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질서 -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존 홀런드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복잡하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얘기이다. ‘세상사가 원래 그렇지 뭐’ 하고 지나쳐 버리면 그만인데, 그 안에 숨겨진 ‘일반 원리’를 찾아봐야 겠다고 작심하면 얘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환원주의 방식은 더 이상 먹혀 들지 않으니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뉴에이지 과학이나 복잡성 과학 분야가 목청껏 외쳐왔다. 한발 더 나아가서, 복잡 적응계의 통일이론이 물리/화학/생물/공학 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과 사회 현상 등 모든 세상일에 대한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순진한(?), 과감한 주장도 있어왔다. 이쯤 되면 신흥종교 교주쯤 되겠다.

저자의 입장과 이 책의 내용은 이런 주장과 궤를 달리한다. 신중하고 현실적이다. 그의 '유전 알고리즘'도 모형1의 단계밖에 검증하지 못했으며 아직 할 일은 많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 노력은 실패할 리 없으며 최악의 경우에 조차 새로운 시각과 전망을 줄 것이며, 최선의 경우에는 드디어 일반 원리를 찾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이 책은 그 수단으로서의 '유전 알고리즘'을 설명한다. 익히 아는 바대로, 이는 자연의 진화 과정을 수학화한 계산 모델로서 저자가 그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 내용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제1장] 복잡 적응계의 7가지 기본요소(집단화, 꼬리표, 비선형성, 흐름, 다양성, 내부모형, 구성단위)부터 시작해서, [제2장] 복잡 적응계를 이루는 적응성 행위자agent가 스스로 진화하는 알고리즘을 살펴본다 (수행체계, 신뢰도평가, 규칙발견). 바로 이 적응성 행위자에 도시의 기업이나 개인, 배아의 세포 등을 대응시킴으로써 도시 운용과 배아 발생을 해석할 수 있다는 식이다.

물론 좀 더 나아가야 한다. [제3장] 각 개체들이 집단을 이루는 방식(다중 행위자, 복합집합체)과 그 행동 패턴을 추적한다 (에코 모형). [제4-5장] 에코 모형에서 복잡한 조직이 창발하는 것은 마치 생물학의 교차와 돌연변이 그리고 교환/교배 접촉과 같은 원리인데, 이를 실제로 컴퓨터에서 구현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더불어 숫자와 규칙으로 이루어지는 컴퓨터 모의실험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냉정한 시각도 보여준다.

복잡한 세상을 실험해볼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 이론과 통제된 실험 사이의 전통적인 직접 연결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컴퓨터 모의실험이 이론과 실험의 <중간점>이 될 것이며 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 이 모의실험이 실제 복잡 적응계의 ‘올바른’ 측면을 반영해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조작(?)해내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취향과 경험에 의한 선택이 이루어진다면!!!

깔끔한 설명과 적절한 비유 그리고 적재적소의 도해 등이 이해를 돕지만, 솔직히 이런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해하기란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쉽지 않겠다. 낯선 용어들이 수없이 튀어나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원래 교주님의 뜬구름 잡는 듯한 말씀은 귀에 쏙쏙 들어오지만 그 꿈 같은 이야기의 현재 실정과 그 방법론을 구구 절절 설명하는 실무진의 말은 귀에 뻑뻑하다. 그래도 교주님 말씀에서 미덥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그 내막에도 귀를 기울이는 수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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