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이라는 임팩트 강했던 작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두번째 작품. 언뜻 호러 소설을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제목인데,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하며 읽었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대충 예측해 봤던 흐름은 완전히 빗나가고 전개빠른 추격전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숨가쁘게 읽힌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겠다는 선서를 한 도너들. 그리고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 그 중심에 있는 평생에 처음 착한 일 한번 해보겠다는 악당. 그를 쫓는 경찰들과 정체모를 사람들. 이들의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을 각각의 인물들의 시간과 장소에 따라 휙휙 화면 전환을 해내어 눈 돌아가게 하면서도 결코 독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면서도 웃음으로 그 긴장을 살짝 이완시켜 주는 센스. 추격전 사이사이에 살짝씩 던져놓는 사건의 실마리로 인하여 끊임없이 사건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필력은 이 작가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은혜와 원수의 플롯을 중세의 마녀 사냥 전설과 적절히 버무려 휘몰았던 사건이 끝까지 오리무중으로 남으며 결말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반말을 지껄이는 주인공 야가미의 행각이 결코 밉지 않은 이유는 그의 본심이 나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사와 함께 그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러 뛰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결말까지 그를 응원하다가 보면 어느새 엔딩이 다가오는데 그 엔딩이, 이 작품이 살짝 비판하는 현대 사회의 이면의 현실과 달리 통쾌하게 끝난다는 점에서 더욱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