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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그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형식이었다.
무척 어둡고 슬픈 느낌의 성장소설을 제법 많이 읽어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스톨른 차일드는 읽는 내내 아주 무서웠다.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는 요정의 이미지와 완전 상반된 모습의 요정이 등장한다.
다른 이의 인생을 훔치는 파에리들…숲 속에 살고, 나이가 들지 않는 요정…
더럽고, 위험하고, 굶주린 짐승의 눈빛을 가진 요정…
파에리들도 처음엔 그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파에리들은 행복하지 않은 아이를 납치한 뒤,
그 아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한 파에리가 그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훔친 삶을 대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 납치 된 아이는? 파에리가 되어 다른 아이의 삶을 훔칠 기회를 엿보며 살아간다.
파에리가 다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백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파에리들은 요정이지만 불사신 같은 존재는 아니다.
다치고, 아프고, 죽기도 한다.
척박한 숲 속에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생존해 나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인지 파에리들은 요정이라기 보단 짐승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인간으로 돌아가고픈 파에리들이 있는 한 그들의 인생 훔치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그 불행한 순환은 아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아이의 삶을 훔친 이와 삶을 도둑맞은 아이…
둘 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하루 아침에 파에리가 된 아이는 당연히 불행하겠지만
백년간의 기다림 끝에 인간으로 돌아온 아이의 불행도 만만치 않았다.
성장에 맞춰 키도 늘려야 하고, 얼굴도 조금씩 바꿔야 했다.
혹시 자신의 과거가 들통 나지 않을까 조바심치며 살아야했던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파에리전의 삶, 파에리로 살아왔던 삶, 그리고 도둑질로 얻게 된 핸리 데이 라는 이름의 삶
그중 어느 것도 완전한 나 자신이 아니라는 혼란스러움에 많은 방황을 하게 된다.
그 둘의 방황은, 불행은 과연 어떤 식의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
수많은 이미지들이 눈앞을 스친다. 숲 속의 나무와 파에리들의 몸짓이 잊혀지질 않는다.
무척 긴장하며,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아주 간결한 문장이지만 주인공들의 내면이나 삶에 대한 문장들은 날카로웠다.
이 작가의 다음 책도,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질 영화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