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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2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비롯해서 최근 몇 년간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캐드펠 시리즈로 유명한 엘리스 피터스를 비롯해서 필리프 반덴베르크,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매튜 펄 등의 역사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이르기까지 역사 소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 듯 하다.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은 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기호학자이다. 기호학자....움베르토 에코, 롤랑 바르트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최고의 지식과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소설 속의 복잡한 기호와 상징들을 풀어가는 역할로 기호학자만큼 주인공의 직업에 어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 줄거리는 새로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서 자손을 낳았다는 것이나 시온 수도회, 템플 기사단, 프리메이슨 등의 비밀단체에 대한 이야기거리는 어디에나 널려 있기 때문이다.
시온수도회의 그랜드 마스터였던 루브르 박물관 관장인 자크 소니에르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조직의 비밀을 전달하기 위해 손녀인 소피와 로버트 랭던을 사건에 끌어들인다. 이들은 소니에르가 남긴 단서를 추적하면서 성배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성배와 그리스도의 혈통, 비밀단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긴 하지만 추리 소설 치고는 범인의 정체가 뻔하고,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지면서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전개가 허술한 점이 아쉽다. 범인이 처음 등장하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제쳐두고라도 브쥐 파슈의 수사활동과 아링가로사 주교의 거래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댄 브라운은 '그리스도의 인성'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주제를 선택하면서도 안전한 방패를 마련해두고 있다. 시온수도회의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교회의 살인은 부정하고, 인간에게 믿음을 주는 종교의 교리를 한번에 파괴할 수 없다고 주인공 랭던의 입을 통해 변명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는 자칫했다가 종교 단체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는 무리수를 택하지 않는게 안전했겠지만 저자가 좀 더 밀어붙였으면 더 재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