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아래로 비룡소의 그림동화 62
에른스트 얀들 지음, 노르만 융에 그림, 박상순 옮김 / 비룡소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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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 땅 밑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서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봄직한

생각이 그대로 책으로 엮여서 이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을 보시고 "에이, 이게 뭐야?"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실 텐데요.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시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이 책을 읽으시면 이 책만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여러장의 종이가 겹쳐있는 테이블에 유아가 그림을 그리면서 이 책은 시작되는되요. 종이들이 한장씩 날아

가면서 점점 더 아래의 개념이 발생하게 됩니다. 테이블부터 아래의 물건을 짚어가면서 그림속의 유아는

계속 독자의 시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너도 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니?"라며

의미심장하게 독자의 공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보는 유아는 부모님으로

여겨지는 어른들이 있는 방과 지하실을 지나 마침내 지구안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굳이 지구 안의 단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그 곳까지는 이 책에서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명백한 경계의 확정과 유아의 상상에 그

아래의 세계를 맡기겠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윽고 아래로 아래로 자신이 출발한 지구 반대편의 땅표면에 도착한 유아는 (이 때부터 그림은 거꾸로가

됩니다.) 다시 지하실과 또 다른 방을 지나 위층까지 올라오게 됩니다. 그저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을 뿐인데

말이죠. 다시 테이블 위에는 종이가 놓여있고, 아래로 아래로 계속 연이어 종이가 계속됩니다.

이 책은 유아에게 상하의 개념을 익히기에 좋은 책이고, 나아가 대칭의 개념과 더 나아가 중력의 개념 등

여러가지 수과학 개념을 익히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중력은 조금 오버라구요? ^^ 글쎄요...)

보통의 책들이 그 책 자체만의 세계를 염두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독자의 참여를 요구

하며 독자의 시선을 위주로 제작었습니다. 지구를 축으로 그림이 뒤집어진 것과 그림 속 유아의 시선이

이러한 주장을 반증하는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지구를 중심으로 반대편 세상에서 아래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위라고 불리워지는 위치입니다. 그것을 그림을 거꾸로 그려 놓음으로써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래

라고 지칭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래나 위를 지칭할 때의 보는 시점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은

이 책외에는 거의 전무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책을 오히려 뒤부터 읽어 주시면서 위로 위로로 내용을

바꿔가면서 읽어 주세요. 유아의 상하개념 확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어떠한 축(선)을

기준으로 서로 대칭이 된다는 개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예민한 유아들은 "엄마, 왜 아래의

집의 물건들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라고 궁금증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부모님께서 "그건

지구 안에 물건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거야."라고 하시면서 힘의 방향을 화살표 등으로 표시

하시며 유아에게 설명해 주신다면 유아는 중력에 대한 개념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모두 따지자니 골치가 아프시다구요? 그저 천천히 여러번 읽어주세요.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유아용 그림책에서는 그림이 글만큼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쉽게하고 유아의

흥미를 끄는 것이 그림책에서의 그림의 주요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림을 통해 글에서 표현할 수 없는

또다른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역시 유아용 그림책의 주요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반복 읽기가

중요한 것이구요!!!^^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시고 그림에 대해 유아와 상호작용 하면서 읽어주시는 것은

유아의 주의력을 길러주고, 독서능력을 향상 시키는 좋은 습관입니다. 유아가 성격이 급해서 빨리 책장을

넘기길 원한다구요? 여러번 읽어주어 유아의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킨 뒤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가셔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책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나 싫어하시는 분에게나 이 책이 기존에 쉽게 찾아볼 수 있던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동의하실 것 같은데요. 색다른 음식을 먹듯 뭔가 알쏭달쏭한 이 그림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난답니다. ? 부담없이 책꽂이 한 켠에 꽂아 두시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 보세요. 그 때마다 느낌이

다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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