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
이언 맥웨시.캐리 매크로슨 지음, 이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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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분위기나 자연광을 요구하지 않는 술꾼들이 즐겨 찾는 누추한 술집 '피티 오태번스'는 열일곱 고등학생 마고 머츠가 '고객'을 만나는 곳이다. 바닥은 끈적이고, 심지어 화장실 앞에는 담배 자판기가 있지만 성인 고객들이 일개 청소년에게 거액을 지급하며 작업을 의뢰할 수 있는 곳.


마고는 이곳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불륜의 증거를 지우고 싶은 선생님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전혀 원하지 않은 영상을 찍혀 고민하는 대머리 아저씨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언 맥웨시와 캐리 매크로슨이 지은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원제:Margot Mertx takes it down)>는 소위 '디지털 장의사'로 활약하는 여고생 마고에 대한 이야기다.




오로지 스탠퍼드 대학교 진학을 꿈꿔오든 마고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친다. 고이 모아둔 학비를 부모님의 오판(?)과 외삼촌의 실수(?)로 몽땅 날려버리게 된 것. 고교시설 평번한 친구 관계를 외면하면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능을 익혀온 마고는 바로 이 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파티나 연애 등 고등학생들의 '헛된 관심사'에서 벗어나면 자신도 스탠퍼드에 입할 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것.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아파트로 이사온 새미-한 살 많은 오빠며, 마고만큼 돈이 궁한 컴퓨터광이다-와 함께 마고는 '마고가 당신의 오물을 치워 드립니다'는 뜻을 가진 회사 'MCYF(Mertz Cleans Your Filth. LLC)'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디지털 장의사로 활동한다. 집 청소 의뢰를 몇 차례 받긴 했지만, 회사명은 마고가 하는 일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또래 친구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던 마고는 엄청난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온라인 리벤지 포르노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일에 뛰어 든다. 용의자를 추려내고, 그들을 비밀리에 조사하길 반복하는 마고역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편견이란 개인의 인식과 경험에만 있는 게 아니다. 빅데이터에도 편견은 존재한다. 데이터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그리고 연관성과 인과성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문제적 믿음이 있다."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는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투와 습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욕설이 여과없이 표현된다. 그래서 더욱 쉬운 공감을 이끌어 낸다. 용어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데 주로 쓰이는 각주는 이 책에서 '마고다운 설명'으로 대체된다. 빠른 전개 속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지도록 작사는 곳곳에 장치를 걸어뒀다.



"진짜 내가 미친 건가. 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취미도 없었다. 친구도 없었다. 날 좋아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것이 내 규칙의 일부였나. 어쩌면 난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청소년으로서의 마고가 가진 고민,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의 현명한 대처, 스스로 잘못을 조정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친구들의 모습.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는 종종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온라인 리벤지 포르노 사건을 해결하는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그 속에서 엿보이는 아이들의 성장도 재미를 준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쓰레기를 대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다.(*)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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