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박수민의 글 <플랫폼 기업 빅데이터 vs. 배달인 빅데이터: 디지털 경제 시대, 배달 노동자의 새로운 일머리>는...(중략).. ‘빠른 배달‘이라는 자본의 시간성이 배달앱의 공간을 지배하는 가운데 배달앱은 공간을 추상화 상품화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이 혼종적 작업장에서 기업의 알고리즘에 맞대응하면서 ‘디지털 테일러주의‘에 포섭되지 않는 노동자 자신을 위한 자율의 데이터를 생산해 낸다는 점을 밝힌다. - P13

오늘날 ‘노동 저수요‘ 문제는, 자동화론자들이 흔하게 언급하는 자동화 기계에 의한 노동 대체와 ‘대량 실업‘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제조업 영역에서의 생산능력 과잉과 과소 투자로 말미암은 ‘만성적 불완전 고용‘ 불안에 의해 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사태가 이러하다면, 오늘날 자동화에 의한 노동 대체 효과보다는 제조업의 생산성 악화로 인해 고용 안정이 어려워진 노동 과잉 인구가 오히려 서비스 부문에 유입되고 위태로운 플랫폼 노동 유형에 대거 흡수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볼 수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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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저작의 배후에는-하이데거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말해지지 않은 치명적인 공리가 숨어 있다. 고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거거는 거대 진리들의 사체가 묻힌 광대한 묘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26

푸코는 이 묘지의 문제를 공격하고 나섰고, 이를 예기치 못한 개인적인 각도에서 연구했다. 그것은 바로 ‘담론‘에 대한 심층적인 발굴이었고, 역사적 구성물들 간의 궁극적 차이에 대한 규명이었으며, 이를 통한 최신 일반론들의 종식이었다. - P26

지나기는 참에 말해 두자면 각 역사적 구성물, 각 학문 분야, 각 실천의 궁극적 차이인 이러한 담론들은 한 시대 전체에 공통된 사유 스타일이나 시대정신(Zeitgeist)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총체화하는 역사"와 "한 세기의 정신"을 조롱했던 푸코는 슈펭글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 P33

이는 이해관계가 "어떻나 보편적 형식도 결여"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계급 이해관계라는 개념은 가능하지만, "이 보편적 형식의 작동은 그 자체로 역사적이다[...] 바로 거기에 특이성의 원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는 역사를 단절들의 연속으로 만든다. - P34

철학자 푸코는 역사학자들의 방법을 실천하도록 인도할 뿐이다. 이는 각각의 역사적 질문을 그 자체로 논의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문제나 철학적 질문의 한 가지 사례로 그것에 접근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하여 푸코의 저작은 역사학자들의 방법보다는 철학 그 자체를 겨냥한 비판이 된다. 그에 따르면 역사의 질문 속에는 철학의 중대한 문제가 용해되어 있는데, "모든 개념은 생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 P35

사실 푸코는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주변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의 역사 쓰기 방식은 심성사(histoire des mentalites)라는 분야를 표방하던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그는 아날 학파보다는 필리프 아리에스 쪽에 더 가까웠다. 미셸 페로, 아를레트 파르주, 조르주 뒤비는 푸코의 책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역사학자들의 동업 조합에 대한 푸코의 원한은 온전히 남아있을 것이었다. - P40

푸코식 역사의 그림 안에는 무언의 형이상학적 감수성이 있다. 아무 때 아무것이나 생각할 수 없기에, 우리는 어떤 시기의 담론의 경계 안에서만 생각한다. 우리가 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제한된다. 우리는 그 한계를 보지 않으며,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 P44

이 어항 또는 담론을 한마디로 "우리가 역사적 아프리오리(a priori historique)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 아프리오리는 인간 사유를 압도하며 지배하는 부동의 층위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것이며, 우리가 결국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의식적이다. 동시대인은 언제나 자기들의 고유한 한계가 어디인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 한계를 파악할 수 없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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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으로의 초대 - 인간주의적 시각 문예 인문클래식
피터 L. 버거 지음, 김광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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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구용으로 쓰인 게 아니라, 그저 읽히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이론적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내가 진정 흥미를 느끼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어떤 지적 세계로의 초대이다.

이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학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내 생각엔, 그런 사람들 가운데는 소위 "교육받은 공중"이라 불리는 다소 신화적인 실체의 좀 더 사려 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사회학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날 취할 수 있는 학문적 오락 중에서 사회학이 가장 고상한 "귀족적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이어지는 장들 가운데 하나에서 나는 모든 세계관은 음모의 결과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것은 학문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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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2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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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바로는, 비인간도 그들 자신의 존재론이 있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한 연구는 퍼스의 기호학을 사용해 연구한 에두아르도 콘의 <How forests think(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3)(국역본으로 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숲의 눈으로 인간을 보다>, 차은정 옮김[사월의책, 2018])밖에 없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54쪽 주석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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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탐험 - 남극 횡단의 역사가 된 남자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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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단독 횡단에 도전했다가 숨진* 영국 탐험가 헨리 워슬리(1960~2016)에 관한 짧은 전기


*부고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1261618146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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