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멍
K.C.콜 지음, 김희봉 옮김 / 해냄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역자 왈 ; 재기 발랄한 문장, 말장난, 농담 어쩌구 저쩌구... 모 신문 리뷰 ; 시적인 표현, 유머러스한 문체, 알아 듣기 쉬운 예증 어쩌구 저쩌구... 다 맞다. 짧은 문장과 기상천외한 비유로 읽는 재미도 있고 이해도 쉽다. 그러나 정성적인 감을 잡긴 좋겠지만, 마치 종교 교리서와 같은 애매함이 물리학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다. 솔직해지자. 이건 괜한 시비고 (어떻게 물리학 책을 쓰면서 이런 문장을 생각해 냈는지에 감탄과 심통이 생겨서...), 몇 가지 예를 직접 보자.

페러데이가 빈 공간을 접어서 물질과 힘을 비롯한 우주의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하는 주름으로 만들었다는 것 (p.100). 진공이 선반에 얹혀 있는지도 모른다 (진공의 에너지 관점에서, p.123). 힉스 마당이 걸리적거리네, 이 걸리적 거림이 질량이네, 이는 입자들이 끌고 다녀야 하는 십자가와 같은 것 (p.131). 중력 ‘접착제’ 따위는 없네, 우리가 지구에 잡혀 있는 이유는 공간 자체가 휘어 있기 때문일 뿐 (p.140). 무법적인 양자 시공간의 ‘거품’마저, 알고 보면 진동하는 끈이 목쉰 소리로 부르는 노래이다 (p.179).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반중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기 나는 총’ (p.249)

재미는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겉치레일 뿐이고, 우리는 그 속을 들여 다 보아야 한다. 무無, 없음. 0 에 대해 여러 가지 재료를 먹음직스레 버무려 놓았지만, 결국 주제는 ‘진공’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진공 펌프를 이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진공에도 사실은 많은 원자들이 여전히 들어있다. 우주로 나가면 물론 더 적은 수이겠지만 여전히 몇 개는 있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공’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무無, 즉 상상의 세계를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종교나 철학으로 오해 받기 딱 좋다. 정확히 말하면 수학적/이론적 가정으로서의 무無라고 해야겠다. 이 개념은 고전 에테르 개념으로부터 시작해서 장, 우주 상수, 제5원소, 힉스 마당 등으로 변해오고 있다.

진공에 대해 저자의 입담을 좀 더 자세히 들어 보자. 장이 가장 조용한 상태가 곧 진공인데, 여기에 에너지를 주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그야말로 빈 공간에서) 입자-반입자가 생성된다. 즉, 진공이 요동하면서 입자와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바탕에 지나지 않았던 시공간이 휘어서 중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편, 진공도 에너지에 따라 여러 상태가 있는데, 태초엔 (이렇게 말하면, 또 종교 비슷한 오해를 받겠지만) ‘녹은 진공’이 있나니, 이는 최소한의 구조도 성질도 없는 오로지 에너지만 있는 진공이다. 이 상태에서 시공간 마저 녹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모든 잠재성이 사라지고, 무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까? (p.303을 보시라).

아시다시피 우주는 팽창한다. 그런데 그 팽창은 가속적이다. 빈 공간 자체에서 반발력이 생긴다는 역설이다. 여기엔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우리가 매우 특별한 시기에 살고 있다는 것; 즉 지금이 ‘웃기는’ 반발력 에너지와 보통의 중력 에너지가 기가 막히게 균형을 이루려는 때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반발력은 우주 역사를 통틀어 일정하지가 않았다 (이것은, ‘우주 나이 130억년, 가장 오래된 별 150억년’ 이라는 역설의 답이기도 하다). 정말 그야말로 무의 거대한 가속 사이의 짧은 막간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p.255).

이 대목에서 ‘그러니 우리는 ....... 이렇게 살아야 겠습니다’라는 철학/종교적 마무리는 유치하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고, 물리학이 여기까지 알아냈다는 것 뿐이지, 여기에 살을 붙이면 비약이다. 우주가 그렇지 않았다면, 왜 하필 이랬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사람도 없었다. 아예 존재 자체가 없었단 말씀!!! - 인류/인간 원리. 저자도 이런 식의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우주에서 꼭 필요한 비대칭으로서 ‘시간’과 무에 관한 관계로 마무리한다 (p.315). 그런데 이게 더 혼란스럽다... (야!! 니 리뷰가 더 혼란스럽다!! 아~ 정리 안된다.... 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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