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학종파는 (중략) 다시 수능의 영향력과 변별력을 더 약화시키고, 나아가 내신성적의 변별력마저 약화해서 객관적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한 중요한 지렛대가 고교학점제를 구현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개정되었기 때문에 이에 따라 2028학년도 대입 개정안이 새로 나와야 할 텐데, 학종파는 이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할 것이다. - P155
2022년 12월, 이주호 전 장관이 10년 만에 다시 교육부 수장으로 복귀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입 정책이 ‘정시 확대‘가 아니라 정반대인 ‘학종 확대‘로 전면적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추진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주도한 대입 관련 정책은 ‘영역별 만점자 1%를 통한 쉬운 수능‘, ‘입학사정관제 확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한 고교 서열화‘, ‘내신 절대평가 추진‘, 그리고 ‘대입 대학 자율화‘로 요약된다. - P159
‘2028 수능 개편안‘을 통해 교육부 스스로 고교학점제를 크게 의미 없는 정책으로 간주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수능 국어 과목으로 제시된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그리고 수학의 ‘대수‘ ‘미적분1‘ ‘확률과 통계‘는 모두 ‘일반 선택과목‘이다. (중략) 개편안은 이 과목들을 수능 응시과목에 포함시켜서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는 지난 수년간 교육부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추진해온 고교학점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P163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에 의해 수능은 사실상 ‘국어와 수학 수능시험 체제‘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영어는 이미 2018학년도에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에 수능성적의 변별 도구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고1 수준의 내용으로만 시험을 보기 때문에 역시 수능성적의 변별 도구로서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개편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 이후의 수능은 사실상 ‘구어와 수학 수능‘이 되어버린 것이다. - P168
입학사정관 제도에서 시작된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육부 내부의 오랜 신념이 반영된 제도여서 교육계 내부의 관심과 기대가 컸다. 입시에 미치는 교사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시켰고, 학교교육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입학의 과정에 고려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어 학부모, 학생 및 일반 시민들의 지지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교사추천서 작성 등 학생부 기록의 내실화 등 관련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고등학교,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외부 자원 이용을 극대화하여 전형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져오게 한 학부모, 학생이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을 적극적으로 검증할 자원과 의지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대학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원래 목적과 취지를 실현할 역량과 환경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 P260
이 책은 공정성과 적합성이라는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대학입학제도의 어제와 오늘을 개관한다. 대학입학 문제와 대학입학 정책의 사회사를 살펴보고, 근래 논의의 핵심이 되고 있는 수능시험과 입학사정관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쟁점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P9
노무현 정부가 수능에 상대평가를 도입한 것은 특별한 정책적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변화로 불가피했기 때문이었다.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사회 과학 탐구에서 선택하는 과목이 학생마다 달라졌다.(중략) 2005학년도에 상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지난 10여 년간 수능성적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의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P110
수능 등급제로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며, 대입 전형의 중심을 학교 안으로 가져오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대입정책(*2008학년도)은 수능에 대한 부담도 줄이지 못하고, 내신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켰을 뿐 아니라 논술 사교육 시장까지 극대화한 것으로 귀결되었다. 결국 역대 최악의 대입 개선안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 노무현 정부의 수능 등급제는 시행 1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진다. - P117
조o씨의 고려대 입학 부정 논란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성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조o씨가 합격한 전형은 입학사정관제를 바탕으로 하는 특기자 전형이었지만, ‘무시험 전형, 서류와 면접 중심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과 동일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조o씨의 입시 비리 문제가 학생부 종합전형의 부정과 불공정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신에 불을 붙인 것이다. - P148
문재인 정부 5년의 대입정책은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응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대응 방법은 수능 위주의 정시 선발 비율을 조금씩 더 늘리고, 학생부 종합전형의 주요 항목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시도만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무시험 전형을 맹목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그것을 위해 수시모집의 비율을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이고, 정시 수능 선발의 비중을 대폭 축소해온 경향에 최초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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