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칼 세이건이 ‘악의 축(?)’에 선전포고를 던졌다. 작전명은 ‘충격과 공포’!!! 악의 축은 사이비과학, 미신, 신비주의, 종교 등이며, 그가 내세운 가공할 만한 최첨단 무기는 ‘과학적 사고 방식 – 비판적 사고와 탐구 방법’이다. 괜한 자극적 선동은 이제 그만하고 차분히 책 내용을 들여 다 보자.

우선, 일반 대중의 과학적 문맹 상태를 한탄하면서 그 틈에 득세하고 있는 사이비과학, 신비주의의 폐해를 언급한다. 그리고는 그에 대조되는 과학의 특징을 하나하나 꼽는다. 과학적 사고 방식은 창의적이고 훈련된 사고 방식이다. 과학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설에 무제한으로 개방적이며, 모든 것을 가장 엄격하게 회의적으로 검토한다. 스스로 오류 수정의 기제를 갖추고 있기에 과학은 성공할 수 있었다 등등.

책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중심 생각은, 이른바 과학적 회의주의skepticism이다. UFO에 열광하는 작태를 보면서 도대체 왜 증거를 찾아서 증명 또는 반증할 생각을 않는지, 저자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저 중고차를 살 때, 맥주 광고를 볼 때 정도의 회의주의만이라도 견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 경제, 종교, 사이비과학에는 회의론에 대한 경신 풍조가 만연해 있으며, 이에 대해 너무 자주 침묵으로 동의하는 것은 과학 스스로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세심한 균형이 필요한데, 회의주의 스스로도 너무 흑백논리로 빠지지 말고 사이비과학과 미신의 인간적인 뿌리를 인식해서 온건히 접근해야 널리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한다.

계속해서, ‘엉터리 탐지’라는 논리적, 수사적 오류 기제를 언급한다. 인상적인 것 몇 가지만 들면, 거짓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참이라는 주장 – 특히 UFO, 수사학적 난관에 빠진 명제, 답변해야 하는 것을 가정, 작은 수의 통계, 확률의 오해, 전후 인과관계의 혼동,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 등이다. 이런 것들이 특히 와 닿았던 이유는, 나 스스로도 일상 생활이나 일을 하면서 종종 저지르는 (심지어 인식조차 못한 채) 오류이었기에 그럴 것이다.

뒷부분으로 가면서는, 과학의 대중화 방법론, 실용성이 아닌 호기심에 의한 과학 연구 지원 (맥스웰이 전자기 기초 방정식을 만들 때, 라디오, TV, 레이더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과학 공동체의 윤리 문제, 그리고 과학과 민주주의와의 관계까지, 저자만의 독특한 사색에 빠져볼 수 있다.

잠간 전쟁 통에서 빠져 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과학 만능주의 냄새가 너무 진하다고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또 죄없는 민중까지 싸잡아 당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는 것이, 비양심적인 ‘악의 축’이 규칙을 지키며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불완전성과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기에, 반증조차 불가능한 교리로 무장한 채 말이다. 과학의 경쟁자인 자연은 자연의 비밀을 마지못해 넘겨주지만 공정하게는 싸운다 p.261.

ps) 얼마 전 종영된 TV프로그램 ‘도전 100만불 초능력 어쩌고’에서 흰 수염이 멋졌던 벽안의 할아버지를 기억하시는지? 제임스 랜디의 활약상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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