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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옆 철학카페
김용규 지음 / 이론과실천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희망, 행복, 시간, 사랑, 죽음, 성... 인간의 삶의 중심을 찾이하고 있는 이러한 개념들을 가장 설득력있게 설명해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이것들은 인간들이 수 천년동안 설명하기 위해 추구해 온 철학적인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성주의적 철학 담론이 무너지고 전혀 새로운 이해가 추구되고 있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지나온 철학적 용어들은 주체가 아닌 주변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철학을 넘어선 철학이 시도되고 있다. 쉬르필로소피아란 개념으로 소개되고 있는 이 새로운 철학하기는 철학을 넘어서서 철학을 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김용규의 영화관 옆 철학카페는 그런 현상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독일의 프라이부룩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하여, 그 예의 탄탄한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가장 철학적인 소설로 평가되는 [알도와 떠도는 사원]을 출판한 이래 올해 새롭게 선보인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를 통해 반영된 철학적 단면들을 밀도 있게 해부하고 있다.
중앙역, 인생은 아름다워, 체리향기, 러브레터, 박하사탕,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 매니아가 아닐지라도 의례 한 번쯤은 보게 되는 영화들, 추천비디오 목록의 단골들인 이 작품들 속에 투영된 철학적 의미들을 주제별로 분석하는 저자의 치밀한 철학하기는 난해하고 복잡한 철학적 방법론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보다 친밀한 사색하기를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키에르케고르, 칸트, 카뮈, 리쾨르, 하이데거 등 그 이름만으로도 난해한 철학자들의 사유가 그리 복잡하지 않게 이해되어지고 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독자들이 받게되는 유익은 매우 크다고 본다.
아네트 쿤은 이미지의 힘에서 영상 언어가 가지는 위력을 설명하였다. 오늘날 영화는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미디어가 아니다. 이제 영상 언어는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상 기호 속에 의미가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적인 영역으로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 보기에서 영화 읽기로 전환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를 요구받고 있다. '어떻게 영화를 읽을 것인가?'
그 한 단면이 김용규의 책 속에 예시된 것이다. 이 작업이 단지 그에게 의해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조광제 이진경, 김영민 등에 의해 여러 책들이 꾸진히 나왔다. 김용규의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편안하게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책이다. 특별히 그가 추천하듯이 비디오를 보면서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비디오를 보면서 인생을 보았다면 이제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을 읽어야 하고, 철학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지성인들만의 특권이 아님을 위해서 영화관 옆 철학카페는 대중들의 단골집이 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카페에서의 잔이 차고 넘쳐 주체를 상실해 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참된 반성의 사유가 일게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