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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평점 :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롭소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롭소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러시아 출신의 SF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 3원칙'. 인공지능 로봇, 인조인간으로 불리는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영화나 소설은 많다. 대부분의 '로봇 3원칙'을 기반으로 인간의 감성과 기술, 도덕과 혁신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인공지능에 대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인간에 대해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 일지. 어찌됐건 인간의 지휘, 통제를 받는 로봇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인간의 일상적인 능력을 넘어서더라도 말이다. 그리고는 묻는다. "너는 마음이 있느냐"고.

고바야시 야스미(小林泰三)의 <미래로부터의 탈출(未来からの脱出)>에서 '안식처'라 여기는 한 시설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사부로의 '자유'를 향한 탈출에 관한 이야기다. 요양시설 안에서 모든 것이 관리되는 평온한 삶을 이어오던 사부로는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에 왜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부터다.
"텔레비전 방송도 책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몇 번을 봐도 상관없다. 몇 번이든 즐기면 된다. 확실히 그건 하나의 진리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기분도 들었다." 사부로가 기억하는 한 이곳 시설에 새로운 거주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거주자의 가족이 전혀 면회를 오지 않는 것역시 오무지 이해되지 않는 사실이다. 갖은 음모론을 궁리하던 사부로는 자신의 일기장을 넘기다 주요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암호와도 같은 메시지는 '감옥'으로부터의 '도망'을 가리킨다. 이제 사부로의 모험이 시작된다.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도크, 전자 장비를 만들고 조작할 수 있는 밋치, 지적이며 상냥함까지 갖추고 있는 엘리자 등 탈출을 위한 멤버를 구성한 사부로. 모두 백 살 정도로 추정되는 그들은 스스로 '헌드레즈'라 부르며 머리를 맞대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실패 이후 돌아오는 것은 '기억의 단절'. 사라졌다 돌아온 동료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마치 타임루프에 갇힌 듯 사부로와 친구들의 탈출은 제자리를 맴돈다. 아주 조금씩 흔적을 더해가면서.
"상관없어.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 그게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야."
사부로의 전진을 독려하는 도크의 한마디는 <미래로부터의 탈출> 전체를 이끌어 가는 메시지가 된다. 급격한 저출산과 인공지능의 도약적 발전이라는 현 시대의 흐름을 토대로 책의 상상이 펼쳐 진다. 저출산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지만, 로봇의 등장으로 노동력이 넘쳐나 실업문제를 야기하는 모순된 사회를 이어가던 미래는 '바쁘게 일하는 일부 엘리트와 사회보장만으로 생활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로봇'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베이비 디자이너, 변이인류, 원조인류, 슈퍼 인공지능 등 <미래로부터의 탈출>이 보여주는 풍경은 이미 익숙하게까지 느껴진다. '로봇 3원칙'에 따른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찰을 책은 보여 준다. '인간'에서 '인류전체'로 확대한 로봇 원칙도 함께. 사부로가 100세가 넘은 노인이라는 점은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의 무게를 더해준다. '억압된 미래에서 해방된 미래로'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사부로의 투쟁역시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에게 마음은 있어?". 결국 사람이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