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미술 Art & Ideas 11
조너선 블룸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길아트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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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읽었던 한비야의 여행기를 보면 한비야가 이란에 들어가기 위해 고생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때는 책을 보면서 한비야가 이슬람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그라의 타지마할,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에스파한의 샤모스크가 이슬람 건축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달라보이는 이 경이적인 건축물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꽃피운 이슬람 예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의 미술은 서구 중심의 미술 교육을 받은 우리에게 그만큼 생소한 분야일 수 밖에 없다. 책의 초반부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낀 것도 처음 보는 이슬람 왕조들의 이름과 칼리프, 술탄의 이름들이 너무 무감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랍식 이름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길아트의 다른 Art & Ideas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도판이 많아서 좋았다. 이슬람의 건축, 직물, 서책 등에 그려진 기하학 문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도판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지경이었다.
이슬람 미술이라고 하면 얼핏 중동만 떠올리기 쉽지만 책을 통해 이슬람의 영향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걸 알게 됐다. 에스파냐의 무데하르 양식뿐 아니라 이집트,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이슬람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곳까지 세력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는 이슬람 건축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기하학 문양의 직물의 화려함은 인간의 손길이 얼마나 섬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양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자기나 회화 부분이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정교하고 화려한 기하학 문양은 그 어떤 문화도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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