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침실 3 - 가면 속의 죄수
쥘리에트 벤조니 지음, 문신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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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3세에서 루이 14세 시대의 부르봉 왕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소설이다. 루이 13세의 왕비 안 도트리슈를 둘러싼 궁중 내 음모와 루이 14세 탄생의 비밀들이 3권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안 도트리슈.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소재를 제공한 바로 그 왕비이다. 에스파냐의 펠리페 3세의 딸로 태어나 루이 13세와 결혼했지만 루이 13세는 여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런 왕과 사이가 안 좋았던 왕비는 영국의 버킹엄 공작, 자신의 시조카인 프랑수아 드 방돔, 훗날에는 재상 마자랭 등과 염문을 뿌리는 여인이다.
소설이지만 당시 프랑스 왕궁의 실존 인물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마치 허구가 아닌 논픽션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실존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재미 때문에 비교적 두꺼운 3권을 단번에 읽어내려갔을 정도이다. 끊임없이 모반을 꾸미는 안 도트리슈와 오만하고 차가우면서도 정력적이었던 루이 14세, 잔혹하지만 강력한 왕권 형성에 기여한 리슐리외의 묘사는 실존 인물들이 정말 저렇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자의 리슐리외에 대한 묘사는 뒤마가 <삼총사>에서 묘사한 것과 비슷한 듯하다. 실제로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노력한 현실적인 정치가였던 리슐리외에게 악역을 맡기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그의 실제 업적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이란..
인물들 뿐 아니라 귀족들간의 세력 다툼이었던 프롱드의 난을 비롯해서 에스파냐와의 전쟁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 등장 인물들과 맞물려서 나오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기본 줄거리인 실비 드 발렌과 프랑수아 드 방돔의 러브스토리는 로맨스 소설 같은 한계를 넘지 못하는 점이 좀 아쉬웠다. 특히 궁중 암투에 끊임없이 휘말려 드는 실비라는 여주인공은 답답하기만 할 뿐 도무지 매력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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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 Art & Ideas 11
조너선 블룸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길아트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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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읽었던 한비야의 여행기를 보면 한비야가 이란에 들어가기 위해 고생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때는 책을 보면서 한비야가 이슬람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그라의 타지마할,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에스파한의 샤모스크가 이슬람 건축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달라보이는 이 경이적인 건축물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꽃피운 이슬람 예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의 미술은 서구 중심의 미술 교육을 받은 우리에게 그만큼 생소한 분야일 수 밖에 없다. 책의 초반부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낀 것도 처음 보는 이슬람 왕조들의 이름과 칼리프, 술탄의 이름들이 너무 무감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랍식 이름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길아트의 다른 Art & Ideas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도판이 많아서 좋았다. 이슬람의 건축, 직물, 서책 등에 그려진 기하학 문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도판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지경이었다.
이슬람 미술이라고 하면 얼핏 중동만 떠올리기 쉽지만 책을 통해 이슬람의 영향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걸 알게 됐다. 에스파냐의 무데하르 양식뿐 아니라 이집트,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이슬람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곳까지 세력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는 이슬람 건축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기하학 문양의 직물의 화려함은 인간의 손길이 얼마나 섬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양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자기나 회화 부분이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정교하고 화려한 기하학 문양은 그 어떤 문화도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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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2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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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비롯해서 최근 몇 년간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캐드펠 시리즈로 유명한 엘리스 피터스를 비롯해서 필리프 반덴베르크,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매튜 펄 등의 역사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이르기까지 역사 소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 듯 하다.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은 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기호학자이다. 기호학자....움베르토 에코, 롤랑 바르트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최고의 지식과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소설 속의 복잡한 기호와 상징들을 풀어가는 역할로 기호학자만큼 주인공의 직업에 어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 줄거리는 새로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서 자손을 낳았다는 것이나 시온 수도회, 템플 기사단, 프리메이슨 등의 비밀단체에 대한 이야기거리는 어디에나 널려 있기 때문이다.
시온수도회의 그랜드 마스터였던 루브르 박물관 관장인 자크 소니에르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조직의 비밀을 전달하기 위해 손녀인 소피와 로버트 랭던을 사건에 끌어들인다. 이들은 소니에르가 남긴 단서를 추적하면서 성배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성배와 그리스도의 혈통, 비밀단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긴 하지만 추리 소설 치고는 범인의 정체가 뻔하고,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지면서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전개가 허술한 점이 아쉽다. 범인이 처음 등장하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제쳐두고라도 브쥐 파슈의 수사활동과 아링가로사 주교의 거래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댄 브라운은 '그리스도의 인성'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주제를 선택하면서도 안전한 방패를 마련해두고 있다. 시온수도회의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교회의 살인은 부정하고,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종교의 교리를 한번에 파괴할 수 없다고 주인공 랭던의 입을 통해 변명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는 자칫했다가 종교 단체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는 무리수를 택하지 않는게 안전했겠지만 저자가 좀 더 밀어붙였으면 더 재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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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낭만의 공간 프랑스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9 세계인문기행 9
이규식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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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프랑스 기행문이다. 유명한 관광지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도시들까지 문화와 역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단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번역으로 인한 껄끄러움이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도시에 얽힌 프랑스 문화와 문학을 자세히 설명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 외에는 사진이 적은 편이라 아쉬웠다. 도시의 특색을 나타내 줄 사진이 좀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파리와 일 드 프랑스 지역부터 시작한다.
화려한 문화의 도시 파리를 거쳐 아름다운 고성들이 즐비한 루아르, 화가들을 매혹시킨 노르망디의 에트르타, 와인의 향기에 흠뻑 취하는 부르고뉴와 보르도, 도자기로 유명한 리모주, 아름답운 빛의 도시 리옹, 운하로 둘러싸인 그림같은 안시, 메종카레로 유명한 님, 강렬한 프로방스의 햇살과 고흐의 흔적이 담긴 아를, 연극제로 유명한 교황의 도시 아비뇽, 휴양의 도시 니스, 중세 성곽을 간직한 카르카손, 샴페인의 본고장 샹파뉴, 랭보가 태어난 샤를르빌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발길은 프랑스 전역을 훑고 있다.
러시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고, 스페인, 벨기에, 독일, 스위스 등의 여러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각 지방의 문화가 독특한 프랑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가 각 지방별 특색없이 서울공화국이란 별칭으로까지 불리는데 반해 각 지역별 특성을 잘 살려서 그 독특한 매력을 지켜나가는 프랑스의 도시들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지방자치 시대라는 미명하에 아무런 특색도 없는 행사만 치르기보다는 특성 없이 죽어가던 도시를 만화라는 아이템으로 활성화시킨 앙굴렘을 벤치마킹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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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기행 - 와인 칼럼니스트와 떠나는 낭만적인 프랑스 와인 여행
김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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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으로 유명한 샹파뉴 지방을 방문하면서 저자의 와인 기행이 시작됩니다. 샴페인을 최초로 개발한 동페리뇽 수사와 그의 정신을 이어가는 모에&샹동의 철학이 저에겐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저자는 샹파뉴 지방 뿐 아니라 프랑스 와인 기행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보르도, 부르고뉴 등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지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다녀왔지만 주로 유명한 관광지에만 머물렀었는데, 책에 소개된 와인 지방을 한 곳이라도 가보지 못한 게 후회스럽더군요. 책을 읽다보면 와인 저장고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와인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어지거든요. 와인에 대해서 단순히 어느 지방의 와인이고,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 보다 이렇게 여행이란 형태를 통해서 와인을 설명하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고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다만 저자가 와인 사진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책에 실린 사진들이 좀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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