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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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이리도 여유있는 아침을 맞이하기가 얼마만인지...

오늘 아침은 여러모로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지하철에서 봤던 아저씨-정말로 죽은 줄 알았었다-가 살아있음을 보며 다행이다 싶어 살아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야를 속으로 외치기도 했고, 며칠동안 들고 다니던 책을 다 읽은 기분 좋음도 맛보았고, 하늘도 많이 파랗고..

이하 생략하고...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책을 다 읽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참 기분이 좋다라는 느낌만 남았다. 읽는 동안 재밌었는데, 한 이야기를 읽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 마치 한 권의 장편 소설을 읽고 나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양 읽고 있는 이야기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기를 12번을 한 것 같다. ㅋㅋ 모두 13개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책을 다 읽고도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은 까닭에 목차를 펴고 제목을 보며 주욱 한번 내용을 떠올려보았다.

그럭 저럭 생각이 나고, 가슴 따뜻해지는 느낌도 올라오고..바나나의 소설을 읽고 있음 나의 도덕적 방어기제나 기준들이 사그러져 들어간다. 평상시 맨 정신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럴 수 있어 라는 수준으로 느껴지고 이야기 속 인물들에 동화되어 같이 가슴아파하고 뿌듯해하고, 내 일인양 느끼게 된다. 분명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한번은 내가 맘으로 겪었던 일들인 것 같다. 그래서 그리도 동감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본문을 다 읽고 나서 막연히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내 느낌에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구체적인 형태를 준건 번역한 이의 후기였다. 여기 옮겨보자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새 소설들은 이렇게 일상에 묻혀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던 시간들, 사물들, 사람들과 지금 하나가 되는 순간을 얘기합니다. 몸에 새겨져 있는 그것들이 세월의 때를 벗고 지금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은, 그때의 감정과 감각과 풍경은, 치유와 깨달음과 화합을 선사하고 또 언젠가는 멀어져 가버릴 지금을 살아나갈 새 힘을 북돋아 주는 신의 선물, 성스러운 물 같은 것이라 얘기합니다."

미로와 같은 복잡한 내 마음이나 무의식적 습관이라 느껴졌던 것들의 이면을 꿰뚫어보게 되는 순간에는 여지없이 막혔던 것이 뚫리는 시원함을 맛보고, 하느님이 주는 선물이라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참 많이도 느꼈던 것 같다. 이런 순간이 바로 사막의 오아시스이고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겠다. 일상이 시들하게 느껴질때 읽음 참 좋은 책이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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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3-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바나나 책.. 키친인가 있던거 닮은디 함 읽어봐야겠다이..

해적오리 2005-03-2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친도 좋은데 난 이게 좀 더 좋더라. 읽어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