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 54
에프라임 키숀 지음, 이용숙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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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로 처음 접했던 세계적인 풍자 작가, 에프라임 키숀의 장편소설이다. 앞의 단편집에 못지 않게 기발한 상상력(?)은 여전하고 책 곳곳에 그만의 재밌는 말장난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비평이라든가, 연애인들의 세계, 언론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가 탄탄하게 받침되어 있다.

주인공은 제목대로 어느 한 순간 인생로또의 대박을 맞은 54세의 평범한, 아니 평범 이하의 중년 남성이다. 이 남성에 겪게 되는 우연한 행운들과 사건의 전개는 이것도 역시 우연히 접하게 된 스포크 박사라는 심리학자의 책으로부터 곳곳에서 암시를 받는 설정이다. 이것도 역시 풍자의 하나일 수가 있겠는데, 마음이 답답할 때 흔히들 점을 보러 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풍자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거의 억지에 가까운 비평과 사람들의 반응, 또한 파파라치를 연상시키는 각종 연애 담당 기자들의 행태, 항상 자기를 감추고 사는 연애인들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재밌는 언어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 그는... 샤워하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그냥 싸지 않고 화장실로 건너가는 성격이 깐깐한 남자였다.

- 신이 탁월한 조각가임을 입증하는 살아 있는 증거

-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는 비아그라가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리고 신이라고 해도 우리의 모든 질문에 답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온 우주를 살피느라 바빠서 그런 것 같다.

- 남의 결혼식장에 가서 감동받아 박수를 치며 하늘의 축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보유 항공기 중 60퍼센트를 추락사고로 잃어버리는 항공사의 여객기를 기꺼이 탈 생각이 있느냐고 말이다.

-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떤 남자가 자기 연인의 높은 지성에 노예가 된다면, 이런 남자는 테니스 챔피언들이 결코 헌법재판소의 여성 판사들을 사귀지 않고 언제나 슈퍼모델을 사귄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본 작품이 키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의 평생의 삶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고 과감히 가정한다면 작가는 은근 슬쩍 평범남들에게 이중 생활을 권하는 듯도 하다. 이는 분명 현실의 도덕적인 세계에서는 돌을 맞을 일이긴 한데, 왠지 평범남들의 즐거운 여생을 위해서는 솔깃할 만한 꼬드김이기도 하다. 하지만 꼭 스포크 박사의 충언을 잘 해석하길 바란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19금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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