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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평점 :
"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당신은 나에 대해 뭘 아는가?"
리전시 그랜드 호텔에서 일하는 스물다섯 살의 몰리. 어릴 적부터 먼지나 얼룩하나 없이 청결을 유지하는 메이드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꿈을 키워온 그녀는 할머니의 소개로 원하던 직장에서 '모범사원'으로 힘겨운 삶을 영위해간다.

지나칠 정도로 순수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과도한 사명감마저 지닌 몰리에게 어느날 생각치도 못한 사건이 닥친다. 몰리가 담당하던 호텔 스위트룸에 묵고 있던 갑부 블랙의 의문사. 몰리는 최초 목격자에서 피의자로 추궁을 받으며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니타 프로스의 <메이드>는 몰리의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다. 메이드로서 엄격히 에티켓을 지키고, 완벽히 청소하며, 동료들과 옳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던 몰리가 겪은 사망사건은 뜻밖의 흐름을 타고 소용돌이 친다. 어려울 때마다 떠올리는 할머니가 남겨준 충고는 그녀의 유일한 버팀목이 된다.

<메이드>는 몰리의 심리변화, 주위와의 관계 설정이 독특한 구조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자신의 세계에 갇힌 듯- 몰리가 보여주는 소통방식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기도 하고, 구덩이에서 꺼내주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살인, 불법무기, 마약소지 등 무시무시한 혐의를 덮어쓰고 취조를 받으면서도 몰리는 '메이드로서의 에티켓'을 생각한다. '감출 수는 있어도 때가 되면 다 드러나게 되는 얼룩에 비유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형사를 향한 몰리의 답은 이렇다. "형사님, 얼룩이라면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마치 친구와도 같던 블랙의 두 번째 아내이자 미망인이 되어버린 지젤, '썩어빠진 종자'였던 첫사랑이후 등장한 남자 로드니,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되어 몰리의 도움이 절실한 후안, 돌아가신 할머니를 제외하면 유일한 멘토와도 같은 도어맨 프레스턴 등 몰리를 둘러싼 주변 인물은 각 장을 넘길 때마다 미스터리를 남긴다.

<메이드> 몰리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엉뚱하면서도 순진무구한 그녀를 향해 읽는이는 무한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없이 애처로운 과거와 현재의 환경, 그러나 할머니의 메시지에 눈을 뜨며 '똑바로' 살아가는 몰리를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란 생각보다 쉽다. 조직에서 너무도 중요하고 결정적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철저히 간과될 수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몰리의 말은 책 <메이드>를 잘 설명해준다.
'오래 살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며, '사람은 절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고, '인생은 저절로 알아서 풀린다'. 몰리가 자신이 갖고 있는 진실의 힘을 깨닫게 될 때 할머니를 다시 떠올린다. 역시 할머니가 옳았다. "결국에는 모든 게 잘될 거다. 잘되지 않았다면 끝이 아니야."(*)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