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마음대로 부리기
게리 스틱스 & 미리엄 레이콥 지음, 이종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신문이나 잡지 편집자들의 책은 아니라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제목에 혹해서 또 스스로 발목을 들이 밀고야 말았다. 근데 좀 뭔가 다르다. 보통 신문이나 잡지 수준의 글이 극히 일반 대중을 겨냥하기에 별로 건질 것이 없다는 점에서 아니라고 보고 있었던 것인데, 이 책은 그 수준보다는 좀 더 들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그 설명이 영 피상적이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 먹히지가 않고, 조금 알고있는 사람에겐 전문 용어의 나열에 불과한 수박 겉 핥기 식이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도 visualization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과학 교양서에서 이해를 돕는 적절한 그림은 필수이다. 이 책은, 개념이나 원리 설명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는 어설픈 말로만 때우고, 쓸데없는 곳에 조잡한 그림 몇 개만 띄엄띄엄 있을 뿐이다. 하긴, 오로지 화려한 그래픽으로만 승부를 거는 책도 나을 것은 없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저자, 역자, 편집자 모두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글을 써댔음이 느껴진다.

오류, 오자도 많지만 실소를 자아내는 것 몇 가지만 들어보면, 주기율표상의 희토류원소(稀土類元素, rare earth)를 굳이 ‘희귀한 흙 p.406’이라니... 다른 원어들은 있지도 않은 한자 용어로 그렇게 많이 옮긴 것을 보면 (화학증발침착법, 원자분무도장 p.359), 한글 사용의 깊은 뜻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탈고脫稿중의 실수가 그대로 인쇄된 곳도 보인다 ‘녹로(한자없어요) p454’

훌륭한 시민이 되기 위해 테크놀러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저자들의 말을 되씹어 보자. 과연 이 책을 읽고 감이라도 잡든지 뭔가 새로 배울 것이 있을까? 겉 표지에 <2001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라며 떡하니 붙어있는 스티커가 영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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