주인공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여

오히려 더 기대가 되는 부분.

 

덧붙여,

대학 시절 신문을 만들던 기억 때문에 오타나 철자법, 맞춤법 등에 매우 민감해서

그런 잘못이 많은 책을 읽을 때면 힘들어 했었으나

최근에는 그런 부분에 많이 둔감해진 덕분에 페이지가 잘 넘어 갔음도 짚긴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3계단>이라는 임팩트 강했던 작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두번째 작품.

언뜻 호러 소설을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제목인데,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하며 읽었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대충 예측해 봤던 흐름은 완전히 빗나가고

전개빠른 추격전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숨가쁘게 읽힌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겠다는 선서를 한 도너들.

그리고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

그 중심에 있는 평생에 처음 착한 일 한번 해보겠다는 악당.

그를 쫓는 경찰들과 정체모를 사람들.

 

이들의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을

각각의 인물들의 시간과 장소에 따라 휙휙 화면 전환을 해내어 눈 돌아가게 하면서도

결코 독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면서도

웃음으로 그 긴장을 살짝 이완시켜 주는 센스.

추격전 사이사이에 살짝씩 던져놓는 사건의 실마리로 인하여

끊임없이 사건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필력은

이 작가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은혜와 원수의 플롯을

중세의 마녀 사냥 전설과 적절히 버무려 휘몰았던 사건이

끝까지 오리무중으로 남으며 결말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반말을 지껄이는 주인공 야가미의 행각이 결코 밉지 않은 이유는

그의 본심이 나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사와 함께

그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러 뛰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결말까지 그를 응원하다가 보면

어느새 엔딩이 다가오는데

그 엔딩이, 이 작품이 살짝 비판하는 현대 사회의 이면의 현실과 달리

통쾌하게 끝난다는 점에서 더욱 맘에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