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과학의 의문들 14
로버트 M. 헤이즌, 맥신 싱어 지음 | 황현숙 옮김 / 까치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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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96 년 존 호건의 [과학의 종말]이라는 책이 있었다. 더 이상 과학에서 지난 세기 같은 대발견은 없을 것이고, 이제는 그저 조그만 빈칸이나 메우는 일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은 그 다음 해에 [과학의 종말]을 놀랍도록 피상적인 책으로 깎아내리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서문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확실히 네임밸류 면에서는 호건이 굴드에 밀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글쓴이의 명성이 다는 아니다.

정작 저자는 [과학의 종말]을 비판하지도 [과학의 전성시대]를 주창하지도 않는다. 그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과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끈이론’ 하나만을 주제로 한 대중 과학책에서는 ‘끈이론’ 만만세의 분위기를 한껏 조장하는데 반해, 이 책에서는 ‘끈이론’도 그저 만물 이론의 후보 이상, 이하도 아니라며 차분히 이끌어 간다.

우선 ‘만물의 이론’이란 것은, 시간의 탄생 이래 우주 속의 모든 종류의 물질과 힘들의 움직임과 그 특성을 기술할 수 있는 단일한 수학 방정식임을 명확히 하고 (대개 만물의 이론을 무슨 종교 경전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떠는 여타 대중 과학서와 비교해보라), 이 수학적 표현들로부터 빛의 속도, 중력의 세기, 양성자의 질량, 전하의 크기 등 자연의 모든 상수들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그 많은 아원자 입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암흑물질의 존재도 밝혀져야 할것이다. 만물의 이론의 이러한 엄청난 힘을 볼때 ‘끈이론’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을 뿐이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이 해야 할 14가지 일들을 꼽고 이처럼 깐깐히 풀어나간다. 문외한을 위한 기상천외한 비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허풍도 없다. 그래서 좀 뻑뻑하다. 하지만 난 이런 알짜가 좋다. 굳이 스티븐 제이 굴드의 서문을 빌릴 필요는 없었다. 요즘 대중 과학서라는 것이 화려한 수사修辭와 비논리적인 자극에만 치우친 채 그 무게가 가벼워져 가는 와중에서, 이 책은 골동품 속에서 건진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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