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135
존 카스티 지음, 김동광 외 옮김 / 까치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 ‘카오스’나 ‘복잡성’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것은, 그 유명한 <나비 효과> ; 여기서 나비가 펄럭이면 저기에 태풍이 분다. 이게 아마 ‘초기조건 민감성’을 말하는 것이지? 그리고 또 많이 알려지기로는 <프랙탈>도 있겠다. 이건, 구름, 해안선, 나뭇잎 등 자연현상의 불규칙한 패턴이 ‘자기유사성’인가 뭔가를 갖고 있다는 얘기였던 것 같고. <창발성 emergence> ; 뇌처럼 그 구성 요소인 뉴런을 한데 모은 것 이상의 새로운 특성을 나타내는 것. <인공생명 artificial life> ; 생명체처럼 스스로 복제, 성장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데 연구자들은 이걸 진짜 생명으로 생각한다더군. 하여튼, 너무 수박 겉 핥기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알라딘 SalesPoint가 76점 밖에 안 되는 것이 좀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구입하고 나니까 224점으로 올랐네?) 과감하게 이 책을 구입했던 것이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 책 역시 과감하게도(?)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교양서는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짐작컨대 저자는 일반인을 위해 일상적인 언어만을 사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기꺼이 전문 용어(영어)들을 사용했고 그것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미처 널리 합의되지 않은 용어(한국어)들이 선택되었을 것이다. 내 수준에서 파악된 예로는, ‘직렬-병렬’을 ‘시리즈-병행’으로 번역한 것이 있다 (p.35). 전공자라도 자기 전공관련 원서를 볼 때보다 낯선 우리말 용어가 사용된 번역서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하물며 비전공자라면 이미 전공자간에 합의된 전공 용어의 깊은 의미 조차도 모르는 판에 두 말할 나위도 없겠다.

먹음직스레 생긴 수박 속 시뻘건 알맹이가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챙겨 먹질 못해서 계속 투덜거리고 있는데, 그래도 수박 껍질 안쪽 희멀건한 맛은 본 듯하니 껍질만 핥은 것보다는 낫다고 위안한다. 희멀건한 맛? 이런 것들이다. 논리적 혼란의 메커니즘에 의해 자기언급을 포함한 역설적 결론이 나오니 놀랍다. 마찬가지로 파국에 의해 원할함으로부터의 불연속성이, 카오스에 의해 결정론적 무작위성이, 계산불가능성에 의해 규칙을 초월하는 출력(무법칙성)이, 환원불가능성에 의해 부분으로 분해될 수 없는 움직임이, 창발성에 의해 자기-조직적인 패턴이 생성된다. 저자는 이를 놀라움-생성 메커니즘으로 분류하고 있다. 음... 다시 봐도 여전히 묽은 맛이다.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이지만, 사실 복잡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단다. 자연에서 복잡성을 관찰하는 것과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만델브로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열광주의자들은 복잡적응계의 통일이론이 자연에 대한 ‘통찰’과 실세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동시에 이루어 낼 것이라는 대담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극단적인 환원주의자들은 좀더 복잡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공학’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일부에선 복잡성이라는 말 자체를 부정하면서 선전가치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한다. 복잡성 자체의 정의만 31가지나 되더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저자도 이를 의식했는지, 복잡성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를 들면서, 단순계와 복잡계를 그 특징으로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리고는 주관적, 비형식적에 머무르고 있는 복잡성을 형식화, 객관화 과정을 거쳐 과학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외한의 입장에서야 그저, 이런 싸움판(?)이 흥미로울 뿐이다. 과연 복잡성이 ‘공학’으로 격하되지 않고, 이론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진정한 ‘과학’이 될 것인가? 하여튼, 관심은 계속 갈 듯하고, 별도로 제대로 된 수박 맛도 계속 찾아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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