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 나의 인생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유시주 옮김 / 눌와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의 인생은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무엇을 딛고 서 있으며, 어떤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주어진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와 인간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한 번 쯤은 새로운 인생을 체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기란 왠만한 용기를 가지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작은 용기 하나만으로 그 체험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의 체험을 읽는 것이다. '나무 위 나의 인생'은 이런 점에서 적절한 체험을 하게 해 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 여성 과학자의 삶을 보여준다. 지구의 마지막 허파로 불리우는 열대 우림의 숲 속을 헤집고, 숲속 우듬지(나무 꼭대기)를 오르내리며, 눈으로 관찰하고, 가슴으로 관찰한 사실들을 머리로 재현시킨 그녀 자신의 삶이 기록이기에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체험으로 우리의 삶에 유입된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일대기가 기록된 장엄한 서사시가 아니다. 오히려 가슴으로 느껴지는 잔잔한 수필이다. 그래서 시튼의 '작은 인디언의 숲'과는 또다른 감동이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는 단지 숲속에서의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여성 과학자로서, 한 어머니로서 겪는 일상의 경험을 함께 이야기로 엮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저자가 단지 생물학자의 눈에 비친 세상만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같다. '나무 위 나의 세상'이 아니라 나무 위 나의 인생'이 제목이 된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이 책은 내게 몇 가지 중요한 사색의 기회를 주었다. 생명의 동반자들은 숲의 생명체들-꽃, 잎사귀, 열매, 가지 등-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어가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삶(생명)의 신비를 다시 한 번 음미하도록 한 것 하며, 나의 인생 이면에 있는 또다른 인간들의 용기 있는 개척의 삶, 그리고 표면적인 환경론자로서가 아닌 삶을 사랑하는 자로서의 자연에 대한 이해, 등등.

다시 돌아와 나를 인식하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인생을 조망해 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어디인지를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저자가 나무 위, 우듬지에서 그녀의 인생을 보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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