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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발견
스튜어트 매크리디 엮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 문득 궁금해서 백과사전을 뒤져보니 이렇다; 물리량으로서 객관적으로 정해지고, 길이 및 질량과 함께 다른 물리단위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사용됨. 고전물리학에서의 시간은...(중략). 한편 상대성이론에 의하면...(중략). 한편, 심리적 시간과 생리적 시간은...(중략). 심리적 및 생리적 시간은 보편적/물리적 시간에 대하여 주관성이 강한 개인적인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음.
아닌 게 아니라, 시간의 의미는 이렇게 다차원적인가 보다. 일상적이기도 하고 추상적이기도 하고, 자연적 또는 인위적, 물리적 또는 심리적 등등... 여러 각도에서 시간을 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다. 처음 얘기는, 우리 몸에 숨겨져 있을 지 모르는 24시간의 생체시계로부터 시작된다. 뇌속의 슈프라키아스마 세포핵(SCN)이나 시계 유전자가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선사시대 유적들이 일출/일몰 방향으로 세워져 있다거나, 달, 해, 별들로부터 달력이 만들어진 이야기도 나온다. 기원전 45년 율리우스력에서 1년은 평균 365.25일이었는데, 16C 그레고리력은 1년의 길이를 진짜 태양이 아닌 가상의 평균적인 태양 운동을 가정하여 365.24255일로 만든다. 이는 정확한 1년(태양년,회귀년)과 불과 30초 차이다. 다시 수정된 그레고리력은 윤년을 없애는 방법으로 400년에 3일씩 빼서 평균1년이 365.24259일이 된다. 이게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인데,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개정하게 된 동기는 단지 부활절 날짜를 맞추기 위한 종교적 이유였단다. 다음은, 시계 이야기들이다. 해시계로부터 세슘원자시계와 이온트랩시계까지, 결국 시간의 기준이 천체운동에서 원자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마지막엔 시간을 거슬러도 가보고(9장),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 시간(10장)도 언급하고, 철학적 질문(11장)도 던져본다.
다양하게 잘 차려진 한정식 품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물리적 시간에 관한 언급도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9장에서 엔트로피, 11장에서 우주론 이야기가 잠간 나오지만, 필진에 이론물리학자도 참가해서 뉴튼의 고전적 절대시간 개념과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시간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잘만 구성했다면 적잖이 재미있었을 듯하다. 오히려 재미 문제가 아니라 이 얘기가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 꼴이 아닌지? 백과사전도 이 얘기로 시작되는데 말이지. 각설하고, 시간에 관해 다양한 역사적, 심리학, 철학적 고찰은 흥미 있었지만, 『시간의 발견 The Discovery of Time』이란 제목의 중량감에는 2%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