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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평점 :
"다우니스, 바지곤지센(bazigonjisen)! 그래야 내 딸이지!"
넘어질 때마다 번개가 친 뒤에 천둥처럼 소리치는 아빠의 외침. 항상 혼자 일어나라는 그 말은 <파이어키퍼의 딸> 다우니스 폰테인에게 마치 주문처럼 뇌리에 박혀있다. 오지브웨-실제 미국의 인디언 부족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원주민인 아빠와 백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양쪽의 문화, 양쪽의 사람을 넘나드는 삶을 이어간다.

인디언 문화를 등한시 하는 부류의 편견과 맞서며, 때로는 그녀를 이질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원주민의 시선에 대항하는 다우니스는 숱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혼자 일어서는' 강인한 정신과 체력으로 생활을 지탱한다.
안젤린 불리의 <파이어키퍼의 딸>은 '와-바농(Waabanong/동쪽)', '자-와농(Zhaawanong/남쪽)', '닌가-비-안(NingaaBii'An/서쪽)', '케와-딘(Kewaadin/북쪽)' 등 네 개의 장으로 진행된다. 각기 오지브웨 문화에 따른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동쪽은 오지브웨 전통에서 '여정이 모두 동쪽에서 시작된다'는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다우니스가 안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가 모습을 드러내고 두 개의 사회에서 접하는 인적 관계가 표현된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여행은 '방황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뜻한다. 또 서쪽으로의 여행은 '숙성된 열매와 수확에 집중해야 하는 끊임없는 변화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쪽을 향한 여행은 꿈의 이야기, 진실의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마무리된다.
마약수사라는 계기를 통해 다우니스는 두 개의 사회를 동시에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평범한 학생과 비밀요원이라는 두 개의 신분을 수행하게 된다. 그 속에서 가져왔던 원주민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를 극복하게되고, 계속 진실을 향해 힘겨운 과정을 지나친다.

책은 미국 내 원주민 사회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속성을 이해하게 한다. 안젤린 불리는 "십 대 아이들에게 오지브웨 문화와 공동체를 가장 큰 자산으로 가진 다우니스라는 그들과 닮은 주인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주인공 다우니스가 가진 역동성이 더욱 매력적인 까닭이다. "우리 부족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는 일곱 세대 뒤까지를 생각하며, 지금 내린 결정이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고려한다"는 원주민의 깊은 성찰은 어떤 사회이든 관계없이 큰 울림이 된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