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방정식
아미르 D.액설 지음, 김희봉 옮김 / 지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중력?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 그래서 둥그런 지구에서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게 한다고? 뉴턴이 정말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 개념을 저 아득한 우주공간에도 적용하여 케플러의 행성운동을 설명해냈다. 공식도 간단하다. F=G·mm’/r² 사실, 여기까지의 업적도 대단한 것이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성의 근일점 이동 등 몇 가지 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있었고, 근본적으로는 도대체 왜 중력(만유인력)이 생기냐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금세기의 영웅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상대성이론 중 중력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중점을 둔, 일반인을 위한 해설서이자 전기서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속도의 한계가 설정되었는데, 도대체 중력은 그 멀리까지 어떻게 순식간에 힘을 전달할까?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의 상대성 원리와 광속도불변 원리에 새로이 등가 원리, 리만 기하학을 추가하여 완벽한 중력이론을 완성해낸다. 저자가 신의 방정식이라고 한껏 추켜세운 그 공식도 한번 구경해 보자. Rμν – ½gμνR – λgμν = -8πGTμν

이제부터 저자는 차근차근히 이 공식의 의미와 결과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우선 등가 원리란, 회전하는 계에서는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원 둘레에 수축이 일어나고 그래서 공간이 휘는데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에서는 회전 원반 둘레를 자로 직접 재본다), 이렇게 일정하게 회전하는 가속계는 중력장과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3장]. 이 공간의 왜곡을 뒷받침할 수학적 모델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인데, 위 공식의 곡률 gμν가 바로 휜 공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척도 즉, 리만의 메트릭 텐서이다 [4-7장]. 이것은 사실 4×4 행렬의 형태로서 4차원 공간의 곡률을 나타내는 10개의 양을 한꺼번에 고려할 수 있게 해주고, 전체 식을 간단하고 그래서 아름답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행렬의 형태는 미치오 가쿠 <초공간>에서 살짝 구경할 수 있다).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도 빠질 수 없다 [8장]. 그녀의 정리로부터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중요한 결론 두 가지가 유도된다. 에너지-운동량 텐서 T의 보존법칙, 일반공변성 불변의 원칙이다. 곡률은 좌표계가 움직일 때도 물리법칙이 변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대칭성에 대해서는 앤서니 지 <놀라운 대칭성>이 자세하다. 여기까지의 얘기가 좀 뻑뻑할까 싶어 저자는, 중간중간 새롭게 밝혀낸 아인슈타인의 인간적인 면모도 얘기해준다. 그의 이론이 실험적으로 증명되기를 갈망하는 모습과 그래서 재촉하고 삐지는(?) 모습을 보면 왠지 안도감이 느껴진다. 그도 사람이구나~

이제부터는 이 방정식을 풀어서 얻게 된 우주론 이야기다 [11-16장].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을 푼다는 것은,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메트릭(선소 ds²)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시공간이 갖는 곡률의 모양을 알아내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우주에 대해서 풀어봤더니 우주가 팽창 또는 수축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당황해서 약간의 기교, 하지만 천재적인 책략으로 우주상수(위 식의 λ)를 그의 식에 끼워 넣어 우주를 안정적으로 만든다. 물론 후에 허블 등에 의해 밝혀진 팽창 증거에 의해 이 우주상수는 아인슈타인이 직접 철회한다. 또 근데, 세상일이란 돌고 도는 게라, 요즘은 다시 이 우주상수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팽창하는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제5의 힘일지도 모르는 진공에너지(웃기는 에너지?)를 가정하게 되었고,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이를 설명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연의 4가지 상호작용 중에서, 확실히 중력은 나머지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째째하게(?) 원자나 핵 수준이 아닌 우주까지 뻗은 거대한 스케일부터 다르다. 그래서인지 이미 통합된 전자기력, 강/약한 상호작용과 격을 달리한다. 중력까지 합치려는 인간의 노력(초중력, 초끈이론 등)에 쉽게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신의 마지막 자존심 이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