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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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 책은 들리는 소문으로 익숙한 제목이었지만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최영미란 작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카메라를 짐스러워 하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사진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림들은 상당히 많이 수록되어 있다.
미술을 전공한 이력이 책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유럽 여행을 하며 그녀가 보고 느낀 예술 작품들에 대한 견해와
소소한 에피소드 등으로 1부는 채워져 있고
2부는 영화나 작가, 시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이 채워져 있다.
미술이라면 고흐의 그림 몇 편, 크림트의 그림 몇 개 나 알아볼 수 있을 뿐
시나 미술이나 까막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외한 이라
그녀의 설명으로 다시 보게 된 그림과 시들은 전혀 다른 색으로 다가왔다.
특히 디나에라는 신화 속 여인에 대한 두 명의 작가의 그림을 비교 분석한 부분은
그녀의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으로 알기 쉽게 해석되어 있어
왜 그 그림들이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팬이라 그의 흔적을 찾아 시카고로 가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가 데이트 하던 곳 자주 갔던 상점들을 둘러보는 그녀를 보면서
작가라면 당연히 작가를 찾아 여행을 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최영미라는 사람이 더욱 궁금해졌다.
표지 속 다부져 보이는 인상의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2부를 읽으면서 신랄하면서 따끔한 비평들을 읽으면서
상당히 거침없는 성격의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장애라고 할 만큼 어려움이 있다는 그녀의 고백을 보고나니
똑 부러지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더욱 강하게 남았다.
사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포스에 물씬 느껴지는 그녀지만…
최대한 빨리 그녀의 시집을 읽어볼 작정이다.
겉으로 보이는, 이 한권의 책 속에 내가 느낌 그녀의 모습이 분명 다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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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집
구효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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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유명하고, 중년의 남성작가라는 정보만 알고 있었지 그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이렇게 감칠맛 나는 작가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한줄, 한줄 어디 한 곳 흠잡을 곳도 어색하다 싶은 곳도 없었다.
나는 이 한권의 책으로 구효서 작가님에게 완전 반해버렸다.
작가는 책 속에서 수많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상하게 그 경계랄까?
이승과 저승,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분간을 하기 힘들었다.
분명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 순간 한 사람은 흔적도 없이 보이질 않는다거나
수화기도 들지 않고 3년 넘게 만나온 여자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 등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다.
뭐가 현실인거지?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일까?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이 마구 뒤섞인 하나의 어떤 신기한 세계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라 조금 어색할 수도 있고, 낯설어 책이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단편이라, 구효서님의 책이라 한편, 한편 감탄하며 읽었다.
그 중 ‘조율’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피아노 강사인 여자와 조율사와의 만남과 사랑이야기인  

이 단편은 어쩜 이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피아노를 조율하는 과정이나
조율 후 확연하게 달라진 피아노를 연주 할 때 손가락에서 구름이 뭉개 뭉개 피어올라
주변의 모든 것은 투명하게 감싸는 장면은 온몸이 짜릿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마지막 반전!!!
예술, 미스터리, 멜로가 멋지게 어우린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구효서를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분들께 추천 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이 짧은 서평으로, 내 형편없는 글 솜씨로는 반도 전해주지 못한
그의 매력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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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와 산다 -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민경 지음 / 현문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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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딱 16세 철없고 엉뚱한 소녀의 눈높이로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중학생이 쓴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춘기 소녀의 생각들이 아주 잘 포착되어있다.
입양아라는 상처를 갖고 있는 은재는 다른 아이들 보다 훨씬 더 혹독한 성장통을 앓기 시작한다.
마음과는 달리 부모님에게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고
입양아라는 사실이 알려져 친구들의 뒷담화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다시 한번 아이들의 잔인함에 놀랐다.
친구의 비밀을 이용하는 잔인함… 편부, 편모 가정, 국제결혼 가정, 재혼 가정, 입양 가정 등 우리나라도 점점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정은 이래야 ‘정상’ 이다. 라는 편견에서 어른도 아이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초혼인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서 이뤄진 가정이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는 ‘정상’ 적인 가정의 형태이다.
이런 조건에 하나라도 모자라는 가정의 아이는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이름을 잃은 경우가 많다.
지금도 내 주변에 이렇게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새엄마랑 산다는 애” “아빠가 장애인인 집 애” …
주인공 은재는 입양아다. 다른 입양아들이 비해 6살에 입양된 은재는 더욱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입양아라는 사실이 알려진 순간 은재도 이름을 잃어 버렸겠지…
철없는 아이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입양아라는, 그 상처를 마주보기 두려워 외면한 채 살아왔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성장 할 시간이, 그 상처를 바라 볼 용기가 생긴 것 이다.
은재가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한꺼번에 터트리며 울 때 이상하게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그 상처가 안쓰러워, 똑같진 않지만 사춘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나의 성장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버렸다.
그래도 은재는 엄마에게 고맙다는 고백을 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소녀다.

한을 품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할머니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서도 은재는 많은 것을 느끼고 자라게 된다.
가족이란 핏줄로 연결된 사람들이란 뜻이 아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족인 것이다.
입양한 손주들 이지만 사랑으로 가슴으로 품어준 할머니와 부모님…
누가 뭐래도 이들은 진정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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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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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형식이었다.
무척 어둡고 슬픈 느낌의 성장소설을 제법 많이 읽어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스톨른 차일드는 읽는 내내 아주 무서웠다.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는 요정의 이미지와 완전 상반된 모습의 요정이 등장한다.
다른 이의 인생을 훔치는 파에리들…숲 속에 살고, 나이가 들지 않는 요정…
더럽고, 위험하고, 굶주린 짐승의 눈빛을 가진 요정…
파에리들도 처음엔 그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파에리들은 행복하지 않은 아이를 납치한 뒤,
그 아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한 파에리가 그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훔친 삶을 대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 납치 된 아이는? 파에리가 되어 다른 아이의 삶을 훔칠 기회를 엿보며 살아간다.
파에리가 다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백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파에리들은 요정이지만 불사신 같은 존재는 아니다.
다치고, 아프고, 죽기도 한다.
척박한 숲 속에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생존해 나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인지 파에리들은 요정이라기 보단 짐승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인간으로 돌아가고픈 파에리들이 있는 한 그들의 인생 훔치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그 불행한 순환은 아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아이의 삶을 훔친 이와 삶을 도둑맞은 아이…
둘 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하루 아침에 파에리가 된 아이는 당연히 불행하겠지만
백년간의 기다림 끝에 인간으로 돌아온 아이의 불행도 만만치 않았다.
성장에 맞춰 키도 늘려야 하고, 얼굴도 조금씩 바꿔야 했다.
혹시 자신의 과거가 들통 나지 않을까 조바심치며 살아야했던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파에리전의 삶, 파에리로 살아왔던 삶, 그리고 도둑질로 얻게 된 핸리 데이 라는 이름의 삶
그중 어느 것도 완전한 나 자신이 아니라는 혼란스러움에 많은 방황을 하게 된다.
그 둘의 방황은, 불행은 과연 어떤 식의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

수많은 이미지들이 눈앞을 스친다. 숲 속의 나무와 파에리들의 몸짓이 잊혀지질 않는다.
무척 긴장하며,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아주 간결한 문장이지만 주인공들의 내면이나 삶에 대한 문장들은 날카로웠다.
이 작가의 다음 책도,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질 영화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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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서울 나들이
이재영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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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 갈 일이 없는 지방민이다.
아이도 없는 미혼이다.
그래도 이 책 진짜 재미있다.

처음엔 이 책 제목만 보고서는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여행서적이라 관심이 없었다.
특히 ‘아이와’ 라는 부분에서 딱 걸렸다.
아이 엄마들 용 책이 구나, 공감대가 없는 책 이겠구나… 싶어 무시 하려다
너무 재미난 책이라고 유머란을 보는 것 같이 재미난 글들이 많다는 추천글에 넘어가
읽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써, 아내로써, 한 여자로써 느끼는 감정들이나 고민, 에피소드 들이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장소들 추천과 함께 잘 섞여있었다.
유머란을 보는 것 같이 재미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 책 읽다가 혼자 키득거리면서 밖에 읽기엔 무리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

아줌마가 되어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망설이는 모습들은 깊이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결혼에 대해, 가족과 사랑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여행서 라는 걸 잊어버리고
삶에 대한 한 여자의 수필집 같았다. 
물론 결혼하신 분들에게 좀 더 많은 공감이 갈만한 부분이 많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절대! ‘엄마들용’ 책으로 분류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서울에 숨은 멋진 장소들을 찾아내고 싶은 분들
아니면 편히 읽을 책이 없을까 찾고 계신 분들께도 추천한다.

나들이 추천장소와 함께 지도, 홈페이지 주소, 주변 편의서설 정보, 입장료 가격 등등
어쩜 이렇게 꼼꼼하게 필요한 정보들을 챙겨주셨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사진들도 참 많이 수록되어있는데,
작가님의 딸 소울이의 생기 넘치는 사진들이 눈을 잡아끈다,
엄마를 보며 환희 웃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이가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지경이다.
재미도 있고 실용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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